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시인과 함께읽는 사기(史記)
권력자의 협박을 받고 밤길을 떠나다공자 (8)
이흔 기자  |  xionm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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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2.31  10: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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纍纍若喪家之狗 류류약상가지구
풀죽은 모습이 마치 상가집 개와 같다. (<史記>孔子世家)
정나라에서 공자를 찾아 헤매는 자공에게 행인이 공자를 본 느낌을 설명하며

공자는 조(曹)나라를 거쳐 송(宋)으로 들어갔다. 공자가 말했다.
“내 나이 이제 예순이 되었구나. 이제야 나는 남의 말을 들으면 그 의도를 알게 되었다.”

“내 귀가 순해졌다” 60세의 나이를 이순이라 한 것은 바로 공자의 말에서 따온 것이다.

귀가 순해졌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사람은 다른 사람의 말을 들으면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가로젓기도 하며, 기뻐하기도 하고 분노하기도 한다. 귀로 듣는 말에 의해, 그 말의 옳고 그름 또는 수긍하거나 거부하려는 감정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대개 그 반응은 즉각적이다.

그러나 듣는 말에 즉각적 반응을 나타내지 않고 찬찬히 말 뜻을 새기고 나서 정확하게 반응하게 된다면 격렬함은 좀체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귀가 순해졌다는 것은 그런 말이다.

남의 말을 듣고 내 반응을 나타내기 전에, 그 말에 담긴 진의(眞意)를 먼저 살필 수 있는 여유는 곧 너그러움과 지혜로움에서 나올 것이다. 공자는 60세가 되어서야 그 경지에 이르렀다고 말한 것이다.

참고로 <논어>위정편에 실려 있는 공자의 나이 표현에 대해 알아보자.

“나는 열다섯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 삼십세가 되어서야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십세에는 흔들리지 않게 되었고, 오십세에 천명을 깨달았다. 육십세에는 귀가 순해졌으며, 칠십세가 되자 무엇이든 하고 싶은대로 해도 법도에서 벗어나지 않게 되었다.”
(十有五而志于學 三十而立 四十而不惑 五十而知天命 六十而耳順 七十而從心所欲不踰矩)

여기서 따온 말이 ‘15세=지학, 30세=이립, 40세=불혹, 50세=지천명, 60세=이순, 70세=종심소욕불유구’라는 말이다. 뒤에 ‘20세=약관(弱冠), 30세=입지(立志), 70세=고희(古稀) 또는 종심(從心)’이란 말이 더해졌다. ‘77세=희수(喜壽), 88세=미수(米壽), 99세=백수(白壽), 100세=상수(上壽)’도 후대 사람들에 의해 덧붙여진 말이다.

옛날 사람들은 남자의 숫자를 8, 여자의 숫자를 7로 보았다. 그래서 여성은 7세부터 여자다워지고 남자는 8세부터 남자다워지기 시작한다고 보았다. 성년의 나이는 여자 2×7=14세, 남자 2×8=16세로 보았다. 이 나이면 생리적 발달이 완성되어 임신도 가능해지므로 결혼할 수 있는 성년으로 인정했다. 남성과 여성이 각기 완숙되는 나이는 여자 3×7=21세, 남자 3×8=24세다.

또 여자는 7×7=49세까지 임신이 가능하다고 보았고, 남자는 8×8=64세까지 생식능력이 있다고 했다. 사람마다 체질에 따라 시기가 더 이르거나 늦어지는 차이는 있지만, 현대의학이 보는 연령대별 생리적 변화와 큰 차이는 없다.

사마 환퇴가 목숨을 노리다

송나라에서는 군주를 만나지 못하고 큰 나무 밑에서 강학을 시작했다. 30대 시절, 아직 노나라에서 제자들을 가르칠 때 큰 은행나무(杏亶) 아래 그늘에서 강학하던 추억을 되새긴 것이다. 공자의 명성을 아는 사람들이 찾아들면서 새로운 아카데미 시대가 펼쳐지는 듯했다.

그러나 아직 그러한 마당이 공식적으로 주어진 것은 아니었다.

때는 송나라 경공 16년이고, 권력은 사마 환퇴가 쥐고 있었다.

공자가 제후를 만나지 못한 것은 환퇴의 방해 때문이었다. 그는 공자가 전혀 도움이 될 수 없는 사람이라고 헐뜯었을 뿐 아니라, 송나라를 떠나지 않고 행단을 차린 공자를 두려워했다.

공자는 주나라의 여러 제후국들 사이에서 신하들이 자기 힘만 믿고 군주들을 능욕하는 처사에 대해 줄곧 비판했는데, 송나라에서는 환퇴 자신이 바로 그런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하루는 참다못해 부하들을 거느리고 공자가 강학하는 나무 밑으로 찾아와 협박했다.

“대체 송나라에는 무얼 얻어먹으러 왔지? 주례 문화의 전통을 부흥시키겠다고? 권력이 탐나는 거 아니고? 흥, 당신 뜻대로는 안 될 걸.”

겁먹은 제자들이 이곳을 빨리 떠나자고 말하자 공자는 담담하게 말했다.

“하늘이 나에게 이 땅에서 덕을 이어나가도록 사명을 주셨는데, 환퇴 따위가 나를 어떻게 할 수 있겠느냐?”

그런데 곧 환퇴의 군사들이 몇 명의 인부들을 데리고 다시 찾아 왔다. 공자의 제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인부들은 수백 년 된 정자나무를 톱과 도끼로 찍어 쓰러뜨렸다. 공자학교의 터전을 없애버린 것이다. 환퇴의 패악질이 어디에 이를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제자들의 채근을 받고 그날 밤 공자는 그곳을 떠나야 했다. 학자의 자부심을 상징하던 화려한 옷을 짐 속에 챙겨 넣고 모두들 평범한 농부의 옷으로 갈아입었다. 그날 밤으로 일행은 국경을 넘었다. 이제 정(鄭)나라 경계였다. 지리를 잘 아는 자공(子貢)이 일행의 머물 곳을 찾기 위해 앞서 갔는데, 밤길에 날씨마저 좋지 않아 공자 일행은 길을 잃고 말았다. 자공은 사라진 스승을 찾느라 애를 먹었다. 보이는 사람마다 붙들고 스승의 인상착의를 밝히며 혹시 보지 못했는가 물으니 마침 한 사람이 말했다.

“그가 맞는지는 모르겠소만, 동문 밖에 키 큰 사람 하나가 서있는 것을 보았수. 모양새가 평범하지는 않습디다. 이마는 마치 요임금과 닮았고, 목덜미는 성인 고요를 닮았습디다. 어깨는 대부 자산과 같고, 허리 아래는 하우 임금과 닮았는데 세치 정도 짧아보이더군요. 그러나 풀죽은 모습은 영락 상갓집 개(喪家之狗)와 비슷합디다.”

자공이 동문 밖으로 달려와 공자를 찾아냈다. 있었던 일을 말하니 공자가 껄껄 웃었다.

“상갓집 개 같았다고? 그렇지 그랬지, 영락 그 꼴이었을 거야.”

“이마는 요임금 같고, 목덜미는 고요를 닮았습디다. 어깨는 대부 자산과 비슷하고, 허리 아래는 하우 임금보다 세치 정도 짧아보였어요. 그런데 풀죽은 모습은 영락 상갓집 개와 비슷합니다.”
 

 

▲ 정해용 시인·상임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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