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표준약관 개정…고지의무 위반 입증책임 보험사 명시

[보험매일=방영석 기자] 내년부터 보험사가 소비자의 고지의무 위반을 입증하지 못하면 보험금을 지급하게 된다.

금융감독원은 실손보험과 상해보험 표준약관 개정을 통해 고지의무 위반 입증 책임이 보험사에 있음을 명시했으며 장기이식 비용 또한 실손보험에서 보상하도록 조치했다.

소비자의 고지의무 미이행으로 매년 4,000건 이상의 분쟁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보험사가 이를 입증하게 된 만큼 향후 불필요한 분쟁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 “고지의무 입증 못하면 보험금 지급해야”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달 6일 보험 표준약관을 개정해 내년부터 보험소비자의 고지의무 위반 여부를 보험사가 입증하도록 조치했다.

금감원이 개정한 약관은 질병상해보험과 실손의료보험, 해외여행실손의료보험 등으로 내년부터는 보험사가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무분별하게 보험금 지급을 거부할 수 없게 됐다.

고지의무는 소비자가 보험에 가입하기 이전 보험사에 알려야 하는 정보다. 직업변경과 직무, 과거 병력 등이 해당되며 보험사는 이에 기반해 가입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 심사 과정에서 소비자의 고지가 사실과 어긋난다고 판단할 경우에는 보험금 지급 책임이 없다.

보험사 입장에선 보험료를 거둬들이는 인수심사 대비 보험금 지급 심사가 까다로울 수밖에 없는 이유로 이는 자연스레 소비자와의 분쟁이 급증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특히 현재까지는 이를 입증할 책임이 보험사와 소비자 중 어디에 있는지 명확히 정해져 있지 않았기 때문에 고지의무 시비가 불거질 경우 양측은 법정 다툼을 피하기 어려웠다.

실제로 금감원에 고지의무 위반으로 보험계약이 실효되거나 보험금 지급을 거부당한 소비자들이 접수한 분쟁은 지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한해도 빠짐없이 4,000건을 넘어선 상황이다.

금감원의 표준약관 개정은 보험사가 고지의무를 이유로 무분별하게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이 같은 분쟁을 줄이고자 하는 취지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고지의무 사실을 증명하지 못할 경우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게 되는 만큼 보험사 입장에서도 과거와 비교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소송전을 벌이는데 부담감이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금감원은 실손보험 등에서 치료를 목적으로 한 장기이식 비용을 보상받을 수 있는 근거 조항을 신설했다.

또한 미용을 목적으로 한 지방흡입술의 경우 보상 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소비자들의 역선택을 막고 보험업계의 실손보험 손해율 개선에 힘을 실었다.

◇ 약관 우선주의 보험업계 전반 확산
계약자의 고지의무 준수 여부는 물론 그 입증책임까지 보험사에 있다는 사실이 표준약관을 통해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는 됐다는 점에서 이번 약관 개정은 중요성이 높다.

약관이 지금까지 모호했던 보험사와 소비자의 ‘알릴의무’ 위반의 책임 소재를 따질 수 있는 이정표 역할을 할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보험사와 소비자의 분쟁 대다수가 보험금 지급 과정에서 벌어지고 있고 이는 ‘약관’ 해석의 차이에 따른 현상이라는 점에서 보험업계의 약관 작성 부담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올해 보험업계를 달궜던 주요 분쟁들은 모두 불분명한 약관이 초래했다는 공통점을 보였다.

보험사와 금융당국, 소비자가 소송전을 피하지 않고 있는 즉시연금 사태의 경우 사업비 공제 사실을 약관이 아닌 상품설명서에만 안내했던 것이 불씨를 키웠다.

암환우들이 지속적으로 비판하고 있는 암 입원보험금 미지급 분쟁 역시 ‘직접치료’라는 불분명한 문구가 초래한 문제다.

금융당국은 상품 개정을 통해 동일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했으나 정작 과거 계약자들을 구제할 뚜렷한 방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고지의무는 보험사가 소비자의 가입을 판단하는 지표가 될 뿐 아니라 보험금 지급 여부를 결정하는데도 큰 역할을 담당한다”며 “의무 위반 사실을 보험사가 입증해야하는 만큼 지금까지와 달리 내년부터는 보험사들의 인수심사 기준이 대폭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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