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공정가치 산정 기준 과해” 주장에 "민간 사기업 이익 추구 잘못?" 반론도

 

[보험매일=임성민 기자] 지난주 교보생명 노동조합이 60만명을 목표로 하는 전국민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교보생명 FI(재무적투자자)들이 단기차익을 노리고 풋옵션을 행사해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으로 회사를 삼키려 한다며 고객의 미래 보장을 위해 성실히 쌓아온 돈을 해외투자자가 삼키고, 결국 기업가치를 하락시켜 매각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차단해야 한다는 조치에서다.

그러면서 교보생명 노조는 FI들을 민족 기업을 헤하려는 악덕 투기자본으로 몰아세웠다. 동시에 국회 앞에서는 ‘어피니티는 당장 사죄하고 풋옵션을 철회하라’는 성명서도 발표했다.

교보생명 노사의 신창재 회장 경영권 유지와 이를 통한 민족기업 회생을 위한 노력이 안팎으로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하지만 왜 교보생명 FI는 악덕 투기자본이 됐으며, 사죄까지 해야하는 걸까?

교보생명의 FI는 어피니티에퀴티파트너스, IMM PE, 베어링PEA, 싱가포르투자청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들의 교보생명 보유 지분은 지난 2012년 인수 당시 24%다. 지분 총액만 1조2,054억원(주당 24만5,000원)에 달한다.

이들 FI는 인수 당시 교보생명이 아닌 신 회장과 별도의 계약을 맺었다. ‘풋옵션’이라 불리며, 2015년 9월까지 기업공개(IPO)를 하지 않을 시 신 회장이 직접 되사야 한다는 조건이다.

그러나 현재 약속한 2015년 9월은 한참 지난 2019년이 됐다. 교보생명은 새 회계기준 도입을 앞두고 자본확충을 위한 수단으로 IPO를 최후의 보루로 삼고 있었고, 올해 IPO를 본격 추진했다.

IFRS17 도입 시 수 조원에 달하는 자본을 확충해야 하는데, 상장을 통해 자본 수혈을 계획했고, 그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하에 FI를 설득하면서 작년까지 끌어온 것이다.

헌데 3년을 더 기다려온 FI들이 지난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풋옵션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이후 현재 대한상사중재원에 중재 신청을 한 상태다.

교보생명 FI들도 이익을 추구하는 민간 사기업이다. 약속한 IPO 시기로부터 3년이 경과했음에도 불구하고 작년까지 오히려 기다려 준 경우이기도 하다.

이들이 비영리단체가 아닌 이상 투자에 따른 원금과 이익금을 회수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설명이다.

어느 부분에서 악덕 투기자본이라는 오명이 씌워졌으며, 무엇에 대해 어떻게 사죄를 해야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물론 FI들이 요구하는 주가산정 기준은 다소 불합리해 보인다. FI들은 그간의 손해를 이익 극대화를 통해 만회하려는 듯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을 선정, 40만9,000원의 공정가치를 산출했다.

주가산정 기준은 상장 생보사 중 삼성, 한화, 오렌지라이프 등의 직전 1년 평균을 적용했다. 작년 기준에서 직전 1년 기준을 적용했다는 것은 최고가를 희망하는 기준을 적용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에 대한 교보생명의 반발도 극심하다. FI들의 주가산정 기준은 합리적이지 않을 뿐 아니라 금융당국이 지난 2005년 제정한 ‘PEF 옵션부투자 모범규준’을 위반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당시 PEF(사모펀드)가 2대주주 등으로 참여하는 재무적투자자의 옵션부투자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내놓았으며, 관련 내용에는 피투자기업과 어떠한 콜옵션이나 풋옵션약정도 하지 않도록 규정했다.

만약 약정할 경우에는 경영권참여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라는 PEF목적 달성에 필요한 합리적인 수준이 돼야한다는 모범규준을 제정하기도 했다.

결국 교보생명의 기업가치가 사측이 주장하는 20만원대와 FI들의 40만원대, 양측의 공정가치 중 누구의 의견이 타당한지가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결정 여부에 따른 경영권 문제, 지분매각 등의 파장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교보생명이 FI와의 협상을 지속하려는 갖은 방안을 내놓고 있어 아직 협의 여지 또한 남아있기 때문에 IPO를 앞두고 원만한 협의안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보험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