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공학도”로써 기계장치의 결정체인 “자동차”에 대해 관심이 많다.

심상우 보험개발원 자동차기술연구소 시험연구팀장
심상우 보험개발원 자동차기술연구소 시험연구팀장

꼭 공학도가 아니더라도 차에 관심이 높은 사람은 많다. 단순히 이동의 수단을 넘어서 차와 내가 하나가 되고, 엔진의 소음과 진동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희열을 느낀다. 면허 취득 후 처음으로 차를 운전했을 때의 설렘과 고속 주행했을 때의 짜릿함은 잊을 수가 없다. 첫 차는 직장을 갖고 1년간의 쌈짓돈을 모아 할부로 구입한 1500cc 준중형 세단이었다. 두 번째 차는 2,000cc 중형 세단을 구입했는데 당시 “자동차 10년 타기 운동”의 영향이었는지 정말로 만 10년을 탔다. 지금은 레저 붐에 힘입어 활동적이고 실용적인 SUV를 타고 있다.

96년 이후 구입한 신차 3대는 모두 국산차였고, 수입차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었다. 1987년 수입차 시장이 개방되었지만, 고급 대형 세단을 구입하는 부자들의 전유물이었다. 지금과 같은 3천만원대 수입차는 팔지도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차를 바꿀 때 수입차도 검토해 볼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한다. 더 이상 수입차를 산다고 주변의 따가운 눈총을 받지 않으며, 애국심과 연계하여 생각하지도 않는다. 국산차 가격에서 조금만 더 보태거나 차급을 한 단계 낮추면 수입차를 구매할 수 있다.

2010년 즈음부터 수입차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2016년 디젤게이트의 영향으로 숨고르기를 거쳤지만, 금년 들어 주춤했던 수입차 판매가 다시 가파른 상승세다. 2018년 1분기 수입차는 전년 동기대비 22.6% 증가했고, 전체 승용차 판매 중 수입차 비율은 18.4%로 역대 가장 높았던 2015년 15.5%의 기록을 갈아치웠다. 디젤게이트 최대 피해자인 폭스바겐이 본격적으로 신차를 판매하기 이전이라 금년 수입차 판매는 최고 기록이 유력하다.

심지어 금년 1분기 수입차 판매 1위 업체인 벤츠의 누적판매량은 2만1633대로 현대, 기아, 쌍용 다음으로 높다. 한국GM과 르노삼성이 주춤하는 사이 모든 차량이 해외에서 제작되어 판매하는 수입차 브랜드인 벤츠가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차가 고가라 매출액을 기준으로 하면 3위이다.

솔직히 다양한 종류의 멋지게 디자인된 수입차들을 볼 때면 소유하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최근 수입차업체들의 대대적인 할인 행사 유혹이 매력적이다. “오토인사이트”의 최근 보고서에 의하면 수입차가 국산차 대비 가격은 2배이지만 만족도는 더 높다고 한다. 특히, 연비에 대한 만족도는 국산차 대비 2배 이상 높았다.

그러나 수입차의 유지비용은 여전히 국산차 보다 상대적으로 높다. 첫째, 대부분의 부품이 해외에서 조달되고 있어 부품가격이 국산차 대비 3~5배 비싸다. 고가의 스포츠카의 경우 범퍼커버 하나가 소형차 가격에 육박하는 경우도 많다.

둘째, 딜러공장(서비스센터) 수가 여전히 부족하다. 이로 인해 교통사고가 나거나 차량을 정비해 할 경우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 수입차 판매 증가에 따라 일부 브랜드는 서비스를 개선시키고 있지만 여전히 수입차 고객의 불만사항인 것이 사실이다.

셋째, 수입차는 차량가격 대비 높은 수리비로 인해 국산차 보유자 대비 매년 지출하는 자동차 보험료가 높다. 최근에는 수입차업계는 자사 차량의 자동차보험료 최소화를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보험개발원이 실시하고 있는 신차 출시전 차량모델별 등급평가 제도를 통해서 인데, 벤츠, BMW, 볼보 등 주요 수입차업체가 동 제도에 참여하고 있다. 등급평가 제도에 참여한다고 우수한 등급을 받는 것은 아니다. 부품가격 인상 최소화, 충돌시험을 통한 검증된 보험 친화적인 모델의 수입 등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수입차 구입으로 매년 내야 하는 자동차 보험료의 부담을 최소화하려면 차량 보험등급이 우수한 모델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 디자인도 중요하고 연비도 중요하지만 소비자가 보험등급이 우수한 모델을 많이 선택할수록 수입차업체는 부품가격 등 차량 수리비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더욱 경주할 것이다. 수리비의 최소화는 결국 보험료 절감과 교통사고로 인한 사회적 비용 절감으로 이어진다. 수입차를 구입하기 전에 차량 보험등급 확인이 꼭 필요한 이유이다.
 

심상우 보험개발원 자동차기술연구소 시험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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