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위촉계약서는 약관”…보험사·GA 설명의무 부담↑

[보험매일=방영석 기자] 불완전약관으로 촉발된 즉시연금·암보험 분쟁에 시달리고 있는 보험업계가 설계사 위촉계약에서도 동일한 부담을 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보험설계사 단체는 금융위원회에 약관으로 인정되는 위촉계약서에 대해 보험사, GA가 충분한 설명 없이 규정을 일방적으로 변경하고 있다며 민원을 제기한 상태다.

설계사의 동의 서명이 있다는 이유로 하급심에서 잇달아 패소했던 설계사들이 대법원판결에 근거해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위촉계약서 사전 설명에 대한 보험업계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 제대로 설명 안 한 위촉계약…약관법 위반 명확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설계사 단체인 보험설계사 노동조합은 최근 금융위원회에 보험사와 GA 등 사업주들의 일방적인 수당 삭감 등이 약관법 위반이라는 민원을 제기했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설계사 위촉계약서가 약관법의 적용을 받고 있음에도 일부 보험사와 GA 등 사업주들이 설계사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규정을 일방적으로 변경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보험설계사 노조는 이 같은 사업주들의 행태가 약관법 위반 행위이며 사전에 충분한 안내 없이 이뤄진 해촉·수당삭감·정착지원금 환수 등이 모두 무효인 만큼 금융당국이 이를 시정 해 줄 것을 요구한 상태다.

보험설계사는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특수고용직노동자다. 때문에 설계사 위촉 계약은 일반적으로 보험사와 GA등 사업주와 설계사 사이의 사적 계약으로 판단됐으며, 이에 근거해 설계사가 하급심에서 동의 서명을 했다는 이유로 잇달아 패소해 왔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 2011년 판결을 통해 보험설계사 위촉의 근거가 되는 위촉계약서를 다수의 설계사를 모집하기 위한 약관으로 규정했다.

위촉계약서가 약관으로 인정받은 이후 보험사와 GA는 약관을 교부받는 설계사가 이해할 수 있도록 충분히 설명해야 할 의무를 지게 된다.

사전 설명이 미흡하다고 판단될 경우 위촉계약서 및 영업과 수당지급 근거는 약관의 효력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2012년 대구지방법원은 정착지원금 환수로 발생한 보험사와 설계사 간 소송에서 보험사 패소를 판결한 바 있다.

보험사가 제시한 위촉계약서에 명시된 정착지원금 환수 규정 및 설계사 확인서가 불과 1쪽에 불과한 서면 자료라는 사실에 근거, 사전 설명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설계사의 위·해촉은 물론 수당규정과 정착지원금 지급 및 환수 등 광범위한 범위에 걸쳐 보험사·GA와 설계사 사이에서 벌어졌던 분쟁 기준이 이미 나와 있었던 셈이다.

◇ 불완전모집 법적 책임 ‘더 세진다’
결과적으로 보험사와 GA 등 설계사를 위촉하는 사업자는 현재 대비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소비자와 동일하게 설계사에게 위촉계약서를 사전에 충분히 안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위촉계약서 교부 이후 설계사들에게 일괄적으로 동의 서명을 받고 있으나 2012년 판결에서도 나타났듯 형식적인 설계사 서명이 더 이상 사업자들의 방패막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이 명확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특히 표준위촉계약서 개정 작업이 수년째 미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설계사단체는 약관규제법을 위반한 보험사와 GA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

설계사 모집 시 법적 분쟁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보험사와 GA 입장에선 위촉계약서를 사전에 충분히 설명할 근거를 마련해야 하며 규정 변경 시에도 이를 입증할 책임이 무거워진 셈이다.

설계사단체 관계자는 “약관규제법을 받는 위촉계약서는 사업주 판단에 따라 일방적으로 변경될 수 없으며 사전에 충분히 설계사에게 설명했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없을 경우 법적인 효력을 상실한다”며 “사적 계약이라는 이유로 경영진이 일방적으로 설계사에게 불리하게 규정을 변경하는 행태를 바로잡아 줄 것을 금융당국 및 공정위 등에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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