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협회장 "의료사고 배상책임, 외국인병원만 의무…국내병원 나몰라라"

[보험매일=이흔 기자] 일부 한방병원(한의원)들의 과잉·부당진료로 자동차보험금 지급이 급증, 운전자들의 보험료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용덕 손해보험협회장은 16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한방병원 등에 대한) 보험금 누수를 최대한 막는 게 자동차보험료를 덜 올릴 수 있는 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손보협회에 따르면 자동차보험을 통한 한방병원 진료비는 2015년 3천580억원에서 2016년 4천635억원, 2017년 5천631억원으로 해마다 약 20∼30% 증가세다.

급증하는 진료비에는 과잉·부당진료가 상당수 포함됐다는 게 손보협회와 손해보험사들의 공통된 추측이다.

 김 회장은 "한방병원 과잉공급도 문제인 것 같다. 180일, 360일 입원하는 경우도 많다"며 공실(空室)을 줄이려는 영업행태와 보험사기 가능성을 거론했다.

한방병원 과잉진료비 문제는 민원 때문에 손보사가 개별적으로 대처하기 어려워 국무총리실 차원에서 지급심사 주체와 비용부담 문제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보험사기 조사는 행정행위인 만큼, 경찰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의뢰한다"면서도 "심평원의 본업이 아니다 보니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급심사 조직·인력과 별개로 한방첩약을 표준화하고 진료비 세부심사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또 자동차보험의 진료수가도 건강보험처럼 결정·심의 절차를 구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동차보험 진료수가는 많은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는데도 명확하지 않아 일부 과도한 보험금이 지급되는 사례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한방병원 과잉진료나 자동차보험 진료수가 문제만 해결돼도 보험료 인상을 상당부분 억제할 수 있다고 김 회장은 설명했다.

손보사들은 이날부터 차례로 자동차보험료를 3∼4% 올린다. 손해율 악화로 지난해 7천억원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정비요금 인상이 마무리되면 추가 인상도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보험료 1%포인트 조정은 연간 약 1천600억원의 보험료에 해당한다. 한방병원 진료비만 잡아도 보험료 인상 압박을 대부분 상쇄할 수 있다는 논리다.

김 회장은 요양병원들의 '도덕적 해이'도 비판했다. 요양병원 진료비 증가가 건강보험 재정 누수와 실손의료보험금 증가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일부 요양병원의 부당청구, 부적격 의료진 고용, 안전관리 부실 등이 문제가 되자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생활적폐 9대 과제'에 포함되기도 했다.

그는 "관계부처와 협력해 요양병원 설립·운영기준을 강화하고 불필요한 장기입원을 차단할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포화상태인 국내시장에서 손보업계의 새로운 사업영역 개척을 올해 최대 과제로 꼽았다.

사이버보험, 노인 요양서비스, 소액보험, 반려동물보험 등의 시장 확대와 재난배상책임보험·제조물보험 의무화를 예로 들었다.

그는 특히 의료기관의 배상책임보험과 관련해 "외국인 대상 병원은 가입이 의무로 돼 있는데, 국내병원은 그렇지 않다"며 "외국인과 내국인의 차별"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내 종합·대형병원의 배상책임보험 가입률은 10% 미만, 병·의원도 30%에 불과하다.

김 회장은 반려동물보험 시장이 우리나라는 322억원 규모인 반면 미국은 1조원, 일본은 6천억원, 영국은 1조5천억원에 달한다면서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시장 확대를 위해) 제일 확실한 게 반려동물에 (인식) 칩을 심는 것"이라며 "1월 29일 서울시와 함께 12만마리를 대상으로 칩 시술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사업은 서울시가 5억원, 손보업계가 5억원을 내고 수의사협회의 재능기부를 통해 1만원(일반적으로는 5만∼8만원)으로 시술할 수 있다.

김 회장은 손보업계의 예금보험료 인하에 대해선 "금융당국이 예금보험공사와 협의 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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