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손해사정 선임 물꼬 텄지만…실손보험 한정으로 실효성↓

손해사정사의 손해사정 행위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다. 보험금 삭감을 목표로 보험사에 유리한 손해사정을 한다는 의혹 때문이다. 손해사정사가 왜 소비자들에게 공정성을 의심받고 있는지 여부를 진단한다. <편집자 주>

[보험매일=방영석 기자] 금융당국은 손해사정 업무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소비자들의 불만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보험권 손해사정 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실손보험을 중심으로 소비자의 손해사정사 직접 선임권을 강화하고 이에 대한 비용을 보험사가 부담하게 한 만큼 소비자의 권익 향상의 물꼬를 튼 의미 있는 행보다.

그러나 이 같은 제도 개선안은 한계 역시 명확하다. 손해사정 업무가 많지 않은 실손보험 분야에만 적용되고, 소비자의 손해사정사 선임 또한 최종적으로 보험사의 동의가 있어야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 객관적이고 공정한 손해사정 ‘첫걸음’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보험협회와 손해사정사회와 함께 소비자의 손해사정사 선임권을 강화하고 손해사정사 관련 정보를 공시하기로 결정했다.

소비자들은 실손보험을 중심으로 보험금 산정을 도와줄 손해사정사를 직접 선임할 수 있게 된다.

보험사는 손해사정 업무 위탁에 대한 기준을 신설해야 하며, 소비자의 손해사정사 선임에 특별한 이유가 없는 이상 따라야 한다.

아울러 손해사정사회를 통해 손해사정사의 정보가 공시되기 때문에 소비자는 보다 손쉽게 본인을 위한 손해사정사를 선임할 수 있게 됐다.

이는 보험사가 전담했던 손해사정 업무를 소비자가 직접 선택할 수 있는 물꼬를 튼 조치다.

보험사가 소비자의 손해사정 선임 의사에 대한 동의 여부를 판단하도록 함으로써 보험사와 손사업체의 종속관계에서 비롯된 자기 손해사정의 문제점 해결에 나선 것이다.

특히 금융당국의 이번 보험권 손해사정 관행 개선안의 가장 큰 의미는 불분명했던 손해사정 비용 부담 책임이 보험사에 있음을 명확히 했다는 점이다.

상법 672조 제2항은 “손해액 산정에 관한 비용은 보험자(보험사)의 부담으로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보험사는 고객이 따로 손해사정사를 정할 경우 해당 비용을 지불하지 않았다.

“보험사가 선임한 손해사정사의 사정 결과에 소비자가 승복하지 않을 경우” 선임 비용을 고객이 부담하도록 정한 보험업감독규정 제9-16조가 그 근거였다.

◇ 손해사정사 자기검열·실효성 저하 우려는 여전
그러나 금융당국의 손해사정 제도 개선안은 소비자 선임권 확대라는 의미에도 불구, 한계 역시 명확하다.

가장 큰 문제는 이번 손해사정 개선안으로도 소비자의 손해사정사 선임에는 보험사의 최종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원칙적으로 보험사가 소비자의 손해사정사 선임을 거부할 수 없다지만, 소비자가 선택한 손해사정사의 업무역량 등을 빌미로 보험사가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결국 분쟁이발생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선임권이 보장되는 시장이 지나치게 협소하다는 점 역시 제도의 실효성을 떨어트리고 있다. 실손보험의 경우 자동차보험이나 건강보험과 비교해 손해사정의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손해사정사를 직접 찾기 위한 공시정보에도 허점은 존재한다. 금융당국은 손해사정사회를 통해 손해사정사 및 업체의 정보를 공시하기로 했으나 정작 공시는 업계자율에 맡겼다.

미공시 손해사정사에게 별도의 불이익이 없는 상황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양질의 손해사정사 정보가 공시되지 못한다면 제도 개선안의 효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손해사정 제도 개선안은 분명 일정 부분 소비자의 선임권을 확대할 것”이라면서도 “각종 제약으로 실효성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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