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종합검사 부담 줄어"…일단 '안도’

[보험매일=방영석 기자] 금융감독원의 종합검사가 보험업계 및 정치권의 ‘보복검사’ 의혹 압박을 버티지 못하고 당초 예정보다 강도가 크게 약해진다.

금감원은 이날 확정한 종합검사 세부 시행방안을 통해 문제시됐던 소송 중인 즉시연금 부문에 대한 검사를 진행하지 않기로 했으며 검사 대상도 최소화할 방침을 밝혔다.

금감원의 행정규제로 법적 판단과 관련 없이 미지급 보험금을 지급했던 자살보험금 사태의 재연을 피할 수 있게 된 보험업계의 부담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 예상보다 ‘무뎌진’ 종합검사 칼날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업계 의견을 수렴한 뒤 올해 실시할 예정인 종합검사의 세부 시행방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실체가 드러난 종합검사 세부 시행방안은 ‘뜨거운 감자’였던 즉시연금이 검사 대상에서 사실상 제외되고 민원 집계 방식이 개선되는 한편, 검사 대상사도 과거 종합검사의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

유인부합적 방식을 내세워 저인망식 검사를 단행, 검사 대상사에 포함된 자체로 ‘불량 보험사’의 낙인이 찍힐 것을 우려했던 보험업계의 의견이 상당부분 반영된 결과다.

이번 종합검사는 금융소비자보호와 건전성, 내부통제·지배구조 등 3개 항목에 각각 30점의 배점을 부여하고 시장영향력 항목에 10점의 배점이 부여돼 최종 평가 점수가 결정된다.

보험업권의 경우 민원건수 및 민원즘감률(10점), 보험금 부지급률(10점), 계열사와의 거래 비율(10점), 자산규모(10점), 초년도 보험료 규모(10점) 등의 배점이 높게 설정되면서 주요 평가 지표로 활용될 예정이다.

금감원은 최근 정무위원회에서 지적받은 사항을 반영, 소송중인 부분에 대한 준법성검사는 실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소비자보호 부분에서 생명보험업계의 아킬레스 건으로 꼽혔던 즉시연금 문제가 사실상 이번 종합검사 평가 대상에서 제외된 셈이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정무위원회에서 “소송중인 사안에 대해 행정부가 검사의 칼을 겨눌순 없다”며 즉시연금 문제를 검사 대상에서 제외할 것을 요구했으며 최종구 금융위원장 역시 “관련 사안을 반영할 수 있도록 논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산업 특성상 민원이 다수 발생할 수 밖에 없는 보험업계의 부담 역시 크게 줄어들었다. 금감원은 보험업계의 의견을 반영해 중복·반복 민원을 제외해 민원 건수를 산출할 예정이며 내용이 중복되는 다수인 민원의 경우 평가 지표에서 삭제하기로 결정했다.

한편 금감원은 종합검사를 받았으나 중대한 지적사항이 없거나 점검 결과가 우수한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다음해 대상 선정 시 반영하거나 제외하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해 보험사의 부담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 한시름 던 보험업계…자살보험금 사태 재연 회피

금감원이 발표한 종합검사 세부 평가 기준이 예상보다 관대해지면서 검사 대상인 보험업계 역시 일정 부분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종합검사 최대의 화두였던 즉시연금 문제가 사라지면서 보험업계가 과거 금감원의 행정지도에 굴복했던 자살보험금 사태의 재현을 피할 수 있게됬기 때문이다.

소송중인 사안은 종함검사를 통해 규제할 수 없게되면서 결과적으로 금감원은 당초 예상했던 검사 지표 수정을 피할 수 없었던 셈이다.

실제로 금감원이 올해 초 단행한 임원 인사를 통해 자살보험금 사태 당시 보험사 압박을 총괄했던 이성재 보험 담당 부원장보를 임명하자 보험업계의 우려는 최고조에 달했다.

행정규제를 통해 보험금 지급을 유도했던 자살보험금 사태와 동일하게 약관이 촉박한 즉시연금 분쟁에서도 금감원의 강력한 보험금 지급 압박이 이뤄질 것이란 우려였다.

보험업계는 약관의 이중해석 여부가 촉발했던 자살보험금 사태에서 소멸시효가 지난 계약에 대해 보험금 지급 의무가 없다는 대법원 판결을 받았으나, 기관 경고 등 강도 높은 금감원의 행정 제재에 버티지 못하고 미지급 보험금을 일괄 지급한 바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장이 즉시연금 문제를 종합검사에서 제외하라는 의원들의 요구에 거부의사를 밝히는 등 강경한 모습을 보여왔던 만큼 종합검사에 대한 걱정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며 “다행히 보험업계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합리적인 판단 기준이 마련된만큼 종합검사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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