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호한 약관 보험금 지급 문제로 불거진 데다 사기 의심 건수 급증

경쟁력 강화 로드맵 시행 후 사후보고제→과열경쟁으로 이어져

[보험매일=임성민 기자] 치매보험이 위기를 맞고 있다. 사전신고제에서 사후보고제로 바뀐 이후 언제 터질 지 모를 '폭탄'으로 전락한 것.

모호한 약관으로 보험금 지급 문제가 불거진 데다 보험사기 의심 가입 건수가 눈에 띄게 늘어난 탓이다.

일각에서는 포화 상태에 이른 보험시장에서 보험사들 간 매출 경쟁이 극에 달하면서 빚어진 현상이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지적이다.

◇ 보험사기 전력자에게도 보험금을…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최대 이슈를 몰고 온 치매보험이 모호한 약관 문제로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 2015년 보험산업 경쟁력 강화 로드맵을 시행했다. 그 일환으로는 보험상품을 개발·판매를 사후에 보고하는 방식의 ‘사후보고제’가 허용되기도 했다.

사후보고제란 기존에 상품 개발 및 판매 시 사전에 금융당국에 신고를 해야 했지만 보험상품의 다양화에 따른 경쟁 촉진을 위해 전환된 제도다.

금융당국은 사후보고제로 전환하면서 보험사의 자유로운 상품 개발을 촉진시키는 반면 사후적 감독 기능을 강화했다.

금융당국의 의도대로 사후보고제는 획기적인 상품을 대량 배출하기도 했다.

문제는 인기 상품의 과열경쟁을 불러오면서 최근 치매보험의 약관 문제를 야기하기도 했다는 점이다.

작년 말부터 시작된 치매보험의 인기로 올 1분기에만 100만건에 가까운 계약이 유치됐고 총 계약 건수는 3월 말 기준으로 377만건에 달했다.

금융당국은 치매보험 경쟁이 과열되자 지난 3월 전 보험사에 공문을 발송, 모럴해저드 발생 가능성이 높아 판매 및 보험금 지급에 유의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의 이 같은 우려는 현실로 돌아왔다. 최근 금감원과 생·손보협회가 함께 치매보험 가입자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벌인 결과 7~8만명 가량이 보험사기 전력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 중에서는 치매보험 10건 이상 중복 가입한 사례가 다수 존재했고, 한 사람당 최대 12건의 치매보험을 계약한 사례도 나왔다.

특히 치매보험과 관련된 문제의 핵심은 약관에 있다. 보험사들이 치매보험 마케팅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한 경증치매에 대해 MRI(자기공명영상)·CT(컴퓨터단층촬영) 등 뇌영상검사상 이상소견이 없어도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금감원이 약관을 개선한 것이다.

이는 신규 가입자는 물론 기존 가입자들도 해당돼 결과적으로 보험사기 전력자에게도 경증치매 보험금을 지급해야 되기 때문에 보험사들은 보험금 과당지급이란 폭탄을 떠안게 된 셈이다.

◇ 보험금 누수 예견, 치매보험 판매사 ‘어쩌나’

치매보험을 판매한 보험사들은 유치한 계약이 만기까지 유지될 경우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우선 치매보험 경쟁이 과열되면서 보험사마다 자사 계약 유치를 위해 지급한 수수료 및 시책, 시상 등이 1차 금전적 손실인 데다 경증치매 면책기간인 1년을 경과할 경우 지급될 경증치매 보험금이 2차 손실로 작용한다.

이후에도 계약이 유지된다면 보험금 지급 기간이 긴 중증치매까지 약속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출혈 경쟁이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왔다고 지적하고 있다. 단기간 내 인기 상품으로 매출을 확대하려다 도리어 손실 규모만 키웠다는 설명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사후보고제가 시행된 이후 과열경쟁이 수차례 있어왔지만 결국 치매보험이 터진 것”이라며 “사후보고제가 독창성을 가진 상품을 지속적으로 배출하는데 이바지 한 것은 사실이나 이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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