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생명 1230억 당기순손실…중소사도 ‘직격탄’

[보험매일=방영석 기자] 보험업계가 지속적으로 악화된 영업환경 여파로 다수의 보험사가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IFRS17 도입 여파로 저축성 보험 판매량을 크게 줄였던 농협생명은 보장성보험 매출이 이를 따라잡지 못하며 작년 1230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 직격탄을 맞았다.

더케이손보와 카디프손보, 처브라이프생명과 라이프플래닛 등 중소 보험사 역시 당기순손실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면서 올해 실적 개선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 체질개선 후유증 앓는 농협생명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IFRS17 도입에 따른 저축성보험 판매 감소와 저조한 운용자산 이이륙 등의 여파로 다수의 보험사들이 작년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고액 일시납 계약이 많아 보험사 외형 성장의 일등 공신이던 저축성보험은 IFRS17 도입 이후에는 자산이 아닌 부채로 집계된다.

회계기준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보험업계는 저축성보험의 판매비중을 낮추고 보장성보험 판매량 확대에 사활을 걸었으나 결국 보장성보험의 매출 증가량이 감소한 저축성보험의 실적을 보전하지 못했던 것이다.

농협생명은 이 같은 체질개선 작업에서 실적 악화의 직격탄을 맞았다. 실적악화의 직접적인 원인은 한국과 미국의 금리 역전에 따른 환 헤지 비용, 주식형 자산 손상차손 및 매각손실이나 그 근본에는 저축성보험에 대한 농협생명의 높은 의존도가 자리잡고 있다.

작년 농협생명이 기록한 당기순손실은 1,230억원으로 그 비중이 보험업계가 기록한 총적자(1,849억원)의 66.5%에 달했다.

이는 농협은행과 같은 계열사인 농협생명이 과거 저축성보험을 중심으로 급성장한데 따른 반동으로 분석된다. 타사와 달리 출범 이후 자사 계열 상품 판매량을 제한하던 방카슈랑스 25%룰이 유예되면서 저축성보험이 농협생명의 성장동력으로 자리잡았던 것이다.

실제로 농협생명은 2012년 출범한 이후 40조원에 그치던 자산이 작년 64조원까지 불어난 상태다. 전국 지역농축협을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저축성보험을 판매한 효과였다.

이는 자연스레 농협생명의 당기순이익 증가로 이어졌다. 2013년 859억원이었던 농협생명의 실적은 2014년 1,493억원 2015년 1,555억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농협생명은 이후 2016년 1,515억원 2017년까지 1,00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둬들이며 5년 연속 매년 1,000억원 이상의 수익을 기록했다. 이 같은 성장세가 작년 1,000억원이 넘는 순손실로 급변했던 셈이다.

농협생명 또한 이 같은 실적 악화의 중대성을 이미 인지하고 있다. 농협생명 경영진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컨설팅을 진행하는 등 실적 반등을 이끌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상태다.

◇ 중소사 실적 개선 고민에 ‘주름살’

실적 부진의 칼바람은 비단 농협생명만이 아닌 중소형 보험사에게도 수익성 개선이라는 고민을 안겼다.

저축성보험이라는 주요 판매 상품이 줄어든 생명보험업계의 순손실 폭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으며 손해보험사 역시 자동차보험 손해율 악화 등의 여파를 피해가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작년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중소사는 DGB생명(5억원), 교보라이프플래닛(168억원), 처브라이프생명(214억원), 더케이손보(105억원), 카디프손보(127억원) 등 5개사였다.

해당 보험사들은 저조한 운용자산이익률이라는 고민 역시 공유하고 있다. DGB생명(3.1%), 라이프플래닛(3.2%), 농협생명(2.65), 처브라이프생명(3%) 등 부진한 성적을 보였던 생명보험사들의 운용자산이익률은 생보업계 평균인 (3.6%)에 모두 미치지 못했다.

더케이손보(2.95%)와 카디프손보(1.5%) 역시 운용자산이익률이 손보업계 평균인 3.4%를 하회하면서 동일한 문제점을 나타낸 상태다.

해당 보험사들의 입장에선 매출이 줄어드는데 더해 기존 자산을 운용해 수익을 내는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셈이다. 올해 실적 반등이 더욱 힘겨울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저축성보험 판매량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규 계약 축소와 자산운용의 어려움까지 겹치면서 수익성개선에 난항을 겪고 있는 보험사들이 많다”며 “영업 전략의 대폭적인 수정을 통해 이를 개선할 대응책 마련에 보험업계 전체가 매진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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