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진료로 비급여 진료 급증 VS 소비자 선택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

[보험매일=방영석 기자] 최근 급증한 자동차보험 한방보험 진료비를 놓고 보험업계와 의사업계, 한의사업계 사이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보험업계 및 의사업계는 비급여 치료비의 급증을 지적하며 과잉진료를 우려하고 있으나, 한의사업계는 내원 환자 증가 수치와 달리 진료비가 크게 늘지 않았다는 사실을 근거로 이를 반박하고 있다.

자동차보험에서 한방치료가 허용된 이후 끊임없이 제기돼 온 과잉진료 문제를 따지기 위해선 결국 한방보험의 비급여진료 현황에 대한 명확한 진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과잉진료 논란 핵심은…비급여냐 진료비냐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자동차보험 한방보험 진료비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보험업계와 의사업계, 한의사업계가 과잉진료 여부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보험업계와 의사업계는 한방병원 진료비의 대다수가 고가의 비급여 치료로 발생했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한방병원의 무분별한 과잉진료가 운전자들의 보험료 부담을 키우고 있다 주장하고 있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자동차보험에서 한방 진료가 허용된 이후 한방병원 진료비는 2015년 3,580억원에서 2017년 5,631억원으로 매년 20~30% 급증했다.

문제는 이 같은 한방보험 진료비의 대다수가 고가의 비급여 치료로 발생했다는 점이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심각하게 악화된 원인중 하나로 한방진료비 문제가 대두된 것이다.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않아 진료비가 고스란히 민간 보험사에 전가되는 비급여 진료는 높은 진료비가 발생한다.

비급여 진료는 이 같은 특성으로 최근 문제가 된 사무장병원 등 일부 의료단체에서 수익을 위해 무분별하게 자행되고 있다는 보험업계의 비판을 꾸준히 받아왔다.

실제로 보험연구원 조사 결과 2014년부터 2016년 사이 한방병원과 한의원에서 발생한 급여항목 진료비는 20.3% 늘어난 것과 대조적으로, 비급여 진료비는 무려 40.4%나 급증한 상태다.

반면 한의사업계는 한의 의료기관 내원 환자 증가 수치와 비교해 진료비는 완만한 증가세를 보였다는 사실에 주목, 한방병원 진료비 증가가 과잉진료의 결과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의사협회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작년 발표했던 ‘자동차보험 한방진료비 변동요인 분석 및 관리방안 보고서’를 근거로 보험업계 및 의료업계를 비판하고 있다.

2014년부터 2017년 사이 한방병원 내원 환자가 46만명에서 81만명으로 평균 23.1%씩 늘어났음에도 같은 기간 환자 당 진료비는 15% 증가하는데 머물렀다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한의사업계는 이 같은 조사 결과가 한방진료비의 증가 원인이 과잉진료에 있지 않다는 증거라 판단하고 있다.

한방진료에 대한 소비자들의 니즈가 높아지면서 진료비는 자연스레 늘어날 수밖에 없었고 환자 증가세에 비하면 오히려 진료비는 그리 증가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비급여 현황 전수조사 시급
한방진료비 증가 문제를 바라보는 기준이 비급여 진료비와 전체 진료비로 갈리면서 각 업권 사이의 갈등은 좀처럼 봉합되지 못하고 있다.

손보협회가 공개적으로 한방병원의 과잉진료 문제를 거론하고 의사협회 역시 추나요법 등 한방 진료의 급여화를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의사협회 역시 노골적으로 이에 대한 불만을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한방 진료비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선 양방 의료기관과 마찬가지로 비급여 진료 현황에 대한 조사가 필수적이라 지적하고 있다.

양방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정보가 미흡한 한의학에 대해 구체적인 진료 기준 및 수가 기준을 설정함으로써 진료의 적정성을 소비자와 보험사가 판단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보험 한방 진료의 경우 급여 항목은 심평원의 심사를 받고 있지만 비급여 항목은 일반 병·의원과 마찬가지로 투명하게 공개되어 있지 않다”며 “비급여 진료비 급증을 지적하는 보험업계와 진료비의 단순 증가 수치를 강조하는 한의사협회의 입장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서 이 같은 기준을 명확히 세워줄 필요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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