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연, 국내 법체계에서 인정되지 않는 부분…타 입법례보다 배상액 5배 높아

[보험매일=임성민 기자] 모집 관련 불법행위에 대해 보험사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과하는 법안이 발의된 상황에서 제도 도입을 놓고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이 사회적 공론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손해배상액이 5배 높아 현재 국내 입법 사례 중 어느 유형에도 속하지 않기 때문이다.

◇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 현황

21일 보험연구원 양승현 연구위원은 이 같은 내용의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의 도입 논의 및 입법 현황 검토’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 3월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험사의 임직원 및 설계사, 보험대리점 등 모집인들의 모집 관련 불법행위에 관해 보험사에 손해배상액의 5배 범위 내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과토록 하는 내용의 보험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보험계약의 체결 또는 모집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행위규제에 대한 실효성을 제고하고 보험계약자·피보험자의 손해를 실질적으로 보전하기 위한 취지다.

징벌적 손해배상이라 함은 악의적인 불법행위의 가해자를 처벌하기 위해 실손해 이상의 배상책임을 부과하는 것으로, 그간 미국을 중심으로 발달했고 우리나라는 일반적으로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 사회의 복잡성으로 불법행위 유형이 다양화되면서 국내에서는 ▲소비자 피해 ▲인격권 침해 ▲언론보도 피해 ▲개인정보 침해 ▲차별로 인한 피해 등을 규제할 수 있는 수단으로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이 논의돼 왔다.

현 제도로는 불법행위를 충분히 억지할 수 없고, 개별적인 손해배상액이 크지 않은 대규모 소액피해 사건에 대해 불법이 방치되고 있으며, 피해자들의 정신·신체적 고통과 손해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이 같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반대 의견도 존재한다. ▲민·형사책임을 엄격히 준별하는 국내 법체계와의 부조화 ▲우발이익 기대에 따른 남소 가능성 및 그로 인한 기업활동 위축우려 등이다.

또 ▲징벌적 손해배상 성립 및 배상액에 관한 예측 가능성 결여 ▲비교법적 측면 등에서 국내 실정에 맞지 않는다는 견해가 제기된 것이다.

◇ 타 입법례 대비 높은 손해액, 검토 신중히

이런 가운데 양 연구위원은 징벌적 손해배상이 충분히 검토된 이후 도입돼야 한다고 시사했다.

현재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이 도입된 주요 법령은 ▲하도급법 ▲기간제 및 파견근로자법 ▲신용정보법 ▲개인정보보호법 ▲대리점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적용되고 있다.

아울러 ▲가맹사업거래의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조물책임법 ▲환경보건법 ▲특허법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대·중소기업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축산계열화사업에 관한 법률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보험모집 관련 불법행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안은 앞서 본 기존 입법 사례 중 어느 유형에도 속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반대로 기존 입법사레에 비해 징벌적 손해배상의 성립 범위를 확대하고 상한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보험사의 고의·중과실은 물론 직접 불법행위자인 설계사 또는 대리점의 고의·중과실조차 요건으로 하고 있지 않다.

기존 입법사례들이 손해액의 3배를 상한으로 하는 데 비해 모집 과정에서의 불법행위 손해액은 5배를 상한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양 연구위원은 “보험모집 관련 불법행위는 현재 입법 사례 중 어느 유형에도 속하지 않음에도 개정안의 경우 보험사의 고의·중과실 여부를 묻지 않고 타 입법례보다 높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가능토록 규정하고 있다”면서 “이 같은 징벌적 손해배상은 현행 법체계에 대한 중대한 예외사항이고, 도입 논의에 앞서 가해행위의 사회적 비난가능성, 피침해법익의 중대성, 다른 억제수단의 부존재 등 예외 적용 정당화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충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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