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인수 거절 질환 늘려…타사 대비 낮은 체력, 선제적 관리로

[보험매일=임성민 기자] 치매보험이 올해 보험업계 이슈 상품으로 등극한 가운데, 열풍의 주역인 DB생명이 내년부터 손해율 관리에 들어간다.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면서 손해율 또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자 인수 거절 항목 대폭 늘리는 방식으로 선제적 손해율 관리 방안 마련에 나선 것이다.

DB생명 이 외에 치매보험 열풍을 타고 높은 판매고를 올렸던 타 보험사들도 내년부터 속속히 인수기준을 강화하는 등 손해율 관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 1월부터 인수 거절 질환 늘어
3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DB생명은 내년 1월 신계약부터 자사 ‘간병비 평생받는 치매보험’의 인수기준을 대폭 강화한다.

DB생명의 ‘간병비 평생받는 치매보험’은 지난 9월 출시해 11월까지 3개월 만에 5만2,000여건의 높은 판매 실적을 올리면서 치매보험 시장 열풍의 주역으로 꼽힌다.

이 같은 수치는 단독 치매보험을 출시·판매하고 있는 보험사의 전체 판매 건수(19만4,964건) 중 26.6%이며, 생보업계로만 따지면 36.9%에 달한다.

판매력이 높은 대형 생보사들이 치매보험을 출시하지 않았지만 소형사로 분류되는 DB생명의 시장 점유율과 비교하면 상당한 수치다.

DB생명은 내년부터 치매보험의 인수불가 질환을 확대하면서 동시에 인지진단 범위를 늘린다.

현재는 파킨슨, 알츠하이머, 뇌암 등 20종에 대해 인수를 거절했다면 내년부터 결절성다발동맥염, 루푸스, 다발성경화증을 포함한 자가면역질환 등 3종도 추가한다.

이로써 DB생명은 ▲파킨슨병 ▲인지장애 ▲알츠하이머 ▲알콜중독(의존)증 ▲뇌졸증 ▲뇌출혈 ▲뇌경색 ▲악성뇌종양(뇌암) ▲기억상실 ▲정신분열증 ▲인지능력상실 ▲말기신부전 ▲버거씨병 ▲동맥경화증 환자의 치매보험 인수를 거절한다.

또 ▲죽상경화증 ▲뇌혈관폐쇄 및 협착 ▲일과성대뇌허혈발작 ▲양성뇌종양(수술 無) ▲뇌동맥류(수술 無) ▲알콜성 간경화 ▲알콜성 간염(입원 有) ▲결절성다발동맥염 ▲루푸스 ▲다발(성)경화증도 인수거절 군에 해당한다.

여기에 현재까지 인지 능력에 대한 진단을 미운영했다면, 내년부터 고연령자 일부를 대상으로 인지진단을 운영 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DB생명의 인수기준 강화는 타사 대비 상대적으로 재무건전성 및 회사 규모가 작은 DB생명이 높은 판매고를 올리면서 선제적으로 체력 관리에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재무건전성 및 회사 규모가 클 경우 시장 점유율 확대에 집중하면서 판매량을 대폭 늘릴 수 있지만 DB생명의 체력은 이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반면 지난 7월 치매보험을 출시한 흥국생명도 11월까지 8만8,000여건의 가장 높은 판매고를 올렸지만 현재까지 인수기준 강화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

◇ 순차적으로 손해율 관리 들어갈 수도
하지만 흥국생명을 비롯해 올해 치매보험 시장에서 흥행에 성공한 보험사들의 손해율 관리도 조만간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적으로 높은 판매고를 올린 상품군의 경우 보험금 지급이 발생하기 이전부터 향후 발생 가능한 손해율 악화 가능성을 염두해 선제적으로 인수기준을 강화해 손해율 관리가 시작된다.

올해 단독 치매보험 출시로 적지 않은 판매량을 기록한 메리츠화재, 농협손보, 현대해상 등이 내년 치매보험 손해율 관리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 상품의 인수기준 강화 및 완화는 시장 변화에 따라 수시로 변경 가능하지만 강화하는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손해율 악화 및 악화 가능성을 고려해 이뤄진다”며 “DB생명의 경우 타사 대비 상대적으로 상품 판매 체력이 적은 상황에 높은 판매고를 올리면서 우선적으로 인수기준을 강화하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외에도 치매보험으로 높은 판매고를 올린 보험사들이 체력을 고려해 순차적으로 손해율 관리에 들어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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