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는 저실적 설계사 대규모 구조조정 경고

[보험매일=방영석 기자] 정부가 비준을 준비하고 있는 ILO(국제노동기구) 핵심 협약과 관련해 보험설계사 등 노동계가 집회를 개최하는 등 압박에 나선다.

설계사 단체는 ILO 핵심 협약 비준으로 고용 형태와 관련없이 특수형태근로자가 노동3권을 보장받고 보험사를 상대로 단체행동에 나설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보험업계는 업권 과수성을 무시한 채 노동3권이 보편으로 보장된다면 설계사 조직 유지에 대한 보험사의 부담이 급증으로 대량 정리해고가 발생할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 ILO긴급공동행동 발족…내달 특고직 집회 개최

2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민주노총과 보험설계사 단체 등 노동계가 ILO 핵심 협약의 조건 없는 비준을 요구하며 정부를 향한 압박에 나선다.

민주노총은 이날 30여개의 시민단체 등과 연합해 ILO긴급공동행동을 발족했으며 정부의 조속한 협약 비준을 촉구했다. 보편적인 기본권인 노동3권을 보장하는 문제는 타협의 대상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높았다.

ILO 핵심협약은 ILO가 회원사에게 준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8개 협약으로 아직까지 국내에서 적용되지 않고 있는 ‘결사의자유’에 대한 협약 87호와 98가 이번 비준의 쟁점이 되고 있다.

ILO 기본협약은 고용 관계에 상관없이 보편적으로 노동3권을 보장한다.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인 설계사가 비준안 통과를 적극적으로 촉구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현재 비준 준비중인 ILO 기본협약이 원안 그대로 통과된다면 설계사들은 공식적으로 노동조합을 결성할 수 있게 되며, 보험사를 대상으로 단체협상에 나설 수 있게된다.

협상 결과에 따라 노사 입장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날 경우 40만에 달하는 보험설계사들이 각자 소속된 노조 아래에서 보험사를 대상으로 파업 등 단체행동에 나설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는 4대 보험 적용 등을 놓고 수년간 공회전했던 설계사 권익 증진 문제를 급진전할 수 있는 도화선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협약 비준으로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 받게되는 설계사들에게 노동3권 보장을 거부할 법리적인 당위성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설계사 단체 입장에선 근로기준법에 가로막혀 지속적으로 고배를 마셨던 4대보험 적용 및 퇴직금 등 근로자에 준하는 권리를 요구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는 셈이다.

민주노총 역시 소속 지부인 보험설계사 노동조합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을 대상으로 4월 13일 서울에서 집회를 개최, 대정부 압박을 전면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 설계사 조직 유지부담 급증…구조조정 불가피

반면 협약 비준 시 설계사의 고용주가 되는 보험사 등 보험업계는 노동계의 조건 없는 노동3권 부여 요구에 대한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40만에 달하는 설계사 조직이 노조 결성 및 단체협약·행동권을 지니게 된다면 설계사 조직을 유지하기 위한 보험사의 금전전 부담이 급증할 것이란 지적이다.

보험사들은 이 같은 설계사의 ‘근로자화’가 궁극적으로 저실적 설계사에 대한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노사갈등에 따른 보험사의 경영불안 문제는 물론 근로자성을 인정받게 되는 설계사들의 4대보험 가입 등의 문제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면서 업계의 재무부담이 급증할 것이란 설명이다.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선결되야 하는 경영계와 노동계의 의견조율이 답보상태에 있다는 점도 설계사의 노동3권 부여의 향방을 현 시점에서 쉽사리 가늠할 수 없게 하고 있다.

최근 정부는 경영진과 노조로 구성된 경사노위를 통해 핵심협약 비준에 대한 합의를 이룰 것을 요구했으나,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모두 이를 보이콧 하면서 실마리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노동계의 ‘무제한적 노동권 보장’ 요구에 경총을 비롯한 경영계가 대체근로 허용과 부당노동행위의 형사처벌 규정 삭제, 사업장 내 쟁의행위 금지 요구로 맞불을 놓은만큼 협약 비준 시기를 누구도 특정할 수 없게된 셈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ILO 핵심 협약이 노동계의 주장처럼 무제한적인 노동3권 보장으로 이어지게 된다면 보험사들은 결코 40만명이나 되는 설계사 조직을 현재처럼 유지할 수 없게된다”며 “실적이 검증된 일부 설계사를 제외한 대다수 설계사들은 일자리를 잃게될 것이며 대면채널 자체가 급격히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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