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보호 취지 살려야 VS 금융사 부담 지나치게 커져

[보험매일=방영석 기자] 정부가 연내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이해 관계자들의 뚜렷한 입장 차이로 합의에 실패하면서 입법 논의 일정이 다음 달로 연장됐다.

금소법은 소비자 보호를 목표로 입증책임 전환과 징벌적손해배상제도, 집단소송제 등 보험업계를 비롯한 금융사들의 책임을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소비자 보호를 위해 해당 규제들을 일괄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과 금융사의 부담 증가를 우려, 시행 시기를 늦추거나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가운데 보험업계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 금소법 입법 결론…2차 소회의로 연기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발의된 금소법이 최근 개최된 국회 소위원회에서도 이해 관계자들 사이의 입장차를 줄이지 못하고 입법이 결정되지 못했다.

금소법은 지난 2012년 복잡해지는 금융상품과 시장 환경 속에서 소비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취지로 최초로 발의된 이후, 2017년까지 총 5건의 관련 법안이 발의돼 정무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보험업계를 비롯한 금융사들은 금소법 통과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소법이 담고 있는 입증책임 전환 및 징벌적손해배상제도, 집단소송제 등이 경영에 미칠 영향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금소법은 소비자 보호 취지로 금융사에 대한 강력한 제재 기준들을 담고 있다. 그러나 해당 기준들이 원안대로 준용된다면 보험사를 비롯한 금융사들의 부담이 지나치게 가중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대두되면서 법안 상정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상태다.

금소법은 2012년 최초 발의됐음에도 불구, 이 같은 우려와 금융소비자보호원 설립 등 감독체계 개편 문제가 대두되면서 18대와 19대 국회에서 폐기된 바 있다.

실제로 소비자 보호라는 당위론과 금융사의 부담이 지나치게 높아질 것이란 현실론은 올해 처음으로 개최된 소위원회에서도 팽팽하게 맞섰다.

금융사의 책임 강화를 통해 소비자 보호 제도의 실효성을 살려야 한다는 의원들의 법안에 보험업계는 물론 정부안을 제시했던 금융당국도 난색을 표했던 것이다.

정무위원회 소위원회에 참석한 김용범 금융위원회부원장은 금소법 입법과 관련된 정부 취지를 정리하며 “징벌적손해배상과 집단소송제는 정부안에는 없었던 내용으로 징벌적 과징금 부과 등으로 소비자 보호 장치가 대폭 강화되는 만큼 금소법 제정 이후 중장기적으로 도입을 검토하는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입증책임 전환의 경우에도 신의성실의원칙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적용할 경우 처벌 근거가 모호해질 수 있기 때문에 보다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금융소비자보호원 등 금융감독체계 변경은 추후 종합적으로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산업 특성상…민원 많은 보험업계 ‘치명타’

이처럼 국회에 계류된 의원 발의안의 경우 정부안보다 강화된 기준을 담고 있어 실제로 입법된다면 다수의 민원이 발생하고 있는 보험업계에 막대한 재무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모든 종류의 위법행위 여부를 보험사가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데다 소비자들이 공동으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패소할 경우에는 막대한 배상금까지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보험업계는 현재까지 소비자와의 분쟁에서 패소할 경우 미지급 보험금과 지연이자만을 지급하면 법적인 책임을 다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징벌적손해배상제도가 추가로 도입된다면 보험사들은 앞으로는 이를 뛰어넘는 금액을 정식적 피해 배상금 등으로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즉시연금 사태나 과거 자살보험금 사태, 암입원 보험금 분쟁 등에 적용할 경우 보험사의 재무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 소비자 보호를 위해 도입되는 금소법 자체의 당위성에는 보험사들도 이견이 없으나 금융사에게 지워지는 책무가 지나치게 크다는 우려가 높았다”며 “기존 정부안에서도 징벌적 과징금 등 소비자 보호 장치가 대폭 강화되는 상황을 고려해 법안 세부 내용이 현실적으로 도입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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