오피니언연재소설
[연재소설] 아버지가 사라졌다①
봉당마루  |  xionmin@naver.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9.07.01  14:39:41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일은 순식간에 벌어졌다.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려 나간 사이 거실 장식장 위에 잠시 올려 놓아두었던 구슬이 감촉같이 사라져버렸다. 처음에는 다른 곳에 놓아두었으려니, 이 방 저 방 건성으로 찾아보았다. 보석함 정도의 옥함이라 어디든 둘 수도 있고, 눈에 금방 띄지 않을 수도 있었다.

봉구 씨는 거실 중앙에 어정쩡하게 서서 구슬 둘만 한 곳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거실 장식장 위에 올려놓았던 기억만 맴돌았다. 구슬이 제 발로 굴러다니지 않는 이상 제자리에 얌전히 있어야 했다.

봉구 씨는 깍지 낀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거실을 서성거렸다. 구슬에 귀신이 씌웠나? 그럴 수……도 있었다.

생각이 깊어지자 머릿속에서 태풍 ‘산바’가 회오리쳤다. 창가로 다가갔다. 바람이 심하게 불고 기온이 급작스럽게 떨어져 있었다. 가로수에 얼마 남지 않은 은행잎이 뜯겨져 정신 사납게 날렸다. 유난히 바람이 심했던 한 해였다.

창밖을 바라보고 있던 봉구 씨는 무슨 커다란 결심이나 한 듯 집안의 모든 전등을 켰다. 처음부터 다시 집 안을 샅샅이 뒤져볼 심산이었다. 이번에는 정밀 검사였다. 집 안 모든 서랍을 다 열었고, 모든 상자를 다 살폈고, 책장과 책장 사이, 화장대, 신발장과 냉장고 속도 확인했다. 침입자가 있었다면 그 짧은 시간 신발을 곱게 벗어놓고 들어오지는 않았을 터, 거실에 엎드려 뺨을 바닥에 대고 현관에서부터 옥함이 있었던 장식장까지 꼼꼼히 살펴보았다. 하지만 어디에도 신발 자국 같은 것은 남아 있지 않았다. 침입자는 현관에 신발을 곱게 벗어 놓고 들어 온 듯했다. 경우 바른 침입자였다.

마지막으로 안방으로 들어가 엉덩이를 하늘로 쳐들고 침대 밑으로 손을 집어넣어 쓸어보았다. 먼지를 뒤집어쓴 머리카락만 한 움큼 손에 잡혔다.

언제 들어왔는지 숙자 씨가 엉덩이 뒤편에서 팔짱을 낀 채 한심하다는 듯 내려다보고 있었다. 봉구 씨는 그렇게 서 있지만 말고 같이 좀 찾아보자고 하고 싶었지만 워낙 다혈질인데다 구슬 때문에 요 며칠 심기도 불편해진 여자를 건든다는 것은 섶을 지고 불 속에 뛰어드는 격이었다. 애당초 구슬하고는 궁합이 맞지 않은 여자였다.

아내는 구슬이 도착하던 날 밤 기어이 분통을 터트렸었다.

“저 구슬만 바라보고 있으면 묘한 냄새를 풍기는 것 같아 구역질이 날 것 같다구! 천 년 만에 세상에 나온 미라 같고……, 밤이면 저것이 귀신으로 둔갑해 온 집 안을 싸돌아다닐 것 같단 말이야. 그냥 찜찜해 죽겠어!”

그때 봉구 씨는 아내를 바로 보지 못한 채 창밖만 멀끔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 저작권자 © 보험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봉당마루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최근인기기사
1
금융당국, GA 감독·검사 방향 ‘확 뜯어 고친다’
2
커지는 어른이보험 시장…소비자·보험사 '방긋'
3
교보·라이나생명, 공격적 GA 시책 ‘승부수’
4
다시 불붙은 설계사 고용보험 의무적용…보험업계 ‘난색’
5
신한금융 “오렌지라이프 100% 자회사로”…통합 가시권
6
이런 것도 돼? ‘보험’ 어디까지 편리해질까
7
순수 암보험 시장 차별화 전략 손보사들 매출 증대 견인
8
가상계좌 실입금자 확인, 보험료 대납 관행 사라질까
9
[부고]배우순 교보생명 전무 별세
10
"몰라서 이용 못하는" 보험 계약유지 지원 제도 활성화 ‘시급’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시 마포구 마포대로 44, 808호(도화동,진도빌딩)  |  대표전화 : 02-786-7991  |  팩스 : 02-786-7990
정기간행물ㆍ등록번호 : 서울아00428  |  등록일자 : 2007. 9. 6  |  발행일자 : 2007년 9월 6일  |  발행인·편집인 : 이민후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민후
Copyright © 2011 보험매일.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fin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