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관 개선, 현실적 문제점 ‘산더미’"

[보험매일=임성민 기자] 금융감독원이 이해하기 쉬운 약관으로 개정키 위해 소비자 의견 수렴에 나섰지만 이에 대한 보험업계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약관 개정 취지에는 공감하나 보험업의 특성상 어려운 용어는 필수불가결이며, 획기적인 아이디어에 대한 강제 적용 여부와 개정작업 순서가 잘못됐다는 문제점이 거론된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대통령과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보험약관이 어렵다고 지적하자 일시적으로 행동에 나선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약관 개선, 현실적 문제점 ‘산더미’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쉬운 보험약관을 만드는 작업에 돌입했지만 이를 바라보는 보험업계는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금감원은 이날 ‘좋은 보험약관 만들기 경진대회’를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보험약관 개선을 위한 그간의 노력에도 불고, 소비자 입장에서 어렵고 복잡하다는 취지에서다.

이는 소비자들이 직접 약관 개선에 일조하는 기회를 제공키 위한 것으로, 앞서 문재인 대통령과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보험약관이 어렵다고 지적한 후 첫 시행되는 조치다.

공모 과제로는 ▲알기 쉬운 보험약관 직접 만들기 ▲보험약관 개선 아이디어 만들기 ▲어려운 보험용어 쉽게 만들기 등이다.

해당 과제들은 판매 중인 보험상품 약관을 참고해 직접 약관을 만들고, 구성 변경 및 설명·전달체계 변경을 담은 아이디어 공모, 어려운 용어의 순화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하지만 보험업계의 반응은 미지근한 상황이다. 우선 ‘약관 직접 만들기’의 경우 일반 소비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판매 중인 약관을 참고해 새로운 형태의 약관을 직접 만들어야 하는데, 약관 선정뿐만 아니라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약관을 정독해야 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는 보험업 종사자에게도 어려운 해결 과제이며, 금융권 수장인 최종구 위원장도 보험약관을 다 읽어보지 못했다고 밝힐 만큼 어려운 일이다.

특히 약관에 명시된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의 경우 보험업의 특성상 의학용어가 첨부되는 등 필수불가결의 용어들이 다수 존재한다.

정독 및 새로운 약관을 만드는 과정에서 이 같은 용어들을 순화하거나 풀어쓰는 경우 약관의 분량이 방대해질 수 있는데, 이럴 경우 금융당국이 추구하는 약관 간소화와 거리가 멀어지게 된다.

결국 소비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어려운 용어를 풀어쓰게 되면 약관의 분량이 방대해지고, 명확히 명시할 경우 어렵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는 셈이다.

◇ 아이디어 약관 개정에 반영, 실효성은?

일반 소비자의 아이디어 적용에 따른 금융당국의 보험사에 대한 약관 개정 강제 집행 여부에 따른 실효성 문제도 거론된다.

이번 공모전으로 소비자의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약관 개정 작업에 수렴되더라도 이를 강제할 수 없으며, 강제할 경우 지극히 소비자 기준에서 채택됐기 때문에 형평성에 어긋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표준약관의 경우 금감원이 관리하기 때문에 조정에 따른 개정 여부를 보험사들이 따라야 하지만 이번 약관 개정 작업의 경우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약관 개정을 위한 순서가 바뀌었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소비자의 의견을 수렴하기에 앞서 약관을 관리하는 금융당국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이후 소비자의 소리를 청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는 보험에 대한 전문 지식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소비자보다 금융당국이 소비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가이드라인 혹은 초안을 마련해야 소비자의 이해력 증진에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대통령과 금융위원장의 발언 이후 금감원의 첫 행보지만 실효성은 잘 모르겠다”면서 “소비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약관의 특성상 적극적이고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나오기 어렵지 않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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