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조정 중 소송 증가 영향…소비자 보호 강화 행보 역행 지적도

[보험매일=방영석 기자] 금융감독원이 소비자 보호 정책을 강화하고 있는 최근 행보와 달리 접수된 분쟁조정 건수들을 처리하지 못하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금감원에 해마다 접수되는 보험 관련 분쟁조정 건수는 최근 3년 사이 4,000건 이상 증가했으나 실제 처리된 분쟁은 도리어 줄어든 것이다.

분쟁조정 신청 중 소송이 제기된 접수 건들이 늘어난 결과로 분석됨에도 인용율이 지나치게 저조한 만큼 이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늘어나는 분쟁조정…인용률은 ‘참담’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3년간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보험 관련 민원은 크게 늘어난 반면, 처리건수는 줄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6년 당시 보험업권에선 총 2만1,505건의 분쟁조정 신청이 있었다. 2017년에는 접수 건수가 2만2,205건으로 횡보했으나 즉시연금 및 암보험 분쟁이 발생한 작년을 기점으로 신청이 급증했다.

2018년 금감원에 접수된 보험업권 분쟁조정은 2만5,614건으로 2년 전과 비교해 분쟁조정 접수가 4,000건 넘게 늘어난 결과 19.1%에 달하는 증가율을 기록한 상태다.

반면 실제 접수된 보험업권 분쟁 중 처리된 건수는 오히려 감소했다. 2016년과 2017년 금감원은 각각 2만2,659건과 2만2,678건의 분쟁을 처리했으나 분쟁조정이 급증한 작년 처리율이 크게 떨어진 탓이다.

금감원이 분쟁조정을 통해 처리한 보험업권 분쟁은 2018년 2만1,545건으로 처리 건수가 3년 사이 1,114건 줄었다.

이는 분쟁조정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보험사나 소비자가 소송을 제기하면 조정이 중단되는 제도상의 맹점에서 비롯된 결과로 분석된다.

즉시연금과 암보험과 관련해 보험업계가 소비자와 법정투쟁을 불사하면서 조정이 중단된 접수건이 크게 늘어난 것이란 설명이다.

문제는 이 같은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분쟁조정위원회의 인용결정 비율이 참담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분쟁조정을 신청한 민원인들 중 최종 조정위까지 올라가 인용 판결을 받는 비율이 1%도 미치지 못하면서 실질적으로 구제받는 소비자가 극히 소수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작년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의 인용 비율은 0.046%로 소비자를 구제하기 위한 분쟁조정 제도가 무력화됐다는 비판을 받기 충분했다.

소비자단체는 보험사의 소송전을 버티지 못한 민원인들의 합의취하가 많다는 점에서 2만4,907건에 달했던 합의 건수 역시 소비자 구제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을 멈추지 않고 있는 상태다.

◇ 금감당국·정치권 ‘광폭 행보’…보험업권 정조준

정치권과 금감원이 윤석헌 원장 취임 이후 소비자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내세우고 있는 만큼 분쟁조정과 관련된 문제점 역시 일정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윤 원장은 즉시연금 분쟁과 관련해 일괄지급 권고를 거부한 보험사를 대상으로 소비자의 소송비를 지원함은 물론, 소송이 제기중인 건수에 대해 소멸시효를 중단하는 조치를 내렸다.

정무위원회 소속인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5,000만원 이하의 소액 분쟁조정건에 대해 분쟁중 소제기를 금지하는 금융위원회 설치법 개정안을 발의,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해당 법안이 적용되면 소송을 통한 보험사의 분쟁조정제도 무력화는 대다수가 원천 봉쇄된다.

자본과 인력에서 소비자에 우위에 있는 보험사가 소송을 앞세워 합의를 유도하는 문제점이 해결될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물론 국회에서도 보험업권에 소비자 보호 기능을 강화할 것을 압박하고 있다”며 “종합검사가 부활되고 각종 소비자보호 정책이 연이어 안내되고 있는 만큼 분쟁 처리에 대한 보험사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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