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업계 자문 감소 불구 상반기 5만 건 육박…의료분쟁 해결은 ‘깜깜’

[보험매일=방영석 기자] 지난 몇 년간 꾸준히 증가했던 보험업계의 의료자문이 올해 상반기에도 5만 건 가까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대형사가 의료자문 건수 상위권에 포진한 가운데 생보업계의 자문은 감소했지만 손보업계의 자문 증가로 전체 자문 건수의 감소 폭은 그리 크지 않았다.

보험업계의 의료분쟁 해결 노력이 감독규정 개정 문제로 실효성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좀처럼 줄지 않는 의료자문 건수는 향후 보험업계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상반기 보험사 의료자문 4만6,491건
14일 금융감독원 의료자문 현황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올해 6월 기준 총 4만6,491건의 의료자문을 실시했다.

이 기간 생보업계는 총 23개사가 1만844건의 자문을 병원에 의뢰했으며 손보업계는 15개사가 3만5,647건의 자문을 구했다.

생명보험사들의 의료자문 건수는 전년 동기(1만5,211건) 대비 4,367건 줄어든 반면, 보험사 의료자문의 대다수를 의뢰하는 손해보험사들의 의료자문 건수는 전년 같은 기간과(3만3348건) 비교해 2,299건 증가하며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생보업계가 보인 큰 폭의 감소세가 손보업계의 자문 증가에도 불구 보험업계의 전체 자문 축소를 이끈 것이다.

실제로 보험업계의 올해 상반기 의료자문 건수는 전년 동기 4만8,558건 대비 2,067건 줄어들면서 2016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보험사들이 의료기관에 자문을 의뢰한 건수는 2014년 5만4,399건, 2015년 6만6,373건, 2016년 8만3,580건 작년 9만8,275건으로 최근 3년간 두 배 가까이 치솟았던 상태다.

생보업계와 손보업계 모두 보유계약 건수가 많고 보험금 지급 심사가 잦은 대형사가 상대적으로 자문 횟수가 많았다.

생보업계에서는 삼성생명이 4,538건의 의료자문으로 전체 23개 생보사 중 의뢰 건수가 가장 많았다.

교보생명과 한화생명이 각각 1,561건과 1,507건으로 삼성생명의 뒤를 이었고 흥국생명과 뇽협생명이 각각 622건과 416건으로 의료자문 4~5위를 기록했다.

손보업계에서는 삼성화재가 1만건에 가까운 9,644건의 의료자문을 실시 전체 15개 손보사 중 가장 많은 수치를 보였다.

삼성화재의 뒤를 이어 KB손보와 현대해상, DB손보가 각각 6,105건과 5,770건, 4,866건의 자문을 의뢰한 것으로 집계, 업계 상위권을 형성했다.

◇ ‘깜깜이’ 의료분쟁 해결 행보
보험업계의 의료분쟁 해결이 보험업감독시행세칙 개정 작업의 지연으로 고착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줄어들지 않는 의료자문 건수는 향후 보험사에게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보험사들은 협회를 중심으로 ‘의료분쟁 자율조정 매뉴얼’ 초안을 마련하는 등 의료자문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 중이나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는 현재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이 협회장이 표준모범규준을 제정할 수 있는 범위를 보험금 청구 단계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이 해당 시행세칙을 개정해 범위를 확대하지 않는 이상 의료분쟁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보험금 지급 심사 과정에선 문제가 해결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로 소비자단체들은 보험사들의 의료자문이 특정 의료기관 집중되어 있으며 의료 자문 결과 대다수가 보험금 부지급의 근거가 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보험금 부지급을 원하는 보험사와 자문료 수익을 받는 자문 의료기관이 유착 관계를 형성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생보업계의 의료자문이 줄어들면서 전체 의료자문 건수가 처음으로 줄었다는 사실은 고무적”이라면서도 “의료분쟁 해결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보험금 지급 심사 업무에 분쟁감소 매뉴얼을 적용하기 어려운 현 상황에선 자문 결과를 둘러싼 갈등을 봉합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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