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 노린 사기 막자' '심각한 사생활 침해 우려' 논란 분분

[보허매일=이흔 기자] 부당한 보험금 수령을 막고자 보험사에 '몰카' 등을 폭넓게 허용한 법안을 놓고 스위스가 국민투표를 시행한다.

23일(현지시간) 공영 SRF 등에 따르면 25일 치르는 국민투표 안건 중에는 보험사에 가입자의 사생활 감시를 허용한 개정 법안이 올라왔다.

올 3월 연방각의를 통과한 이 법안은 보험사가 사설탐정, 조사원 등을 고용해 보험사기가 의심스러운 가입자의 사생활을 몰래 확인, 감시하는 것을 인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공장소에서 가입자의 모습을 촬영하거나 발코니 같은 사적 공간에 있는 가입자의 모습을 외부에서 찍는 것도 허용된다.

스위스 제네바 시내에 20일(현지시간) 보험사에 사생활 감시를 허용해서는 안된다는 캠페인 광고가 걸려 있다. 왼쪽 캠페인에는 '나의 사적 공간은 내게 속한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스위스 제네바 시내에 20일(현지시간) 보험사에 사생활 감시를 허용해서는 안된다는 캠페인 광고가 걸려 있다. 왼쪽 캠페인에는 '나의 사적 공간은 내게 속한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여론조사 기관 GFS 베른에 따르면 유권자의 약 60%가 법안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보험사에 가입자 감시를 허용하면 심각한 사생활 침해가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스위스에서는 보험사가 사설탐정 등을 고용해 보험사기가 의심스러운 가입자의 사생활을 캐는 게 인정됐으나 2016년 유럽인권재판소의 판결로 이런 관행은 제동이 걸렸다.

1995년 오토바이 사고를 당한 한 여성은 10년 후 검진을 다시 하자는 보험사의 요구를 거절했다. 보험사는 사설탐정을 고용해 이 여성의 생활을 뒷조사했고 보험금을 90% 삭감했다. 이 여성은 보험사가 사생활을 침해했다고 소송을 냈다.

스위스 법원은 이러한 보험사의 조사가 정당하다고 판단했으나 유럽인권재판소는 6대 1로 이 여성의 손을 들어주면서 사생활 확인과 관련된 명확한 규정이 없다고 비판했다.

보수당인 국민당은 보험 사기를 가려내기 위해 사생활 감시까지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중도 좌파 정당인 사회민주당은 보험사의 로비 때문에 법안이 부실하게 서둘러 만들어졌다고 비판하고 있다.

스위스에서는 개정 법률이라도 5만 명이 서명하면 국민투표 안건으로 올려야 한다. 국민이 발의하는 법안은 10만 명의 서명을 받으면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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