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S17 도입 시 부채 부담 불구, 포기할 수 없는 시장

[보험매일=임성민 기자] 최근 수개월 동안 보험업계가 판매중인 퇴직연금 상품의 금리 상승폭이 은행·증권 업권 대비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시장 포화와 자본확충에 따른 이자부담 등이 잇따르면서 장기 수입원인 퇴직연금 시장에서 타 업권 대비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방안으로 풀이된다.

보험업계는 퇴직연금이 IFRS17 도입 시 부채로 인식된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지만 매출의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손놓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 보험업계 금리 인상폭, 금융권 ‘최고’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부터 이달까지 보험업계의 퇴직연금 상품에 적용되는 금리의 상승폭은 은행·증권 업권 대비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보험업계에서 DB(확정급여형) 퇴직연금을 판매하는 보험사는 16개사이며, DC(확정기여형) 퇴직연금은 7개사가 판매하고 있고, 퇴직연금인 IRP는 1개사가 운용하고 있다.

해당기간 동양생명의 이율보증형(1년) 퇴직연금 이율은 2.1%→2.25%로 0.15%포인트 증가하면서 가장 높은 증가폭을 기록했다.

교보생명의 이율보증형(2년), 미래에셋생명 이율보증형(1년), 이율보증형(2년), 현대해상 이율보증형(3년) 퇴직연금 이율도 전부 0.15%포인트 증가했다.

퇴직연금을 운용중인 금융사 중 가장 높은 이율 상승폭이다.

이어 KB손보의 이율보증형(1년), 이율보증형(2년), 미래에셋생명 금리연동형, 현대해상 이율보증형(2년), Step-up이율보증형3년 등의 퇴직연금 이율이 각각 0.13%포인트 상승했다.

이 외에도 미래에셋생명 금리연동형, 현대해상 이율보증형(1년) 퇴직연금 상품이 0.12%포인트 증가하면서 0.10%포인트 이상의 상승폭을 기록했다.

반면 신한생명 금리연동형은 해당기간 0.45%포인트, 이율보증형(1년)은 0.02%포인트, KB생명 GIC 1년(DB)는 0.07%포인트 감소하면서 조사된 48개 퇴직연금 상품 중 유일하게 하락했다.

이와 반대로 은행 및 증권 업권의 퇴직연금 적용금리는 후퇴하거나 보합세를 유지하는 정도다.

실제 IBK기업은행 퇴직연금정기예금(1년)은 2.02%→1.96%로, IBK연금보험은 4개 상품군에 대해 각각 0.03%, 0.07%포인트 인상하는데 그쳤다.

또 KDB산업은행은 4개 상품군 중 3개는 동결, 1개 상품을 0.01%포인트 인하했고, 지역은행을 비롯한 농협도 동결하거나 소폭 인하했다. 신한은행 및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은 0.01~0.02% 인상했다.

증권사의 대부분도 0.02%포인트 가량 인하하거나 최대 0.1%포인트 금리를 상향 조정했다.

◇ 포기할 수 없는 시장, 경쟁력 강화 방편
은행·증권 업권 대비 보험업계의 금리 인상폭이 큰 이유로는 보험시장 포화에 따른 매출 감소를 염두한 보험사들이 시장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새 회계기준 도입에 대비해 보험사들이 저축성보험 매출을 줄인 가운데, 보장성보험 성장의 한계를 몸소 느끼면서 타 업권 대비 퇴직연금 가입 매력을 높인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퇴직연금의 경우 IFRS17 도입 시 부채로 인식되지만 퇴직연금으로 거둬들이는 매출의 규모가 작지 않은 만큼 지속적인 수입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방편이라는 의미다.

또한 최근 퇴직연금의 수익률이 저조하다는 지적도 금리 인상의 요인으로 손꼽힌다.

보험사 퇴직연금 수익률이 1%대에 그치면서 수익률의 근본적인 배경이 되는 금리 인상을 단행, 안정적인 수익률을 제공키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퇴직연금의 경우 전 금융사가 대부분 취급하는 만큼 IFRS17 도입을 앞두고 장기 수입원이 필요한 보험사들이 특히 높은 금리를 부리하는 것”이라며 “최근 수익률이 저조하다는 지적도 잇따르면서 수익률을 근본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조치를 취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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