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매일=이흔 기자] 고령 운전자가 앞차를 피하려다 신체 반응이 떨어져 제동장치를 잘못 조작, 버스정류장으로 차량을 돌진해 3명의 사상자를 냈다면 어떤 처벌을 받았을까?

재판부는 금고형을 결정하면서 형 집행을 유예했다. 피고인이 피해자 유족과 합의하고 혈액암을 앓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양형했다.

재판부는 양형 기준에 따라 형을 정하면서도 "피해자들에게 아무 과실이 없는데도 사망에 이른 결과는 매우 중하고 피고인의 죄책이 무겁다"고 강조했다.

15일 법원과 경찰에 따르면 2017년 7월 13일 오전 11시 20분께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에서 A(77)씨가 운전하던 승용차가 버스정류장을 들이받았다.

A씨는 정류장에 버스가 정차하자 당황해 핸들과 제동장치를 잘못 조작, 정류장으로 돌진해 버렸다.

이 사고로 버스정류장 의자에 앉아있던 B(72)씨가 A씨의 승용차에 치여 숨졌다. 사망원인은 다발성 골절과 내부 장기 손상이었다.

또 B씨 옆에 있던 C(61)씨와 버스에서 내려 걸어가던 D(71)씨가 치여 골절 등 전치 2∼5주의 상해를 입었다.

이들 3명은 날벼락을 맞았다. 음주 운전이나 졸음운전은 아니었다. 

A씨는 앞을 제대로 보고 운전했으나 단지 나이가 문제였다.

경찰은 A씨가 고령이어서 인지능력과 신체반응력이 떨어져 앞에 정차한 버스를 보고 핸들과 제동장치를 제대로 조작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했다.

과실이었지만 피해가 커 A씨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사·치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의정부지법 형사9단독 유성혜 판사는 지난해 8월 A씨에게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해자에게 아무 과실이 없는데 피고인의 과실과 그 결과가 매우 중해 죄책이 크다"며 "사망 피해자 유족, 상해 피해자 등과 합의한 점,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고령으로 혈액암을 앓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양형했다"고 판시했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은 교통사고로 사상이 발생하면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다. 

대법원 양형 기준은 사망자가 있으면 금고 8월∼2년이다.

그러나 교통사고는 원칙적으로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한다.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처벌하지 않는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더라도 자동차 종합보험이나 공제에 가입돼 있으면 실형을 피할 수 있다.

다만 뺑소니, 음주 운전 등 중과실에 해당하면 피해자 의사와 상관없이 처벌받는다.

최근 고령 운전자의 잇단 교통사고로 사회적인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도로교통공단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는 2013년 1만7천590건에서 2014년 2만275건, 2015년 2만3천63건, 2016년 2만4천429건, 2017년 2만6천713건으로 매년 증가했다.

고령 운전자 사고 건수가 늘면서 사상자도 급증했다. 2013년에는 사망자 737명·부상자 2만5천734건이었으나 2017년에는 사망자가 848명으로 4년 만에 15%(111명), 부상자는 3만8천627명으로 50%(1만2천893명) 각각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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