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입장차 좁히지 못하며 대립 양상

[보험매일=방영석 기자] 임금단체협상과 임금피크제 문제로 시작된 노사 갈등이 손해보험업계를 강타하고 있다.

임금인상률과 성과급 지급 등을 놓고 보험사와 노동조합 사이의 입장이 좀처럼 좁혀지지 못하면서 양측의 대립이 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노사 대립이 급여 문제에서 벗어나 인위적인 구조조정과 노조 와해 공작 등의 의혹까지 확장되면서 노조 반발에 직면한 손해보험사들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 KB손보 분회장 대회 무산 공작 의혹에 ‘와글와글’

2일 손보업계에 따르면 임단협 과정에서 단체쟁의를 결의했던 KB손보 노동조합은 사측이 분회장 대회 초안 일정표를 위조했다는 의혹을 제기, 2일 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한다.

KB손보 노사는 2018년 임단협 타결을 위해 협상을 거듭했으나 임금인상률과 성과급 지급 기준에서 나타난 뚜렷한 격차로 인해 갈등을 봉합하지 못했다.

노조에서는 임금 5% 인상, PS 지급 등을 추진하고 있으며, 사측에서는 1% 임금인상과 호봉제 폐지, 희망퇴직 등을 제시한 상황이다.

KB손보 노조는 KB금융지주 인수 이전 LIG손보 당시의 실적과 비교해 당기순이익이 크게 개선됐음에도 임금인상률과 성과급은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KB손보 노조에 따르면 LIG손보였던 2011~2014년 사측은 평균 1,58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둬들였으나, KB금융지주에 인수된 이후 2015년~2017년에는 평균 순이익이 2,833억원으로 늘었다.

반면 이 기간 LIG손보는 평균 4%의 임금인상률과 282%의 성과급을 지급했으나 KB손보는 임금인상률과 성과급 지급률이 각각 1.3%와 233%로 쪼그라든 모습을 보였다.

임단협 문제로 삐걱대던 노사관계는 사측의 분회장 대회 무산 공작 의혹이 불거지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노조는 보도자료를 통해 2018년 임단협 투쟁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준비했던 분회장 회의 초안 일정표를 사측이 위조한 뒤 이를 사내 게시판에 게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달 11일부터 13일 예정됐던 분회장 회의에 예정되어 있던 제주 4.3 유적지 견학이 추모를 목적으로 한 행사였음에도 불구, 기획안의 세부 내역을 화이트로 수정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KB손보 노조는 사측이 분회장 대회에 참가하는 분회장들에게 부당한 압박을 가했다는 사실을 포착, 분회장 대회를 취소하고 쟁의행위 찬반 재투표를 결정했다.

노조는 사측이 대회 참가 분회장들을 결근처리 및 징계하겠다는 공문을 보내고 소속된 부서장에게 ‘분회장 면담요령’과 ‘면담 관련 참고자료 및 참석 현황’ 등의 메일을 발송한 사실을 집중적으로 규탄할 예정이다.

◇ 성과급 문제 빠진 임단협…‘앙꼬 없는 찐빵’

성과급 삭감 문제로 난항에 빠졌던 현대해상 노사 역시 성과급 삭감 여부를 놓고 팽팽히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해상 노조는 노사간 대표 교섭에서 2018년 임단협 최종교섭안을 합의. 이달 30일부터 내달 2일까지 노조원을 대상으로 찬반투표를 진행한다.

임금인상안에는 총액 대비 2% 임금인상률과 통상임금 상여금 월 평할, 단체협약안에는 PC오프제 단계별 도입, 주임승진 필수요건 폐지 및 대리승급 필수요건 부분 합격인정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노사는 임단협 단체 협상안을 마련하고 총파업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모면했으나 갈등의 시발점인 성과급 축소 문제는 해결하지 못하면서 절반의 합의를 이뤘던 셈이다.

노조는 작년 8월 서울중앙지검에 회사를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고소하고 본사에서 천막농성을 벌이는 등 사측을 지속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현대해상 역시 성과급 지급 기준 변경이 노조와의 협의 대상인지 여부를 놓고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협상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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