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순위 밀려 장기과제 가능성도…잠정적 추진 가능성은 높아

[보험매일=임성민 기자] 작년 말 금융지주계열사 보험사들의 판매자회사 설립이 허용됐음에도 불구하고 4대 금융지주의 연내 판매자회사 추진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내부 잡음 통제와 어려워지는 보험업계 현황에 따른 4차 산업 집중 육성 등을 우선 해결과제로 지정하면서 판매자회사 설립 추진이 우선순위에서 밀린 영향이다.

활용도가 높다는 측면에서 최근 보험업계에서 판매자회사 설립 검토가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향후 금융지주계열 보험사의 판매자회사 설립 가능성에 이목이 쏠린다.

◇ 설립 가능해졌지만 올해는…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신한, KB, 농협, 하나금융지주는 올해 자회사로 둔 보험사의 판매자회사 설립을 검토하지 않게 됐다.

판매자회사는 보험사의 자회사로 그간 금융지주계열 보험사의 경우 관련법인 ‘금융지주회사감독규정’에 발목이 잡혀 설립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작년 말 금융위원회가 금융지주회사감독규정 제1조의2 금융업의 범위를 금융업의 영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업무로 규정하는 경우는 제외하지 않을 수 있다고 개정해 금융지주 보험사의 판매자회사 설립과 지배를 가능토록 했다.

이런 가운데 4대 금융지주계열 보험사 중 가장 적극적으로 판매자회사 설립을 검토했던 신한생명은 연내 추진 사업계획에서 판매자회사 설립 검토를 배제했다.

신한금융지주가 오렌지라이프를 인수, 정문국 사장을 신한생명 사장으로 내정하는 과정에서 노사간의 갈등이 심화돼 이를 해결하는 문제가 최우선 과제로 부상한 탓이다.

실제로 신한생명 노조는 오렌지라이프 정문국 사장과 신한생명 이병찬 사장의 임기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 구조조정 전문가라 불리는 정 사장이 내정되면서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KB금융지주도 연내 2개 자회사를 위주로 한 판매자회사 설립을 추진하지 않는다. 설립을 검토·추진하기에 아직은 시기상조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생명·손보 2개의 자회사를 둔 농협금융지주도 올해 사업계획에 판매자회사 설립 추진을 상정하지 않았다.

이는 작년 말 홍재은 사장이 취임하고 경영체질 혁신을 최우선 과제로 손꼽았으며, 임기를 초기 단계로 현황 파악에 집중하기로 한데 따른 것으로 파악된다.

하나금융지주의 자회사인 하나생명은 올해 4차 산업을 화두로 디지털 역량 강화에 집중키로 하면서 판매자회사 설립을 검토·추진하지 않는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금융위가 금융지주회사의 판매자회사 설립을 허용키로 하면서 일부 금융지주사가 판매자회사 설립을 발 빠르게 추진할 것으로 업계는 예상했다”면서 “앞서 설립된 판매자회사들의 실적이 부진하다는 점과 내부 사정에 의해 추진 계획이 뒤로 밀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올해는 No, 장기적 검토 가능성 Yes
금융지주계열 보험사들의 판매자회사 설립이 올해는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활용도가 높다는 측면에서 업계는 향후 설립의 여지가 남아있다 보고 있다.

향후 보험업계의 판매채널 축소와 제판 분리가 시작될 경우 판매자회사는 긍정적인 요소다. 전속조직은 아니지만 독립법인대리점 대비 교육 및 설계사 관리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특수형태근로직의 고용보험 가입 의무화를 강력히 추진하면서 이에 따른 비용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도 판매자회사가 거론되고 있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판매자회사를 보유할 경우 소속 설계사에 대한 고용보험료는 보험사가 직접 부담할 필요 없이 수수료를 지급받은 판매자회사 자체에서 부담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상품개발·판매 분리인 제판 분리가 이뤄지면 보험사는 전속조직을 보유할 수 없게 된다”며 “판매자회사를 보유할 경우 제판 분리 부담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또한 고용보험 가입 의무화도 이슈이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금융지주사들이 판매자회사 설립을 잠정적으로라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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