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시인과 함께읽는 사기(史記)
쓸개를 씹으며 복수를 준비하다월왕의 와신상담
이흔 기자  |  xionm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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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1.14  10: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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坐臥仰膽 飮食嘗膽 좌와앙담 음식상담 (臥薪嘗膽)
앉거나 서거나 쓸개를 바라보며, 먹을 때마다 쓸개를 맛보다 <越王句踐世家>
월왕 구천이 오나라에게 패한 뒤 재기를 위해 스스로 고난을 감내함

공자(孔子)가 노나라 재상으로 활약하던 시기에 오나라는 승승장구하여 초나라를 유린했다.
오자서와 손무를 비롯한 강호의 호걸들을 영입한 후 오왕 합려는 중원의 패자가 되었다.
오나라는 그 여세를 몰아 인접한 월나라를 공격했다.

월나라의 자살특공대

오나라와 월나라는 서로 라이벌 관계지만, 강 하나를 경계로 인접한 이웃이기도 했다. 두 나라 사람들은 생계를 위하여 한 배를 타고 서로 강을 넘나들었는데, 도중에 바람이 세게 불어 위태로우면 선객들은 국적을 가리지 않고 협력하여 안전을 도모했다. 여기서 ‘한 배를 탄 라이벌’을 뜻하는 오월동주(吳越同舟)란 말이 나왔다. 예상치 못한 위험 앞에서는 적과도 손을 잡을 수 있다는 예화로 <손자병법>에 실려 있다.

이웃 관계에서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강해져서 팽창정책을 쓰게 되면 인접한 나라에게는 불행이 찾아든다. 가장 가깝다는 이유 하나로 가장 먼저 합병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왕 합려가 월나라를 넘보기 시작하여 두 나라의 관계는 위태롭게 되었다. 마침 월나라 왕 윤상이 죽자 오나라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쳐들어갔다. 월왕 구천(句踐)이 맞아 싸웠다. 서로 대치한 상태에서 월나라 군은 결사대를 두 차례나 내보냈지만, 오군 진영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군은 너무나 질서가 정연하며 빈틈없이 단단했다.

구천이 색다른 전술을 사용했다.

한 무리의 월나라 병사들이 칼을 들고 적군인 오나라 군진 앞으로 줄지어 나왔다. 그들은 오나라 병사들이 보는 앞에 3열 횡대로 늘어서더니 각자의 칼을 뽑아 칼날을 자기 목에 대고는 소리 지르면서 차례로 목을 베고 쓰러졌다. 일종의 자살특공대다.

오나라 군사들이 호기심과 당황스러움으로 우왕좌왕할 때 월나라 군대가 한꺼번에 밀어닥쳤다. 오나라 군대는 와해되고, 오왕 합려는 창에 찔려 발을 다쳤다. 합려왕은 끝내 이 상처로 인해 죽었다. 죽기 전 합려는 사자를 보내 태자 부차를 왕으로 세우게 하고, “월왕 구천이 나를 죽게 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라”고 당부했다.

오왕 부차는 즉위한 해에 대부 백비를 태재, 즉 재상으로 삼았다.

오나라 부차가 보복을 위해 군사를 훈련한다는 말을 듣고 월왕 구천은 그 싹을 자르기 위해 3년 뒤에 오나라를 기습했다. 그러나 오왕 부차는 월군을 막아냈을 뿐 아니라 국경을 넘어 반격해 들어갔다. 월왕 구천이 섣부른 기습을 후회했지만 때는 늦었다.

월왕이 마지막 남은 5천명의 군사로 회계산에 방어선을 쳤으나 나라의 운명은 풍전등화 같았다. 월왕은 항복을 결심했다.

뇌물에 약한 재상을 노려라

대부 문종이 백기를 들고 적진으로 찾아가 오왕 부차 앞에 무릎을 꿇었다.
“임금님이 신하인 구천이 저를 보내어 ‘구천은 신하가 되고 처는 첩이 되기를 청합니다’라고 전하게 하였습니다.”

부차가 항복을 받아들이려 하자 오자서가 반대했다.
“지금은 하늘이 월나라를 오나라에 주려는 것이니, 승낙하지 마십시오.”

문종의 보고를 받은 구천이 부인과 자식을 죽이고 자신은 죽음을 무릅쓰고 항전하려 했다. 문종이 말렸다. “서두르지 마십시오. 오나라의 장군 오자서는 서릿발 같지만, 태재 백비는 탐욕스러운 사람입니다. 보물을 불태워버리기 전에 차라리 그에게 뇌물로 보낸다면 반드시 살아날 길이 있을 것입니다.”

백비에게 은밀히 뇌물을 보내고 동정을 구하자 과연 백비는 문종을 부차에게 데려갔다. 문종이 간절히 충성을 맹세하고 또 백비가 거들어 말하니 부차는 월왕의 항복을 받아들였다.

목숨을 부지한 월왕 구천은 편안한 잠자리와 진귀한 별미를 멀리하며 복수를 다짐했다. 방에 동물의 쓸개를 매달아놓고, 앉든지 서든지 바라보며 음식을 먹을 때마다 이것을 핥아 쓴맛을 되새기면서 “너는 회계산의 치욕을 잊지 않았겠지?”라고 스스로 문책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와신상담(臥薪嘗膽=마른 섶을 잠자리로 삼고 쓸개의 쓴 맛을 되새김)이란 말이 여기서 나왔다.

7년 동안 군대를 준비한 뒤에 구천이 오나라를 치려고 하자 대부 봉동이 만류했다.

“일찍 군대를 움직이면 오나라가 경계하게 되고, 오나라가 경계하면 화를 불러들일 뿐입니다. 아직은 발톱을 감추고 기다릴 때입니다. 마침 오나라는 제나라와 진(晉)을 공격하고 초나라 월나라에 깊은 원한을 심어주고 있습니다. 오히려 오나라를 더욱 후하게 받드십시오. 야심이 커지면 틀림없이 경솔하게 전쟁을 도발할 터이니, 제-진-초나라가 오나라와 싸우기를 기다린 뒤에 오나라가 지친 틈을 이용하면 반드시 이길 수 있을 것입니다.”

2년이 더 지나 오나라는 제나라를 공격했다. 오자서가 반대했으나 공격해서 성공했으므로 돌아와서 오자서를 책망하였다.

이 때 월나라는 대부 문종의 책략을 따라 오나라에 식량 지원을 요청했다. 월나라에 대한 부차 왕의 태도를 시험해보기 위해서였다.

부차는 기꺼이 식량을 보내주었다. 이번에도 오자서가 극력 반대했지만 또 무시당했다. 오자서는 월나라를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유일한 충신이었다.
“왕께서 또 말을 듣지 않고 월나라에 베푸시다니, 3년 후에 오나라는 폐허가 될 것이다.”

이 틈에 월나라가 태사 백비에게 잊지 않고 선물을 보내니, 백비는 왕에게 찾아가서 “오자서는 겉으로 충성스러워 보이지만 속은 잔인한 사람입니다”하고 더욱 이간하였다.

“월나라에 또 베푸시다니, 3년 후 오나라는 폐허가 될 것이다.”
이 틈에 월나라가 태사 백비에게 잊지 않고 선물을 보내니, 백비는 자기 왕에게 가서 오자서를 더욱 헐뜯었다.

 

정해용 시인·상임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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