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 유사 상품 출시 오히려 매출 더 올려…단기 마케팅으로 전락

[보험매일=임성민 기자] 보험업계의 시장 포화 및 과잉 공급에 따른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시장 선점 효과로 부각되던 ‘최초’라는 수식어의 가치가 무색해지고 있다.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한 특정 상품들이 '업계 최초'라는 타이틀로 보험사의 입지를 다지는데는 일단 성공했으나, 일정기간이 지나면 타 보험사들이 유사 상품을 곧바로 출시, 더 많은 매출을 시현하는 예가 점점 많아지고 있기 때문.

이에따라 보험업계는 손보사 위주로 창의적인 상품 개발 시 20년간 단독 판매를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는 특허도 잇따라 출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 ‘최초’지만 매출 호황은 타사에서…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시장 경쟁이 과열되면서 보험업계에서의 ‘최초’를 인용한 마케팅은 단기 홍보용에 그치고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획기적인 상품을 선보일 경우 마케팅에 활용하기 위해 ‘최초’라는 수식어를 인용, 소비자의 이목을 끌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배타적사용권을 비롯한 과거 판매된 어린이보험 및 저해지환급형 상품 등이다.

배타적사용권은 일종의 보험업계 특허권으로, 기존 존재하지 않던 창의적인 상품을 개발한 경우 협회의 신상품심의위원회에서 3~12개월간의 단독 판매를 허용하는 권리다.

하지만 창의적인 상품을 가장 먼저 선보인 최초의 의미는 퇴색된 지 오래다.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한 이후 단독 판매 기간이 끝나면 경쟁사들이 동일한 형태의 상품을 출시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한 보험사 보다 뒤늦게 유사 상품을 출시한 보험사에서 더 높은 매출을 올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어린이보험도 동일한 사례에 해당한다. 어린이보험은 현대해상이 지난 2004년 보험업계 최초로 출시한 이후 현재까지 300만명이 넘는 누적 고객수를 보유할 수 있게 한 효자 상품이다.

그간의 누적 데이터를 통해 고객이 만족할 만한 상품을 제공하면서 어린이보험 시장 매출 규모 1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어린이보험이 다수의 고객 DB(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장기 가망고객 확보까지 가능하다는 점에서 작년부터 손보업계 경쟁이 과열됐다.

그 결과 지난해 4월 30세까지 가입이 가능한 일명 ‘어른이보험’이 DB손보에 의해 탄생했고, 이후 메리츠화재가 현대해상의 도전장을 내밀며 줄곧 매출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실제로 올 들어서는 1~4월까지 메리츠화재가 11만9,460건을 판매하며 102억5,700억원의 초회보험료를 거뒀고, 현대해상이 8만3,515건(64억7,900만원)으로 2위에 자리했다.

지난 2015년 최초 출시된 저해지환급형도 마찬가지다. ING생명(현 오렌지라이프)이 최초로 출시한 이후 3개월의 배타적사용권을 부여받아 인기를 끌었지만 현재는 보험업계 전체로 확산됐다.

◇ 단기 마케팅 대신 장기 ‘특허’ 전환도

그럼에도 보험사들의 ‘최초’ 마케팅이 계속되는 이유는 고객에게 보험사 이미지를 상기시키기 위함이다.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동일·유사 상품이 속속 나오면서 해당 상품을 선제적으로 출시했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한 의도다.

이런 가운데 보험사들의 전략도 치밀해지고 있다. ‘최초’의 타이틀을 유지한 채 경쟁사의 모방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특허’를 취득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보험업계에서 특허를 획득한 상품은 KB손보의 ‘대중교통이용 할인 특약’과 DB손보의 ‘안전운전 할인 특약’이 대표적이다.

‘대중교통이용 할인 특약’은 배타적사용권 획득에 실패했지만 특허를 획득했고, DB손보도 T맵과 연계해 안전 운전할 경우 보험료 할인해준다는 점을 인정받아 20년간 단독으로 사용할 권리를 부여받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신규 고객을 모집하기 위해 경쟁사에서 최초로 선보인 상품·프로그램을 모방하는 행위는 이제 비일비재 하다”라며 “특히 상품은 당장의 매출 확대 및 미래의 성장 가능성이 높을 경우 매출 경쟁이 심해 가장 먼저 출시한데 따른 의미가 점자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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