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포화·수수료 경쟁력, 설계사 포기 배경…ABL생명 ‘압도적 증가세’
[보험매일=임성민 기자] 포화된 시장에서 생보사들이 IFRS17에 선제적으로 대응에 나서면서 생보업계를 떠나는 신입 설계사들이 늘고 있다.
소비자 니즈가 높은 저축성보험의 판매 수수료가 IFRS17 도입 영향으로 하향 조정되고 있는 가운데, 상품 판매 경쟁력이 높은 GA(독립법인대리점)로 이동 빈도가 높아진데 따른 결과다.
ABL생명은 신입 설계사 도입을 장려하며 업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반면, 처브라이프생명은 설계사 대거 이탈 현상이 발생하며 최저 수치를 기록했다.
◇ 업계 불황에 정착률도 ‘아래로’
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작년 생보업계 13월차 설계사 등록정착률은 전년 대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해 생보업계 평균 13월차 설계사 등록정착률은 37.2%로 전년 동기 38.6% 대비 1.4%포인트 하락했다.
생보업계 설계사 정착률의 하락세는 지난 2016년부터 지속되고 있다. 2016년 40.2%였던 생보업계 평균 정착률이 2년만에 3.0%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13월차 설계사 등록정착률은 생보사 설계사 자격시험을 합격해 정식 도입된 설계사가 1년간 설계사 업무를 수행했는지 여부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다.
특히 설계사의 정착률은 권유에 아웃바운드 영업이 주로 이뤄지는 보험업권에서 계약 유지율과 연관성이 깊어 보험사들이 각별한 관리를 신경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계사 정착률이 최근 지속감소하고 있는 이유는 가구당 보험가입률이 98.4%에 달해 시장이 포화되면서 수수료율이 높은 보장성보험을 판매할 수 있는 동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17년 IFRS17 기준서가 발표된 이후 생보사들이 본격적으로 새 회계기준 도입에 대응을 준비하면서 생보업계 설계사들의 입지도 점차 좁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생보사들은 IFRS17이 도입될 경우 부채의 시가평가를 골자로 하기 때문에 저축성보험은 대부분 부채로 인식되는데, 선제적으로 상품 포트폴리오를 보장성 위주로 전환하면서 저축성보험의 수수료를 줄여나간 것이다.
결국 소비자의 가입 니즈가 상대적으로 높은 연금·저축보험의 수수료율이 줄어들자, 생존에 위협을 느끼고 업계를 떠나고 있다는 뜻이다.
또한 원수사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수수료를 익월 수당으로 지급하는 GA(독립법인대리점)로 잦은 이탈도 정착률 하락의 배경이 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원수사 근무 기간이 긴 설계사는 보유계약 건수가 많아 이에 따른 유지수수료가 지급돼 기본적인 생활이 가능하지만, 위촉 기간이 짧은 13차월 이하 설계사들은 유지수수료가 없거나 적어 높은 익월 수당 지급 유혹에 빠지기 쉽다는 설명이다.
◇ ABL·처브라이프생명 1년새 상반된 정착률
생보업계 평균 정착률이 감소세에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ABL생명은 지난해 12.4%포인트를 끌어올리며 업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ABL생명은 지난 2016년 31.8%였던 정착률을 2017년 42.2%, 작년에는 54.6%까지 2년만에 22.8%포인트 끌어올렸다.
ABL생명은 각 영업지점에 모집 관련 시책 재원을 지원하면서 동시에 무경력 신인 설계사가 경력 설계사 대비 효율성이 높다는 자체 판단을 내리고 도입을 장려했다.
이는 경력 설계사의 경우 기존 지인 등 계약이 발생했으나 무경력 설계사는 지인 영업이 가능하다는 점을 착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처브라이프생명은 2017년 36.3%였던 정착률이 지난해 32.7%포인트 하락하면서 3.6%를 기록했다.
처브라이프생명의 정착률 하락 이유는 전체 설계사 모수가 작은 가운데, 작년 대형 지점에서 지점장급 인물이 소속 설계사의 이탈을 독려하며 동반 이탈한데 따른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설계사 정착률은 계약 유지율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 보험사들이 각별히 신경쓰고 있는 지표 중 하나”라면서 “신계약도 중요하지만 계약 유지의 중요성도 부각되면서 정착률을 높이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수수료 문제로 GA로 이탈하는 설계사가 많아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