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장기적으로 지켜봐야 할 문제"

[보험매일=임성민 기자]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추진 의사를 보였던 ‘설계사 녹취 의무화’ 제도가 잠정 백지화 되는 모양새다.

제도 시행에 따른 보험업계의 격한 거부 반응이 잇따랐을 뿐 아니라 사안이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섣부른 판단이 불가해 구체적인 추진 계획조차 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설계사 녹취 의무화가 시행될 경우 복잡해지는 청약 프로세스를 비롯해 늘어나는 업무 부담, 떨어지는 효율성 등의 문제로 반발했던 보험업계는 한시름 덜게 됐다.

◇ 제도 추진 결과·계획 無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분기 ‘설계사 녹취 의무화’를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보였지만 작년에 이어 올해도 구체적인 추진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설계사 녹취 의무화란 보험설계사가 고객과의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 대해 모든 과정을 의무적으로 녹취하는 것을 의미하는 제도다.

녹취 의무화는 당초 소비자보호를 우선시 하는 금융당국이 보험업계의 불완전판매율을 낮추기 위한 방안으로 내놨지만 사안이 중대한 만큼 제도 정착을 위한 추진도 수월하게 진행되지 못한 상황이다

또한 금감원은 제도 추진의사를 밝힌 지난해 정착을 위해 뚜렷하게 추진한 내용이 없다. 앞서 제도를 정착시킨 일본과 중국의 사례를 검토하지도 않았다.

여기에 올해에도 해당 제도의 추진을 위해 구체적으로 세운 계획은 없다.

금감원 보험제도팀 관계자는 “제도 도입에 따른 확정된 바는 아직 없다”며 “영향력이 큰 사안인 만큼 금감원 독단적으로 행동은 불가능해 금융위원회와의 협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짧은 기간 내 해결한 게 아닌 장기적으로 지켜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금감원이 추진하려던 ‘녹취 의무화’ 진행이 더딘 이유는 제도 정착 시 직격탄을 맞는 보험사들이 격한 거부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현재도 복잡한 청약 프로세스가 더욱 복잡해질 수 있고 설계사의 업무 부담 증가와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현재 보험사들은 소비자의 계약체결에 대해 보험계약청약서, 비교안내확인서, 개인신용정보처리동의서, 고객신원정보확인서, 상품설명서, 가입설계서 등 많은 서류에 대해 자필서명과 덧쓰기를 받고 있다.

여기에 지난 2017년 7월부터 강화된 해피콜은 소비자로부터 시험을 본다는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또한 녹취 시점도 문제다. 명확하진 않지만 기점에 따라 설계사의 업무 부담은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고객을 처음 만나는 시점부터 녹취해야 한다면 계약 체결까지 전부 녹음해야 하는데, 녹취 목록 관리가 힘들어 질 뿐 아니라 계약 청약률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 잠정 백지화 상태, 보험업계 ‘안도’
금융당국의 설계사 녹취 의무화 계획이 잠정 백지화되면서 보험업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녹취 의무화는 보험사와 설계사의 업무 부담 가중을 초래하기도 하지만 고객에게도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보험사는 제도 시행으로 녹취 관련 스크립트 등으로 당국의 관리 항목이 증가하는데다, 고객은 컨설팅을 받는 전 과정을 녹취할 경우 심리적 부담이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불완전판매율 감소를 위한 취지는 공감하나 해당 제도의 시행은 보험업계 뿐 아니라 고객에게도 부담이 되는 면이 존재한다”며 “소비자를 우선시 하는 당국이 고객의 심리적 부담에 대해서 간과해서는 안된다” 말했다.

이어 그는 “보험업계의 민원이 가장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민원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이러한 제도를 시행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며 “타 금융 상품과 다른 성격을 가진 보험에 대해서는 다른 민원 해소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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