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신 수석

간간이 지인들로부터 누군가 음주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냈다는 전화를 받곤 한다. 보통은 ‘형사합의를 어떻게 해야 하고, 보험 처리를 하려면 면책금을 얼마나 내야 하는지, 면허취소가 되는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등을 묻는다.

사고로 인한 갑작스러운 면허정지 또는 취소가 운전자의 생업에 지장을 줄 것을 대비해 경찰서에서는 40일간의 임시면허증을 발급해 준다. 음주운전 사고에 대해서 다소 온정적인 대목이다. 전후 사정을 대략 들어보면 음주운전자들이 생애 최초로 음주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내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대부분 반복적인 음주운전 끝에 사고가 발생한다.

모 뮤지컬 연출가의 음주사고 직후, 경찰청에서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음주운전 교통사고는 한 해에만 1만 9,517건이 발생했고 사망자는 439명이었다. 자동차 사고는 운전자의 평소 운전습관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운전은 머리로 생각하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무의식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나쁜 운전습관은 언젠가 반드시 사고로 이어지게 되지만 운전습관 중에서 가장 나쁜 습관은 역시 음주운전이다. 한두 번 음주운전을 해서 사고가 발생하지 않으니 음주운전이 습관화되고, 이런 습관은 술이 취한 이후에 스스로 판단하는 것이라서 더욱 통제가 어렵다. 한두 번의 무심코 음주운전이 습관화되면 식구들이 아무리 말려도 삼진아웃까지 이어지기 일쑤다.

사회적 캠페인에도 불구하고 연예인이나 유명 운동선수들의 음주운전이 잇따라 적발되고, ‘윤창호법’을 발의했던 모 국회의원은 “음주운전은 살인행위이니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며칠 지나지 않아서 본인이 음주운전으로 단속되는 웃지 못할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처럼 취중에 운전습관을 바꾸는 것은 술버릇을 바꾸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음주절제가 되지 않는 사람은 술을 마시기 전에 차량 키를 누군가에게 미리 맡기는 등 조치를 취해야 한다.

통계상으로도 음주운전 재범률은 44%로 다른 범죄보다 중독성이 높다. 수십 번의 음주 무사고 다음에 발생하는 한 번의 음주사고는 타인뿐만 아니라 스스로를 망친다. 단 한 번의 사고로 우리의 일상과 소중한 신체가 무참히 깨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음주운전은 본인이 다치는 것 이외에도 모두를 잠재적 피해자로 만들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공공의 적(公敵)이다.

참고로 음주운전을 최초로 경찰에 신고하면 각 보험사에서는 신고포상금을 지급한다. 자동차보험에는 ‘법률비용지원 특별약관’이 있어 중대사고 시 ‘형사합의금과 벌금, 변호사 비용’을 지원해 주는 제도가 있지만, 음주·무면허·뺑소니 운전일 경우에는 이것마저도 보상되지 않는다. 

음주운전의 경제적인 손실(최대 6,300만 원)도 크지만, 금전 이외에 주변 사람들로부터 운전자의 신용이 크게 떨어지는데, 이것도 경제적 손실 못지않게 크다. 특히 공무원의 음주운전이 적발되면 오랫동안 승진을 포기해야 하고 그 조직에도 큰 누를 끼치게 된다.

보상과 관련된 실무를 하면서 피보험자가 음주운전 사고로 금전 손실이 크게 발생하는 것을 목격하고 아래와 같이 그 손실을 하나씩 계산해 보았다.

■ 음주운전 시 발생하는 12가지 손실 (통상손실 3,000만 원 + 금전 이외의 손실) 

1. 사고 발생 여부와 상관없이 음주 적발만 되도 차기보험료 10~20% 이상 할증

(이를 피하려고 피보험자를 변경하면 보험가입 경력이 없어서 추가 할증)

2. 음주사고벌금 : 1,000만 원 (피해자 진단서 제출 시)

3. 개인형사합의금 : 1,000만 원(인당 500만 원 예상, 피해 2인 기준)

4. 대인/대물 음주 자기부담금 : 400만 원(대인 300만 원 + 대물 100만 원)

5. 자기차량손해 담보 면책 : 150만 원

6. 형사합의금과 변호사 비용, 벌금 등 법률비용지원특약 보험 처리 불가

7. 음주 호의 동승자(탑승한 지인이나 동료) 보험금도 40% 감액

8. 면허정지 또는 취소(면허 재취득 비용+ 취소 기간 동안의 교통비) : 300만 원

9. 보험료 특별할증 : 150만(3~5년간 누적손실), 차후 다이렉트보험 가입 불가

또는 보험사 청약거절 시 요율이 높은 업계공동물건으로만 가입 가능

10. 본인의 몸이 다치거나 구속 시 장기간 휴업손해 발생

도로교통공단 교육 자료에 따르면 구속 시 실직 및 구직비용 3,300만 원

교도소 복역비용 3,300만 원을 추가하면 총 손실액은 6,300만 원

☞ 금전 이외의 손실

11. 가족과 본인의 심리적 고통, 음주운전 사고가 뺑소니로 이어질 경우 패가망신

12. 사회적 평판 저하 : 개인 신용도 하락, 공무원의 경우 승진 불리

이처럼 경제적 손실과 유무형의 손실을 생각한다면 음주운전은 아주 큰 모험이다. 누군가 취중에 운전을 하려 한다면 어떠한 경우에라도 말려야 한다. 그렇지 않고 음주운전 사실을 알면서도 말리지 않았거나 함께 동승한 경우에는 동승유형 및 운전자의 혈중알코올 농도에 따라 교사·방조죄로 함께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형법 2장 3절 31조, 32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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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신 수석

삼성화재(1992~2018근무) 손해사정사, 도로교통사고감정사, 보험조사분석사, 시인, 수필가(샘터문학 등단), ALL FOR ONE, 다이렉트보험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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