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자필서명 안 해, 보험료 반환 요구 부당”…당국 “불완전판매, 당초 계약 무효”

[보험매일=임성민 기자] 타인의 사망을 담보하는 보험계약의 만기 시점에 자필서명 미이행을 주장해 환급금을 요구하는 블랙컨슈머 제재 요구에 금융감독원이 수용불가 의사를 밝혔다.

보험업계는 단순 사망보험 계약의 경우 만기 시 환급금이 납입 보험료 대비 적다는 점을 악용하는 소비자를 저지하기 위한 조치 마련을 금감원에 요구했다.

반면 금감원은 타인의 사망을 담보하는 보험계약은 피보험자 살해 위험성을 등을 배제하기 위해 서명동의를 반드시 필요하고, 이를 위반한 계약은 당초 무효라는 판례를 들어 거부했다.

◇ 자필서명 미이행 주장 만기 계약도 보험료 환급해야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사망보험 계약 만료 시점에 자필서명 미이행 여부로 환급금을 요구하는 블랙컨슈머에 대한 보험업계 제재 요청에 불수용 판단을 내렸다.

보험업계는 보험계약자가 선의이며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에만 보험료의 전부 또는 일부의 반을 청구할 수 있음을 표준약관에 명시할 필요가 있음을 금감원에 건의했다.

현행 생명보험 표준약관은 타인의 사망을 보험금 지급사유로 하는 계약에서 계약 체결 시까지 피보험자의 서면동의를 얻지 않은 경우 계약은 무효가 돼 기납입보험료를 돌려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보험기간이 만료된 이후 피보험자가 서면 동의를 직접 하지 않았음을 이유로 해당 보험계약이 무효임을 주장하면서 약관에 따라 기납입보험료를 전부 지급하라는 민원이 증가하고 있다는 게 보험업계의 건의 사유다.

그러면서 모집인이 자필서명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고, 해피콜 과정에서 피보험자가 직접 서면 동의를 했다고 답했음에도 계약기간 종료후에는 자필서명을 이유로 기납입보험료 전액 반환을 주장하는 ‘악의의 계약자’가 포함돼 있다고 부당한 보험금 지급 사유를 설명했다.

보험업계의 이러한 건의는 일반적인 사망을 보장하는 정기보험 등에 해당되는 것으로 보인다.

정기보험의 경우 계약 만기 시 만기환급금이 기납입보험료보다 적거나 없을 수 있다. 사망을 담보로 가입했지만 생존 시 소비자가 납입보험료에 대한 불만을 가질 수 있는 상품군이다.

◇ 당국 판단, 완전판매 중요성 강조

이 같은 보험업계의 건의에 금감원은 부당하게 보험금이 지급 경우임에도 불구하고 보험업계의 건의에 불수용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

타인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계약에서 피보험자의 서면동의를 요구하는 것은 피보험자 살해의 위험성 등을 배제하기 위한 강행규정인데, 이러한 규정이 불수용 회신 이유다.

피보험자가 서면으로 동의의 의사표시를 해야 하는 시점은 ‘보험계약 체결 시까지’인데, 이를 위반한 계약은 ‘대법원 2010.2.11. 선고 2009다74007’에서 무효라는 판결이 났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금감원은 특히 이러한 보험계약의 경우 설계사가 계약자에게 피보험자의 서면동의 등의 요건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계약자로부터 그 요건을 구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유요한 계약이 성립하도록 조치할 주의의무가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또한 계약자의 악의·중과실 여부 등은 사후적으로 입증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고, 계약자 보호의 측면에서 계약이 무효인 경우 계약자의 선의 등을 묻지 않고 계약자에게 기납입보험료를 반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점도 불수용 사유로 밝혔다.

결국 금감원은 당초 자필서명을 받지 않을 시 불완전판매로 계약이 무효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보험사가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계약을 유지했기 때문에 그 책임을 지고 기납입보험료를 반환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판단으로 계약 만기 시 기납입보험료 반환을 요구하는 블랙컨슈머가 증가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그만큼 보험사의 상품 판매책임과 완전판매의 중요성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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