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 인하 효과 입증…손해율 악화 및 저조한 판매량 해결은 ‘숙제’

[보험매일=방영석 기자] 금융당국이 고령 소비자들의 보험료 부담 경감과 보험보장 사각지대 해소를 목표로 도입했던 노후실손보험이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노후실손보험을 판매하는 보험사 대다수가 보험료를 지속적으로 인하하고 있음에도 손해율 악화로 인해 판매량이 좀처럼 늘지 않으면서 보장이 확대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수익성을 고려하지 못한 노후실손보험이 사보험 시장에서 활성화되지 못할 것이란 비관론이 우세한 가운데 제도의 실효성을 살리기 위한 금융당국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 ‘저렴한 보험료’ 효과 뚜렷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4년 도입된 노후실손보험의 보험료가 최근 지속적으로 인하된 것으로 나타났다.

노후 의료비 부담으로 실손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는 고령 소비자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금융당국의 취지가 확실한 효과를 거둔 것이다.

노후실손은 금융당국이 고령 소비자들의 의료비 부담 축소를 목표로 도입한 정책성 보험 상품으로 크게 상해담보와 질병담보, 요양병원의료비 및 상급병실료 차액 담보로 구성되어 있다.

일반실손보험보다 자기부담금의 비중은 높지만 보장 한도와 가입연령이 확대되고 보험료가 20~30% 저렴한 상품이다.

보장 한도 또한 회당 100만원, 상해·질병실손의료비는 연간 1억원으로 회당 30만원으로 설정하면서 연간 5,000만원 수준의 일반실손보험보다 넓은 만큼 소비자에게 큰 혜택이 돌아가는 특징이 있다.

노후실손을 판매하는 10개 보험사는 지난 2018년 일제히 보험료를 인하하거나 동결했다. 이에 따라 2016년 보험료를 인하한 이후 2017년 일제히 올랐던 노후실손 보험료 역시 작년을 기점으로 다시 하락세를 보였다.

이 기간 대형사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노후실손 보험료가 각각 16.6%와 2.9% 낮아졌다. 해당 상품을 판매하는 타 대형사인 DB손보와 현대해상, KB손보 역시 보험료를 동결한 상태다.

보험료 인하 움직임은 중소형사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에 이어 농협손보가 1.2% 보험료를 인하했으며 작년 보험료를 인상한 보험사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실손보험료가 과도하다는 소비자들의 불만과 2017년 보험료 인상에 따른 금융당국의 인하 압박의 결과로 분석된다.

◇ 천정부지 손해율…판매량 저조에 ‘발목’

그러나 이 같은 보험료 절감 효과에도 불구하고 노후실손은 저조한 판매량에 발목이 잡히면서 고령층의 의료비 부담 경감이라는 당초 취지를 모두 살리지는 못하고 있다.

발병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고령 고객들을 일반실손 대비 저렴한 보험료로 보장을 확대하다보니 보험사의 손해율이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7년 기준 노후실손의 손해율이 적정 손해율(80%) 이하였던 보험사는 작년 보험료 인하를 단행한 삼성생명(65.4%)과 농협손보(62%) 두 개사에 불과했다.

메리츠화재(114.4%)와 한화손보(94.2%), 롯데손보(82.4%)와 삼성화재(103.6%), 현대해상(112.4%)과 KB손보(90.6%), DB손보(99.6%) 등 타 보험사 입장에선 판매할수록 손해가 발생했던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보험사들은 노후실손 판매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상품이 출시된 2014년 8월 이후 4년간 보험사들이 모집한 계약건수는 3만 건도 넘어서지 못한 상태다.

결과적으로 보험료가 저렴하고 보장범위가 넓은 실손보험을 출시하겠다는 금감원의 목적은 이루졌으나 이를 다수의 소비자에게 확대하겠다는 목표는 좌절된 셈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노후실손보험은 수익을 목적으로한 영리 기업인 보험사들이 판매를 목적으로 만들어낸 상품과는 성격이 다르다”며 “소비자 권익 향상을 목적으로 도입된 정책성 상품인만큼 수익성을 따져야하는 민영 보험사 입장에선 판매를 확대하기 어려운 상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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