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입원은 약관상 불인정…실손보험금 지급 거부 확산

[보험매일=방영석 기자] 불분명한 약관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암보험 입원 보험금 지급 분쟁이 실손보험으로 번지고 있다.

보험사들은 과거 요양병원 입원 환자에게 실손보험을 통해 보험금을 지급해 왔으나 최근 약관상 ‘입원’이 아니라는 판단 아래 보험금 미지급을 통보하고 있다.

‘직접 치료’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았던 암보험 사태와 달리 실손보험의 경우 미지급 근거가 상대적으로 분명하고, 최근 판례도 나와 있어 보험금 미지급 보험사들이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 요양병원 입원은 입원이 아니다?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요양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이 보험사로부터 실손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사례가 급증하면서 보험사와 소비자의 분쟁이 격화되고 있다.

보험사와 실손보험금 지급을 놓고 대립하고 있는 소비자들은 암보험 입원보험금 문제로 현재까지 대립을 이어가고 있는 암환우들이다.

요양병원 입원 이후 예후 관리로 발생한 치료비와 입원비를 실손보험을 통해 보장받았던 암환우들이 최근 이 같은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생명보험업계와 손해보험업계를 가리지 않고 다수의 보험사들은 실손보험금을 청구한 암환우들에게 보험금 지급이 불가하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하고 있다.

보험사들이 암환우에게 지금까지 지급했던 실손보험금을 미지급한 근거는 아이러니하게도 ‘암보험 사태’를 야기했던 약관이었다.

요양병원이 실손보험 표준약관상 보험금 지급 기준인 ‘입원’의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실제로 실손보험은 표준약관을 통해 입원비 지급 기준으로 소비자가 정해진 ‘의료기관’ 또는 이에 준하는 기관에서 ‘입원’할 경우에 한정해 보험금을 지급하고 있다.

실손보험은 약관에서 ‘의료기관’을 “의료법 제3조 제2항에서 정한는 의료기관”으로 명시하고 있다. 문제가 된 요양병원의 경우에도 이 같은 의료기관에는 해당된다.

문제는 ‘입원’에 대한 실손보험 약관의 정의에서 비롯됐다. 약관상 ‘입원’은 “의사가 피보험자의 질병 또는 상해로 인해 치료가 필요하다고 인정한 경우로 자택 등에서 치료가 곤란한 경우”로 한정된다.

요양병원은 의사의 진단 없이도 환자가 스스로 입원 필요를 느낄 경우 자체 입원이 가능하다. 즉 요양병원 입원 환자는 엄밀히 말해 약관에서 규정된 ‘입원’에 해당되지 않는 것이다.

◇ 암보험 갈등 ‘닮은꼴’…미지급 근거는 ‘뚜렷’
암환우들의 실손보험 지급 분쟁은 약관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현재 진행중인 암보험 입원 보험금 미지급 사태와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으나 세부적인 면에서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암보험 입원 보험금의 경우 불분명한 약관이 문제였다. 암의 ‘직접 치료’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약관에서 정해져 있지 않았기 때문에 촉발된 갈등이었던 것이다.

특히 보험사들이 보험금 미지급의 근거로 활용했던 판례의 경우 이를 반박하는 최신 판례가 있음에도 이를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금융감독원 역시 이 같은 소비자들의 주장을 일정 부분 수용, 암보험 입원 보험금을 특약으로 별도 분리하고 약관을 개정하는 등 문제가 확산되지 않도록 대응에 나섰다.

반면 실손보험의 경우 약관상 미지급의 근거가 상대적으로 명확한데다 판례역시 올해를 포함해 다수 나와 있다.

때문에 보험사의 보험금 부지급에 대한 법적·도덕적인 부담 역시 암보험 사태와 달리 적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대법원은 2009년 환자가 통원이 불가능할 경우만을 ‘입원’으로 인정한 판례를 남겼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및 광주지방법원 또한 각각 올해 1월과 10월, 요양병원 입원 환자가 이 같은 ‘입원’에 해당되지 않는다 판결해 보험사의 입장에 힘을 싣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과거 요양병원 환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했던 것은 기준을 폭넓게 적용한 결과 이뤄진 실수”라며 “병원에서 의사의 판단으로 정상적으로 입원했던 환자가 퇴원해야할 때 요양병원에 입원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만큼 약관상 입원이 아닌 환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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