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회적으로 이슈가 끊이지 않는 ‘카풀’은 스마트 앱을 통해 비슷한 목적지로 향하는 차량을 불

 

러 택시처럼 이용하는 서비스다. 잡음이 상당한 국내와 달리 성공적으로 정착한 유럽의 대표적인 차량 공유 서비스업체인 블라블라카(BlaBlaCar)는 2006년 프랑스 파리에서 설립돼 현재는 세계 22개국에서 4,500만 명에게 양질의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같은 차량 노선으로 가고자 하는 유럽인들은 앱으로 탑승을 신청하고 유류비와 고속도로 통행료 등의 교통비를 분담한다. 보통 기차요금보다 최대 75%까지 저렴하고 시간이 크게 단축될 뿐만 아니라 이동하는 동안 친구를 사귈 수도 있어서 이용자들의 만족도가 높다.

또한 미국의 우버(Uber)는 하루 승객 300만 명 이상을 운송하고, 동남아의 그랩(Grab), 중국의 디디추싱(滴滴出行, Didi Chuxing)은 부가가치가 높은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스타트업)으로서 현지인이나 여행자들에게 유용한 차량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렇다면 국내의 승차 공유 서비스 현황은 어떨까?

2013년에 세계 1위 승차 공유 서비스업체 우버 엑스(Uber X)가 우리나라에 처음 진출했다. 그러나 택시업계의 반발이 있었고, 당시 정부도 ‘우버가 자가용을 이용하는 영업을 금지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결국 ‘우버’는 한국시장에서 사업을 철수했고, 뒤이어 2017년에는 국내 카풀 스타트업 ‘풀러스’가 24시간 카풀 서비스를 시도했다가 실패를 맛봤다.

지난해에는 카카오 모빌리티가 차량 공유 스타트업 럭시(LUXI)를 인수하여 택시보다 저렴한 ‘카카오T’를 선보이면서 본격적 카풀사업을 시도했으나 생존권 차원에서 택시업계가 극한투쟁을 벌이며 사회적 대타협기구가 만들어졌고, 5개월간의 긴 절충 끝에 2019년 3월 7일에 합의를 도출했다. 합의안에 따르면 카풀 플랫폼 사업자는 주말을 제외한 평일 출퇴근 시간대 총 4시간(오전 7시~9시, 오후 6시~8시)만 카풀 서비스를 운영하고 정부는 법인택시 기사들에게 월급제 시행을 약속했다. 그러나 카카오 이외의 플랫폼 기업들은 출퇴근 시간이 각자 다르고 하루 4시간 영업으로는 사업성이 없다며 반발했다. 일부 업체는 합의 후 규정시간을 위반하면서까지 운행하기도 했다.

최근 우버와 풀러스, 카카오T 등 카풀 서비스업체가 쫓겨난 자리에 타다(TADA)가 들어와서 또다시 택시업계와 대치했으나 국토교통부가 지난 7월에 택시업계의 고충을 들어주는 내용이 반영된 ‘혁신성장과 상생발전을 위한 택시제도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결국 ‘타다’ 역시 설 자리를 잃게 되었다.

국토교통부는 규제혁신형 플랫폼 택시가 신규 사업자들에게 운송사업자 지위를 보장하되, 이들이 낸 수익금으로 기존 개인택시 면허를 매입하고, 고령의 택시기사에게 연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내용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플랫폼 택시 사업자가 되려면 기여금 납부로 이에 상응하는 택시를 우선 할당받아야 하고, 차량을 직접 소유해야 하며, 소속된 운전자도 택시운전기사면허가 있어야 한다. 택시업계는 100% 렌터카 기반으로 운영되는 ‘타다’가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 승합차’를 임차하는 사람에게 운전자를 알선할 수 있다는 조항을 편법으로 활용한 택시 유사운송행위로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큰 자본을 가진 택시기반의 플랫폼 업체만이 사업이 가능해짐에 따라 렌터카 기반의 플랫폼 업체인 ‘타다’는 현행의 영업을 지속할 수 없었다. ‘타다’는 좋은 의미로 열악한 생태환경과 바위틈 사이에서 피어난 꽃이지만, 택시업계 입장에서는 법률조항의 작은 틈새를 비집고 나온 기형의 꽃인 셈이다.

진정한 차량 공유 서비스란 ‘우버’나 ‘블라블라카’처럼 유휴자원인 자가용 승용차를 공유하면서 효율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차량 공유 서비스가 활성화되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차량보유대수와 출퇴근 교통체증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국토부가 7월에 발표한 ‘혁신성장과 상생발전을 위한 택시제도 개편안’은 3월에 발표한 ‘카풀․택시 상생안’의 후속 조치로 보이며 ‘자가용 공유 서비스’에 관한 내용은 없었다. 국토부의 결정은 당면한 택시업계의 현실을 고려한 결정이었으나 공유경제를 통한 혁신은 없었다. 다만, 하루 12시간 이상을 운전해야 도시일용근로자 정도의 소득을 얻는 택시업계의 현실, 개인택시기사의 절반이 60세 이상으로 노령화되어 있다는 점 등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유독 택시기사들의 반발이 심한 것은 카풀제도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열악한 사회복지나 노후연금 문제와 관련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고령의 운전자들에게 택시운전은 위험한 일터이고, 그들이 원하는 것은 일자리 자체가 아니라 정확히는 노후에 대한 생활자금이기 때문이다.

사실 카풀에 대한 정부의 해법은 늦었다. 2013년에 벌어졌던 우버 사태 때부터 택시 총량을 줄이는 등의 해결책을 준비해왔어야 했다. 장기적인 안목이 아닌 임시처방만으로는 늘 그렇듯 좋은 해법이 나올 수 없다. 게다가 국가가 책임지고 부담해야 할 부분을 이제 막 시작하려는 스타트업 기업에게 모두 지우려는 지금의 해법은 혁신의 꽃을 꺾는 결과를 낳게 된다. 곧 자율주행택시 시대가 도래할 텐데 그때를 대비해 정부는 어떠한 장기적인 안목으로 처방을 준비하고 있는지도 사뭇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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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신 수석

삼성화재(1992~2018근무) 손해사정사, 도로교통사고감정사, 보험조사분석사, 시인, 수필가(샘터문학 등단), ALL FOR ONE, 다이렉트보험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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