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금 연간 1조, 4년만에 2배로 …"통합체제 손봐야"

[보험매일=이흔 기자]  보험권에서 예금보험료 인하 요구가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다.

이들의 요구는 단순히 요율을 낮춰달라는 게 아니다. 현행 예금보장 체계가 시대에 뒤떨어지고,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다며 전면 재검토 주장까지 펴고 있다.

업계의 건의서를 받아든 당국은 '신중히 검토할 사안'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체계 자체를 뒤흔들기에는 시기상조라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돈을 걷는 예금보험공사는 "큰 합의가 필요할 것"이라며 부정적이다.

보험업계는 예보료 부담금이 2013년 5천641억원에서 2017년 1조148억원으로 약 2배가 됐다. 예보료(고유계정, 저축은행 특별계정)와 특별기여금을 더한 규모다.

은행이 지난 4년 동안 1조6천151억원에서 1조9천164억원으로 27%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보험사들의 부담금 증가세가 가파르다.

특히 생명보험사는 2017년 7천439억원으로, 손해보험사 부담금의 2배를 넘었다.

현행 예보 체계에서 순수한 의미의 예금보장(1인당 원리금 5천만원) 기능에 손을 벌린 적이 거의 없는데도 막대한 예보료를 내고 있다는 게 보험사들의 불만이다.

과거 부실금융회사 구조조정에 투입된 자금 상환(특별기여금)만 있다는 것이다.

예보료만 놓고 보면 생보사들은 한 푼도 지원받은 게 없고, 손보사들은 226억원으로 납부액(9천995억원)의 2%에 불과하다.

'저축은행 사태'로 4조5천276억원의 예금보험금을 갖다 쓴 저축은행들의 납부액이 1조5천432억원에 불과한 것과 대비된다.

김용덕 손해보험협회장은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예보료) 기준이 논리적으로 합리성·타당성이 부족한 부분이 있지 않나 해서 (금융당국과) 협의 중"이라며 "보험의 경우 예금의 성격을 갖지 않기 때문에 되짚어볼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저축은행들의 부실로 비롯된 예보료 부담을 생·손보사를 포함한 다른 금융권이 분담하는 '통합체제'를 손봐야 한다는 의미다.

금융당국은 생·손보사들의 요구에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예보료 부담이 커지는 상황은 잘 알지만, 특정 업권의 사정만 고려할 수도, 그렇다고 당장 예보 체계 전반을 손보기도 어렵다는 속내로 읽힌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예보제도 개선은 금융권 전체의 틀에서 봐야 해서 단기간에 가시적인 개선 방안을 내기는 어렵다"며 "다만 금융사들이 하는 얘기는 잘 듣고 있고, 예보제도의 실효성과 업권 간 형평성 등의 차원에서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예보 측은 금융사들이 예금보험 시스템이 정상운영될 때 반사적으로 얻는 이익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예보 관계자는 "지금까지 보험사 부도가 나더라도 예보가 있기에 다른 보험사로 무사히 계약 이전이 될 수 있었다"며 "최근 일부 보험사가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와도 소비자들이 크게 동요하지 않는 배경"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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