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특수성 고려 안 된 정책들 '무용지물'

[보험매일=임성민 기자] 금융당국이 과거에 추진한 보험 관련 정책 중 보험복합점포·IFA제도·상품심의위원회 등이 그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좀비정책으로 전락하고 있다.

보험업에 대한 특수성 및 제도의 시행 가능성 등을 염두하지 않은 채 추진되면서 보험업계의 적극적인 관심을 이끌어내지 못해 외면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제도들은 현재 금융당국도 실효성 있는 제도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을 사실상 하지 않고 있어 폐지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다.

◇ 보험 특수성 고려 안 된 정책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복합점포·IFA·상품심의위원회는 금융당국이 획기적으로 추진했으나 현재는 실효성 및 효용성 없는 정책으로 꼽히고 있다.

보험복합점포는 지난 2015년 금융위원회가 금융도 원스톱으로 쇼핑이 가능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금융지주사가 보험을 판매할 수 있도록 도입한 제도다.

그러나 2년의 시범운영 기간이 끝난 뒤 복합점포 10곳의 판매실적은 총 950건에 불과했다. 금융당국의 예상과 달리 보험업계의 예견대로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것이다.

부진한 실적의 원인으로는 복합점포 규제로 창구 외부에서는 보험영업이 불가능하도록 한 아웃바운드 금지가 대표적이다.

보험영업은 일반 영업과 달리 고객을 찾아가는 아웃바운드 영업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이 같은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복합점포는 은행·증권과 별도의 출입문을 사용해야 했다. 이는 아웃바운드 영업이 불가능한 가운데, 은행·증권과의 연계영업도 애초에 불가능하도록 만들어졌다는 설명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규제를 완화·보완하기 위해 지주사별 영업 허용 보험점포를 3개에서 5개, 은행·증권·보험의 복합점포만 가능토록 한 것에서 은행·보험, 증권·보험 형태로 개설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그럼에도 정작 중요한 아웃바운드 영업의 규제가 풀리지 않으면서 현재 4개 지주사 8개 보험복합점포만이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13년부터 도입이 추진됐고, 2017년 5월 시행된 IFA(독립투자자문업자)제도 또한 유명무실한 제도로 꼽힌다.

IFA는 특정 금융사에 소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투자자문을 제공하는 전문자문업자를 말한다.

해당 제도는 외국 사례를 빗대어 볼 때 도입 시 큰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GA의 전환 설립이 불가능하도록 배제되면서 현재 보험업계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현행법상에서의 GA들은 투자자문업 등록이 불가능한데, GA들이 IFA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사실상 보험대리점을 포기해야하기 때문이다.

◇ 권한 손에 쥐었지만 ‘무용지물’
‘보험산업 경쟁력 강화 로드맵’의 일환으로 금융당국이 생명·손해보험협회에 표준약관 제·개정 권한을 부여한 ‘상품심의위원회’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상품심의위원회는 십 여 개 이상의 표준약관을 양 협회가 자율적으로 제·개정할 수 있도록 권한을 위임받은 민간 기구지만, 현재 제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민간 기구인 양 협회가 상품심의위원회를 통해 표준약관을 제·개정할 수 있도록 마련된 법정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현행 보험업법은 양 협회가 표준약관을 작성토록 하는 관련 근거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아 금융당국이 직접 표준약관을 작성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보험업법 개정 이전에 자율성만 부여하면서 실질적인 역할 수행을 못해 금융당국의 자문 역할만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복합점포의 경우 당국 눈치로 운영은 하지만 발생 수익이 극히 적어 가능하다면 다들 운영을 포기하고 싶을 것”이라며 “제도들의 도입 취지는 좋았으나 보험의 특수성을 고려할 필요는 있어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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