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몰아주기 비판 “알고 있지만”…외부 위탁시 소비자 민원 오히려↑

손해사정사의 손해사정 행위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다. 보험금 삭감을 목표로 보험사에 유리한 손해사정을 한다는 의혹 때문이다. 손해사정사가 왜 소비자들에게 공정성을 의심받고 있는지 여부를 진단한다. <편집자 주>

[보험매일=방영석 기자] 보험업계는 대다수 손해사정 업무를 보험사 산하 손해사정 자회사에게 위탁해 처리하고 있다.

해마다 일감 몰아주기라는 비판부터 영세 손해사정 업체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는 반발까지 받고 있음에도, 보험사들은 자회사 위탁을 지속하고 있다.

독립 손사업체의 역량이 보험사가 직접 관리하는 자회사에 비해 현실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외부 위탁을 무조건 늘릴 경우 소비자의 만족도는 오히려 떨어질 것이란 하소연이다.

◇ 보험사 손해사정 업무 자회사가 ‘독식’
보험업계는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를 가리지 않고 손해사정을 위한 자회사를 자체적으로 산하에 두고 있는 경우가 많다.

보험사가 직접 교육과 관리·감독하는 손해사정 자회사를 통해 손해사정 서비스의 질을 유지할 수 있는데다 보상 과정에서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손해사정 자회사 역시 수입의 대다수가 보험사와 계열사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보험사에 대한 손해사정 업체의 종속성은 커질 수 밖에 없었다.

실제로 작년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 등 3개 대형 생보사와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보·KB손보 등 4대 손해보험사의 손해사정 자회사들은 대다수 수입을 보험사로부터 거둬들였다.

해당 보험사들이 보유한 14개 손해사정 자회사는 이 기간 보험사나 그룹 계열사들과의 거래를 통해 1조357억원의 수익을 올려 전년 동기(9521억원) 대비 수입이 8.8%(836억원) 증가했다.

손해사정 자회사들이 보험사나 계얄사를 통해 기록하는 매출은 이들의 총 수익의 대다수를 차지한다.

작년 손해사정 자회사들의 총 수익(1조628억원) 중 97.5%가 보험사로부터 발생했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의 자회사인 삼성생명서비스손해사정과 삼성화재의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 한화생명의 한화손해사정, DB손보의 DB자동차보험손해사정·DBCAS손해사정·DBCSI손해사정 등은 수입의 전부가 모회사인 보험사에서 발생했다.

남은 6개 손해사정 자회사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작년 이들이 거둬들인 손해사정 비용 중 보험사와 계열사에 대한 매출 의존도는 평균 95%에 달했다.

압도적으로 높은 손해사정 위탁 비중은 불공정한 일감 몰아주기로 규정돼 국회는 물론 손해사정 업계의 비판을 받고 있다.

국정감사에선 보험사의 손해사정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질타가 이어지고 있으며 이를 시정하라는 보험업계 내·외부의 압박 역시 날로 강해지고 있는 상태다.

중소 손해사정 업체 또한 손해사정 자회사에 밀려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손해사정 업무에 대한 보험사의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 무리한 외부 위탁…소비자에게 ‘독’
보험업계는 영세 손사업체의 업무 역량 부족의 책임을 보험사에 전가하고 있다며 국회 및 손사업계의 비판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자회사‧전속 손해사정업체의 경우 손해사정업무 과정에서 발생한 과실이나 소비자 민원을 손보사가 직접 개선할 수 있다.

일감 몰아주기 비판을 의식해 무분별하게 손해사정 업무를 외부업체에 위탁한다면 불량 손해사정업체의 미흡한 손해사정 역량으로 발생한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갈 것이란 지적이다.

아울러 보험업계는 소비자의 손해사정사 선임이 이뤄지더라도 정당한 손해사정이 이뤄졌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별도로 손해사정을 진행해야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자회사 대비 소속 손해사정사가 적고 업무 처리 능력이 떨어지는 영세 손사업체가 대다수인 독립 손해사정 업계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진다면, 소비자를 유치하기 위한 경쟁으로 불량 영업행위가 만연할 수 있다는 우려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자회사를 통해 대다수 손해사정 업무를 처리하고 있으나 이는 소비자 보호 차원의 결정이다”며 “기본적으로 손해사정은 보험사의 이윤이 아니라 정당한 보험금을 지급하려 수행하는 업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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