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떨어지고 적자 지속…시장 포화로 시장성도 낮아

[보험매일=임성민 기자] 생명보험사들이 적자를 지속하고 있는 실손보험 시장에서 손 털고 나가는 모양새다.

실손보험은 지속적인 개정을 통해 변화하고 있지만 소비자의 개인 부담 비율 증가와 보험사의 수익성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판매자와 구매자로부터 외면 받고 있다.

특히 실손보험은 손해율 개선도 쉽지 않아 생보사들이 적자 형태의 수익구조 만회하기 위해 판매를 중단하고 있는 상황이다.

◇ 9년간 7개 생보사 실손보험 시장 떠나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2009년 표준화 이전에 실손보험을 판매했던 17개 생명보험사는 현재 10개사로 대폭 줄었다.

표준화 이전 실손보험을 판매했던 생보사는 삼성, 한화, 교보, 농협, 동양,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 흥국, 신한, 미래에셋, 라이나, AIA, DGB, KB, KDB, DB생명, ABL(옛 알리안츠생명), 푸르덴셜생명 등 17개사였다.

하지만 현재는 삼성, 한화, 교보, 농협, 신한, 동양, 미래에셋, ABL, DB생명 등 10개사에 불과하다.

실손보험 표준화 이후 9년 만에 7개 생보사가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한 이유는 시장 대부분의 점유율을 손보업계가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판매자와 구매자로부터 상품의 매력을 점차 잃었기 때문이다.

실손보험은 소비자가 의료행위에 지출한 비용을 보상해주기 때문에 의료비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2000년대 초반부터 2009년 표준화 이전까지 소비자로부터 큰 인기를 얻었다.

이 시기에 손보업계에서 판매된 실손보험은 0%의 자기부담률로 현재 유지되고 있는 실손보험 계약의 63.7%를 유치했다. 표준화 이후 계약을 포함할 경우 82.5%에 달한다.

상대적으로 실손보험 시장에서 손보업계의 영향력이 작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특히 실손보험은 국민건강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비급여 항목을 보장해 일부 소비자의 모럴해저드에 따른 손해율이 높아 수익성도 떨어진다는 점도 판매 중단의 이유 중 하나다.

여기에 지난 2013년 실손보험의 갱신 주기가 1년, 15년 재가입으로 표준약관이 변경되고, 소비자의 자기부담률이 20%로 상향조정되면서 소비자의 가입 매력도 하락했다.

손보업계 위주로 포화된 실손보험 시장에서 소비자의 가입 매력도 하락하면서 생보사들이 실손보험을 판매할만한 가치가 떨어졌다는 설명이다.

또한 실손보험은 지난해 기본형과 비급여 항목을 분리한 특약형이 출시된 이후 올해 단독판매가 시행되면서 판매 매력이 뚝 떨어졌다.

그간 생보사들은 실손보험을 특약 형태로 수익성이 높은 보장성보험에 끼워팔면서 매출 확대에 활용했다.

◇ 손해율 개선 대안 없어…올 해만 2곳 시장 떠나
실손보험의 높은 손해율 또한 생보업계가 판매를 중단하고 시장을 떠난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실제로 생보업계가 판매한 실손보험 손해율은 올 상반기 기준 116.6%다. 124.0%를 기록한 손보업계 대비 낮은 수준이지만 여전히 적자를 지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생보사들이 높은 손해율로 적자를 지속하면서 실손보험을 판매했지만, 손해율을 낮출 방안 마련이 없다는 설명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외국계 생보사의 경우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감안해 일찌감치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했다”면서 “국내 생보사는 그간 고객 유치가 뛰어나다는 점과 보장성보험에 끼워 팔면서 판매를 유지했지만, 이제는 실손보험의 적자가 지속되면서 점차 판매를 중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히 신 실손보험이 단독으로 판매된 올 4월을 전후로는 KB생명과 DGB생명 수익성 문제로 판매를 중단했다”며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개선 가능할 경우 판매를 지속할 수 있지만 대안이 없기 때문에 생보사들이 점차 시장을 떠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보험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