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연합회 눈치보는 신용정보원…보험연수원 전철 밟나

[보험매일=방영석 기자] 기관장 인선 과정에서 전관예우, 낙하산 비판에 시달리고 있는 보험업계가 신용정보원장 선임을 앞두고 또다시 술렁이고 있다.

원장직이 공석인 상황에도 신정원의 회장추대위원회 구성이 뚜렷한 이유 없이 미뤄지면서 업무 공백이 발생하고 있는데다, 퇴직 관료와 업계 관계자의 재취업 의혹도 날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연합회가 퇴임을 앞둔 임원을 신정원 전무로 내려보낼 것이란 소문이 보험업계에 퍼지면서 신용정보원은 설립 당시 공언했던 중립성과 공공성이 표류할 위기에 처했다.

◇ 이사회 장악한 은행연합회…낙하산 망령 되살아나나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원장 자리가 공석으로 남아있는 신용정보원에 금융당국과 정계, 업계 퇴직 인사가 내려올 것이란 소문이 확산되고 있다.

신용정보정보원은 보험과 은행 등 전 금융업계 협회가 보유하고 있던 고객 정보를 통합 관리하겠다는 취지로 지난 2016년 설립된 기관이다.

신용정보원장의 수장은 현재 비어있다. 민성기 전 원장이 지난 14일 만료됐지만 이사회가 뚜렷한 이유 없이 회장추대위원회를 구성하지 않으면서 후임 원장을 추대하지 못한 까닭이다.

설상가상으로 민 전 원장을 대신해 현재 원장직을 수행하고 있는 김준현 전무 역시 내년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다. 김 전무가 물러나면 이론상 신용정보원장직을 박광춘 상무가 대행해야 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김 전무를 대신해 신용정보원 전무직을 수행할 인사로 퇴직을 앞둔 은행연합회 임원이 거론되면서 수년간 이어진 보험 유관기관의 ‘낙하산 망령’이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내년 10월 임기가 끝나는 홍건기 상무를 신용정보원 전무로 내려보내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 출신인 김준현 전무는 신용정보원 임원 중 유일한 비 협회 출신 임원이었다. 홍 상무가 실제로 김 전무를 대체할 경우 신용정보원의 임원은 전원 협회 출신 인사들이 채우게 되는 셈이다.

신용정보원의 임원인사는 원칙적으로 원장이 포함된 이사회에서 결정한다. 민 전 원장이 전무 인사를 추천하지 않고 퇴임하면서 전무직 인선의 권한이 이사회에 집중된 것이다.

신용정보원의 원장·임원 인사를 결정하는 이사회는 은행연합회가 추천한 이사가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 퇴임을 앞둔 홍 상무가 실제 전무직에 취임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 보험 유관기관 ‘짬짜미’ 인사에 속수무책
신용정보원이 최근 졸속 인사 논란에 휘말렸던 보험연수원에 이어 낙하산 논란의 중심에 서게되면서 보험 유관기관의 뿌리 깊은 ‘짬짜미’ 인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금융협회와 금융당국 퇴직자가 잇달아 업무 연관성이 높다는 이유로 유관기관에 재취업하고 있는데다 최근에는 정치권에서도 해당 기관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연수원은 최근 5개월간 공석으로 남아있던 원장직에 국회의원 출신 정희수 원장을 선임했다. 보험연수원의 비상식적인 인사로 인해 보험업계에서는 보은인사, 낙하산인사라는 목소리가 높았다.

실제로 연수원 내부에서도 원장선임 기준과 일정을 알지 못할 정도로 밀실 인사로 이뤄졌다. 회추위 구성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신용정보원과 유사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정 연수원장은 국회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 심사를 받지 않아 예정된 취임일이 연기되는 참사까지 겪었던 상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신용정보원장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무는 원장 업무를 대행하는 실질적인 사령탑 역할을 맡는다”며 “실제로 협회 출신 인사가 전무로 취임한다면 신용정보원이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이후 중립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설립된 만큼 금융협회 퇴직인사들의 재취업 장소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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