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심근경색 진단비 분쟁 사전 차단…약관 개선·지급 기준 명확화 요구

[보험매일=방영석 기자] 금융감독원이 약관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급성심근경색 진단비를 지급하지 않는 보험업계의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금감원은 부검감정서상 사인이 급성심근경색증으로 기재되어 있다면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임을 증명하지 못하더라도 보험금 지급 기준을 충족했다고 판단했다.

금감원이 보험금 미지급 보험사에게 보험금 지급은 물론 약관 개정을 통해 분쟁 소지를 차단할 것을 요구한 만큼, 향후 소비자와 보험사는 불필요한 갈등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급성심근경색증 사망자도 보험금 지급 받는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감독행정을 통해 보험사들에게 미지급한 급성심근경색증 진단비를 지급할 것을 지도했다.

보험사가 불분명한 약관상의 기준을 자의적으로 해석, 보험금 지급을 거부해 왔으며 이로 인해 소비자가 불합리하게 보험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이다.

이번 행정지도 대상인 급성심근경색증 진단비는 피보험자가 생전에 해당 질병을 진단받거나 치료를 받았음을 증명할 경우 사망 이후 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현행 약관에서는 “피보험자가 급성심근경색으로 진단 또는 치료를 받고 있었음을 증명할 수 있는 문서화 된 기록 또는 증거가 있을 경우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보험업계는 계약자의 부검감정서상 사인이 급성심근경색증(가능성)으로 기재되어 있더라도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임을 증명할 수 없다는 이유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해당 질병이 사망의 원인이 될 가능성은 있으나 주요 원인임을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부검감정서의 사인만으론 보험금 지급 조건을 충족했다 볼 수 없다는 주장이다.

반면 금감원은 이번 행정지도에서 작년 3월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 결과 및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보험업계의 해석이 부당하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이 부검감정서에 기재되어 있다면 피보험자가 보험금 지급을 위해 요구됐던 질병의 진단·치료를 증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금감원은 보험업계에 대해 부검감정서상 사인으로 급성심근경색증(추정 포함)으로 기재된 경우 관련 보험금을 지급하라 지시했다.

아울러 급성심근경색증이 부검감정서에 포함되어 있다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을 약관에 명시, 소비자와 보험사 간 갈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비에 나섰다.

◇ 약관문제 확산 차단 ‘총력전’
보험업계는 최근 불분명한 약관으로 즉시연금과 암보험입원일당 등 보험금 지급과 관련된 대규모 민원이 잇달아 발생했다.

금감원이 감독행정을 통해 급성심근경색 진단보험금 지급을 지시한 것은 분쟁 발생 소지를 사전에 차단해 더 이상의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으로 분석된다.

모호한 약관을 사용하도록 허용한 주체가 금감원이기 때문에 이로 인해 민원 및 소송이 빈발하게 발생한다면 감독 책임을 소홀히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발생한 보험사·소비자 간 민원과 분쟁의 대다수는 약관이 이중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었다는 공통점을 보였다.

금융당국과 보험사의 소송전으로 번진 즉시연금 사태의 경우 소비자가 납부한 보험료의 일부분을 사업비로 적립한다는 사실을 약관에 명시하지 않은데서 시작됐다.

암환우들의 집회가 계속되고 있는 암보험입원일당 분쟁의 근본 원인 역시 ‘직접치료’라는 문구가 한정하는 치료에 대한 해석이 갈렸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민원이 급증하자 보험업계에 보험금 일괄지급을 권고하고 약관을 개정하는 등 대처에 나섰으나 갈등 봉합에 애를 먹고 있다.

보험사는 금감원의 보험금 지급 권고를 수용하지 않고 있으며 현재 민원을 제기한 소비자 대다수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오기 이전까지 장기간의 소송전이 불가피해진 상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문제가 된 급성심근경색 진단비 약관에는 사망과 질병 사이의 인과 관계가 명시되어 있지 않다”며 “사망의 원인이 불분명할 경우 보험사에 따라 보험금 여부에 대한 해석이 달라지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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