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ABL생명 실적 부진에 신음…BNP파리바·푸르덴셜생명 실적 확대 ‘체면치레’

[보험매일=방영석 기자] 생명보험업계 외국인 대표이사들이 취임 이후 대주주 리스크와 저축성보험 판매량 감소 등의 악재에 시달리면서 한국 시장에 힘겹게 적응하고 있다.

대주주인 안방보험그룹 리스크가 터진 동양생명과 ABL생명 뤄젠룽 대표이사와 순레이 대표이사는 취임 이후 급격히 감소한 당기순이익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BNP파리바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은 상대적으로 당기순이익이 순조롭게 늘어나고 있으나 변화된 시장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대책 마련은 역시 시급한 상황이다.

◇ 안방보험 계열 생보사 실적 대주주 리스크에 나란히 부진
8일 생보업계에 따르면 국내 보험 시장에 취임한 외국인 대표이사들이 임기 기간중 당기순이익 확대에서 차이를 나타내며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영업하고 있는 생명보험사 중 대표이사가 외국인인 곳은 동양생명과 ABL생명, BNP파리바생명과 푸르덴셜생명 등 4개사다.

이 중 중국 안방보험그룹에 소속된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중국인 대표이사가 단독 경영을 시작했음에도 실적이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위기를 겪고 있다.

동양생명은 뤄젠룽 대표이사가 취임했던 2015년 9월 당시 1,516억원이었던 당기순이익이 작년 3분기 646억원으로 57.3%나 쪼그라들었다.

ABL생명 역시 순레이 대표이사가 부임한 2017년 6월 당기순이익이 24억원이었으나 작년 3분기 12억의 순이익을 기록하면서 실적 규모가 반토막 난 상태다.

양사의 실적 확대 및 공격적인 영업의 근본이 대주주인 안방보험그룹의 막대한 자본확충에 있었던 상황에서 터진 대주주리스크가 결정적인 타격을 준 것이다.

안방보험그룹은 지난해 우샤오우위 회장이 사기 및 횡령혐의로 구속되고 중국 금융당국이 대신 경영을 맡고 있다.

중국 금융당국이 안방보험의 해외영업을 정리해 그룹사 재무건전성을 개선하려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보험업계 일각에선 안방보험의 한국시장 철수설까지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추가 자본확충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안방보험의 직접 경영을 위해 한국시장에 찾아온 동양생명 뤄젠룽 대표이사와 ABL생명 순레이 대표이사의 입지 역시 줄어들 수 밖에 없었던 셈이다.

양사는 저축성보험 시장에서 보여왔던 공격적인 매출 확대 전략을 수정하고 보장성보험 판매량 확대에 주력하고 있지만 좀처럼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생보업계의 보장성보험 시장 경쟁이 날로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실적을 회복하기 위한 두 대표이사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 회사는 달라도…시장 환경 변화 고민은 ‘닮은꼴’
변액보험 등 주력 판매상품군이 탄탄하고 설계사 등 판매조직이 우수했던 BNP파리파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은 대표이사 취임 이후 당기순이익이 늘어나며 대조를 이뤘다.

BNP파리바생명은 부누아메슬레 대표이사가 취임한 2017년 8월 이후 3분기 170억에 머물렀던 당기순이익이 2018년 3분기에는 279억으로 늘어나 64.1%의 증가세를 보였다.

푸르덴셜생명 역시 커티스장 대표이사가 취임한 2015년 4월 이후 3분기 1,069억원이었던 당기순이익이 2018년 3분기에는 1,954억원까지 증가했다.

양사의 실적이 대표이사 취임 이후 호전될 수 있었던 배경은 주력판매 상품과 판매채널 측면에서 확실한 장점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BNP파리바생명은 생보업계에서 ELS(주식연계형) 상품을 앞세워 적극적으로 소비자를 모집했다. 모그룹인 BNP파리바은행의 투자 노하우가 보험영업에 적극 활용된 사례로 꼽힌다.

푸르덴셜생명은 탄탄한 설계사 조직이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푸르덴셜생명은 우수설계사 인증 비율이 가장 높을 뿐 아니라 불완전판매 및 민원에서도 업계 최상위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다만 실적이 확대되고 있음에도 저축성보험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생보사인 만큼 양사 역시 시장환경 변화에 대한 고민은 동일하게 짊어져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IFRS17 도입 등으로 저축성보험의 판매량이 부진한데다 보장성보험 시장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생보사들은 실적을 개선하기 위한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부누아메슬레 대표이사와 커티스장 대표이사 역시 저축성보험 판매량 감소 및 보장성보험 시장의 경쟁 격화에 대비하기 위한 부담은 동일하게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보험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