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질병발병 인과관계 모호…틈새 공략 상품 출시 ‘활발’

[보험매일=방영석 기자] 정부가 미세먼지 절감을 목표로 대규모 추경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미세먼지 피해를 보상하는 전용보험 상품은 개발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먼지로 인해 발병하는 질병들을 특정하기 어려운데다 손해율을 산정하기 위한 정보가 충분히 축적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는 기존 보험 상품의 담보를 조합해 미세먼지 마케팅에 활용하거나 소비자의 참여에 따라 보험료 할인 혜택을 주는 등 틈새 공략을 통해 소비자 니즈를 공략하고 있다.

◇ 1조 규모 추경…미세먼지 공포↑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연일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면서 이와 관련된 질병을 보험으로 보장 받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전용 상품 개발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지난 3월 서울의 초미세먼지(PM2.5) 일평균 농도는 135㎍/㎥를 기록했다. 이는 2015년 서울에서 초미세먼지를 공식 관측한 이래 역대 최고치로 미세먼지의 위협이 날로 심해지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미세먼지는 석면, 벤젠과 같은 제1군 발암물질로 심혈관·호흡기·폐질환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초미세먼지 농도가 100ug/m3 증가할 시 폐암 발생률은 9% 증가하며 졸중·치매·우울증 등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는 미세먼지 문제 대응에 1조원 규모의 예산을 쏟아부으며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려 애쓰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6일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미세먼지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추가경정 규모는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경찰버스 공회전을 방지하고 노후 자동차와 건설기계 교체 물량을 늘이는 등 미세먼지 절감에 필요한 모든 방법을 총동원할 예정이다.

문제는 정부와 소비자의 미세먼지 보험에 대한 명확한 니즈에도 불구, 보험업계가 실제 미세먼지 피해를 보장하는 전용 상품을 좀처럼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미세먼지가 각종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은 연구를 통해 증명됐지만 미세먼지만으로 질병 발병의 상관관계를 따져 위험률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세먼지의 위협 자체가 사회적인 논란이 된지 얼마 되지 않은데다 초미세먼지 관측 역시 4년간의 데이터밖에 없는 만큼 전용 상품을 개발하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설명이다.

◇ 전용보험 상품 개발 ‘험로’

이는 보험업계에게도 딜레마가 되고 있다. 미세먼지 전용상품을 앞장서 개발하기에는 부담을 느끼고 있음에도 소비자들의 높은 가입유인을 마냥 무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니즈가 명확한 만큼 미세먼지 전용보험 상품을 개발하면 매출이 크게 늘어날 수 있으나 위험률 예측에 실패하면 장기적으론 수익성 악화 문제를 피할 수 없게 된다.

이에 보험업계는 실손보험 등 기존 상품의 보장 내역 중 호흡기 등 미세먼지와 연관성이 높은 특약들을 분리해 ‘미세먼지’ 보험으로 판매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은 미세먼지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근본적으로 기존 보험 상품의 보장 담보와 차이가 없는데다, 미세먼지가 아닌 질병 발병에도 동일한 보장이 가능하다.

때문에 미세먼지를 상품명에 포함하고 있음에도 해당 상품들은 사실상 전용보험의 역할을 다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미세먼지 마케팅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부 보험사는 보장에서 차별성을 나타내기 어려운 문제점을 인지, 미세먼지 절감에 따른 보험료 할인 혜택을 탑재해 소비자들의 가입유인을 개선하는 결정을 내렸다.

연간 미세먼지 절감률을 기준으로 소비자들의 보험료를 할인해 줌으로써, 산정하기 어려운 질병 발병률 문제를 피하면서도 미세먼지 리스크 자체를 줄일 수 있는 복안을 마련한 셈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미세먼지의 위협이 늘어나면서 보험을 통해 위험에 대비하려는 소비자들의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며 “소비자 니즈는 확실하나 미세먼지만으로 발병하는 질병에 대한 위험률을 산정하기에는 축적 데이터가 지나치게 적다는 문제점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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