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비‧위험보험료 공제 약관 누락…판례 방패 깨진 보험사 믿을 구석은 ‘자필서명’

[보험매일=방영석 기자] 즉시연금 사태로 불거진 불분명한 약관 문제가 변액보험에서도 동일하게 발생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보험료의 일부분을 사업비와 위험보험료로 공제한다는 내용을 약관에 명시하지 않았던 즉시연금과 마찬가지로 변액보험 역시 소비자가 납입한 보험료의 일부만 적립돼 운영되기 때문이다.

보험사가 약관 문제 해결을 위해 의존했던 지방법원 판례가 대법원에서 뒤집힌 현재 변액보험에서 분쟁이 발생한다면 소비자들의 자필서명이 보험금 지급의 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 당연했던 비용공제 약관 누락…분쟁 유발 불씨될까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즉시연금 사태로 부각된 보험금 과소지급 논란의 불씨가 변액보험 상품으로 번질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는 보험사들이 상품을 출시할 때 당연시했던 사업비와 위험보험료 공제 내용이 약관에서 명시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은 통상 설계사의 수수료나 보험사 운영을 위해 필요한 경비 명목의 사업비와 보험계약자의 사고발생 위험률에 따른 위험보험료를 보험료에서 공제한다.

보험사가 영업을 유지하고 안정적으로 보험료를 지급하기 위해 당연한 절차였기 때문에 보험업계는 이를 약관에 명시하지 않고 사업설명서를 통해 설명을 대신해왔다.

실제로 변액보험 상품은 판매 보험사별로 차이가 있으나 비용공제 사실을 약관에 명확히 설명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현재 분쟁조정이 진행 중인 즉시연금 사태와 공통점을 보인다.

보험사들이 즉시연금 상품과 마찬가지로 변액보험의 보험금 산출 원리가 복잡해 소비자들이 이해하기 어렵다고 판단, 이를 상품설명서를 통해 경과별 환급금을 안내하는 방식으로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은 2006년 부산 지방법원과 2012년 서울중앙지방법원이 내린 판례를 근거로 사업비 공제에 대한 설명이 필수적이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지방법원들은 “보험원리 및 거래개념상 일반적이고 공통적인 사실로 별도의 설명이 없이도 충분히 이해 가능하다”며 “(사업비 공제 내용의 약관 명시가) 계약의 중요한 내용이 아니다”는 판결을 내렸다.

특히 상품 개발 과정에서 금융감독원의 인가를 받았고 소비자들의 확인 서명까지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 같은 보험사의 주장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 약관이 최우선…변액보험 소비자 ‘부글부글’
반면 보험금 지급 과정에서 본인이 납부한 보험료의 전액이 적립‧운용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인지한 소비자들이 잇달아 보험금 과소지급을 주장하는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보험사가 당연시 했던 비용공제가 소비자 입장에선 전혀 알지 못하는 사안인 경우가 많았고 해당 설명 누락에 대한 법원의 판결 역시 대법원에서 뒤집혔기 때문이다.

실제로 보험사들이 법적 근거로 활용했던 지방법원의 판례는 최근 즉시연금 분쟁 과정에서 부각된 대법원 판례로 그 당위성이 흔들리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2013년과 2014년 판결에서 “보험사나 보험모집인이 보험계약의 중요사항은 반드시 보험약관에 규정된 것에 한정되지 않으며 상품의 특성과 위험성에 대해 중요사항을 고객에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금감원의 인가를 받았다는 사실 역시 소비자들에게는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소비자가 보험상품의 내역을 파악할 수 있는 최우선 자료는 약관임에도 비용공제를 안내하지 않은 보험사와 이를 허가한 금감원이 동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소비자들이 안내를 받았다는 의미로 했던 ‘자필서명’ 역시 판매자의 불완전판매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대다수 소비자들은 변액보험 가입 당시 설계사에게 수익률 등을 중심으로 안내를 받았으며 보험료의 일정 부분을 공제한다는 사실은 안내받지 못했다 주장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즉시연금도 마찬가지이나 변액보험 역시 개발 과정에서 금융당국의 검수를 받아 판매가 허가된 상품이다”며 “사업비 및 위험보험료 공제를 상품설명서를 통해 안내하는 것은 금융당국도 이미 인지하고 있고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만 소비자들은 이에 동의하지 않기 때문에 결국 문제의 관건은 변액보험 비용 공제를 약관에 명시하는 것이 필수적인지에 대한 판단이 될 것”이라며 “자필서명이 강력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나 불완전판매를 주장하는 소비자들의 경우 법정다툼까지 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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