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편익' 주장에도 의료계 반발로 답보…내주 정무위 법안소위 오를 듯

[보험매일=이흔 기자] 석 달여 만에 다시 열린 국회가 법안 심사 일정에 돌입함에 따라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드디어 법제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보험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9일 금융권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오는 16∼17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 현재 정무위에 계류 중인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 2건이 논의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 고용진·전재수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것으로, 실손보험에 가입한 환자가 보험금을 쉽게 받을 수 있도록 병원이 환자의 진료내역 등을 전산으로 직접 보험사에 보내도록 하자는 게 요지다.

지금은 환자가 진료명세서 등 종이 서류를 병원에서 받아 보험사에 다시 제출하는 형태다.

여러 서류를 갖추는 게 번거롭고 그 과정이 복잡하다 보니 보험 가입자들이 소액의 보험금은 청구하지 않고 넘기는 경우가 흔하다. 보험사들 역시 서류를 접수해 입력하는 등 업무 부담이 적지 않다.

청구를 간소화하면 보험사들로서는 소액 보험금 청구 증가로 당장은 손해율이 늘어날 수 있지만, 업무 효율화에 따른 장점이 크다고 보고 있다. 진료기록 전산화로 병원의 과잉진료나 보험사기를 걸러내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이에 일부 보험사는 개별적으로 대형병원들과 제휴를 맺어 보험금 청구를 간소화하는 등 부분적으로 도입하는 실정이다.

그동안 가장 큰 난관은 의료계의 반발이었다.

법안 논의에 탄력이 붙자 의료계는 3월 잇따라 성명을 내고, 청구 간소화가 개인의 의료선택권·재산권 침해와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있는 '보험사 이권사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료계 반발의 이면에는 보험금 청구가 전산화되면 값비싼 비급여 진료 현황이 노출되고, 정부나 보험사가 진료수가를 통제하는 상황을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일단 표면적으로는 정부와 국회 모두 청구 간소화에 긍정적인 입장이다. 정부는 금융위원회와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의료계와 보험업계, 시민사회계 인사 등이 참여하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실무협의체를 꾸려 운영해왔다.

현실은 답보 상태다. 의료계는 회의에 불참하고 있고, 정부와 국회 역시 의료계의 반발 등을 이유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금융위는 2015년에도 보험금 청구 간소화를 추진했지만 의료계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시민단체들은 청구 간소화를 주문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금융소비자연맹 등 7개 시민단체는 지난 4월 기자회견을 열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소비자 편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종이로 청구서류를 제출하면 개인정보가 보호되고, 전산으로 제출하면 개인정보 유출 위험이 있다는 주장은 시대착오적"이라고 의료계의 주장을 반박했다.

보험업계에서는 청구 간소화가 이미 4∼5년간 논의를 거친 해묵은 문제인 만큼 이번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처리되길 바라고 있다.

총선 정국이 다가오는 데다 이번 20대 국회에서 다뤄지지 않으면 다음 국회에서 재논의하는데 최소 2∼3년이 또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특정 업계·분야의 이익 논리를 벗어나 일반 소비자 편익 증대라는 큰 틀에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법안 처리가 지연되는 동안 가장 큰 불편은 소비자가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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