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시인과 함께읽는 사기(史記)
자객 전제, 오왕의 가슴을 찌르다오(吳)나라의 발기
이흔 기자  |  xionm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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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8.27  10:2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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哀死事生 以待天命 애사사생 이대천명
죽은 이를 애도하고 산 사람을 섬기며 천명을 기다린다. (<左氏傳> 소공27년)
吳 공자 광이 스스로 왕이 되려고 요왕을 죽이자, 숙부인 계찰이 자기 입장을 밝히며

초나라를 빠져나온 오자서(胥)는 먼저 태자가 있는 송나라로 건너갔다. 그런데 마침 송나라에서 ‘화씨의 난’이 일어났기 때문에 태자와 함께 정나라로 피신해야 했다. 그러나 초나라의 영향을 받고 있는 정나라는 안심할 곳이 못되었다.

서는 태자를 모시고 진(晉)나라로 들어갔는데, 진나라 군주 경공(頃公)은 잔꾀가 많은 사람이었다. 서에게 말하기를 “태자는 정나라에서 신임하고 있으니 다시 돌아가 계시오. 내가 곧 정나라를 공격할 터인즉 안에서 호응해준다면 틀림없이 정나라를 멸망시킬 수 있소. 정을 정복하여 그대에게 주리다.” 내키지 않았지만 어차피 의지할 곳이 없으니 거절할 수도 없었다. 태자 일행은 정나라로 돌아갔다.

그러나 아무 것도 하기 전에 문제가 터졌다. 시종 하나가 잘못하여 벌주려 하자 얼른 정나라 대신들에게 달려가 이들의 음모를 고자질했다. 정 장공과 자산이 노하여 태자를 불러 체포하고 주살했다. 서는 급히 태자의 아들 승(勝)을 데리고 오나라를 향해 달아났다.

초나라 땅을 지나야 했다. 오나라와 초나라의 국경을 지나려 할 때 초나라 군사들이 그들을 알아보았다. 오자서는 공자 승을 먼저 보내고 추적자들을 따돌리다가 혼자가 되어 강가에 이르렀다.

마침 사공이 있는 작은 배가 있었다. 급한 대로 얻어 타고 강을 건넜다. 천우신조였다. 강을 건너자 서는 차고 있던 보검을 끌러 사공에게 건네면서 말했다. “덕분에 목숨을 건졌으니, 이 보검을 그대에게 주겠소. 적어도 백금의 가치가 있다오.”

그러자 사공이 대답했다. “초나라에는 지금 수배령이 내려져서 오자서를 잡는 자에게는 조 5만석과 ‘집규’의 작위가 걸려 있소. 백금의 칼 따위가 탐나서 그대를 건네준 게 아니오.”

서는 사례하고 오나라를 향해 걸었다. 먼 여정이었다. 변방이라서 인가가 쉽게 나타나지 않았다.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눕지도 못하면서 밤낮으로 걸었다. 길이 고르지 않아 신발은 곧 헤지고, 갈아입지 못한 옷은 누더기가 되었다. 인가가 나타나면 구걸을 했으며 인가가 없으면 풀뿌리를 캐먹었다. 낮은 덥고 밤은 추웠다. 한뎃잠을 자느라 몸은 열병에 걸렸다.

거의 죽을 고생을 다한 끝에 오나라 도성에 닿았다. 그때 오나라는 요왕이 다스리고 있었고, 요왕의 사촌인 광(光)이 대장군이었다. 광이 오자서를 식객으로 받아들여 왕에게 천거했다.

그때 초나라와 오나라 사이 국경에 있는 종리라는 마을에서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처음에는 누에치는 사람들 사이에 뽕나무 잎을 두고 벌어진 사소한 다툼이었는데, 관리들이 개입하여 상대 마을을 치는 바람에 싸움이 커졌다. 마침내 초 평왕의 군대가 출동하여 종리마을을 초토화하자 오나라는 공자 광을 보내 초나라군을 물리치고 마을을 되찾았다.

광이 초나라군을 가볍게 물리치고 돌아오는 것을 본 오자서는 마음이 설레었을 것이다. 얼른 초 평왕을 공격하여 아버지와 형의 원수를 갚고 싶었다. 요왕에게 말하기를 “여세를 몰아 이대로 진격한다면 초나라를 멸망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광이 말했다. “지금 오자서는 아버지와 형의 죽음에 대한 원한 때문에 마음이 조급합니다. 준비가 안된 채로 촉박하게 초나라를 공격해서는 멸망시킬 수가 없습니다.” 공격 의사가 없었던 것이다.

광이 대답하는 것을 듣고 오자서는 공자의 숨은 야심을 읽었다. 지금 공자 광은 다른 나라와 싸우는 것에 관심이 없었다. 그러면 무엇에 관심이 있을까. 그는 본래 선왕 제번의 맏아들로 왕위의 후계자였다. 공자의 속셈을 분명히 알아챈 오자서는 그 길로 초야로 들어가 농사를 지으며 공자 광의 시대가 오기를 기다렸다.


이야기 PLUS 자객 전제(專諸)
시골로 들어가기 전 오자서는 광에게 한 인물을 소개했다. 이름이 전제(專諸)라고 하는 오나라 사람이었다. 의리가 있고 재빠르며 칼을 잘 다루는 인물이었다.

마침 초나라에서 평왕이 죽자 오나라 요왕은 그 틈을 이용해 기습공격을 감행했다. 그런데 초나라 군이 수군을 동원해 앞뒤로 반격하는 바람에 오나라의 주력부대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도성에는 요왕과 광이 있었고, 군사들은 왕의 호위무사 외에 소수의 경비부대 뿐이었다. 국가의 원로인 삼촌 계찰은 진(晉)나라에 사신으로 가있었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광이 요왕을 집으로 초대했다. 왕의 호위무사들이 삼엄하게 둘러싼 가운데 연회가 시작되었다. 요리를 나르는 사람들은 호위병들의 엄격한 몸수색을 받고, 왕에게 가까이 갈 때는 단검을 찬 경호원들이 따라붙었다. 광이 문득 발이 저리다며 자리를 비웠다. 곧 요리사로 변장한 전제가 큰 생선접시를 받쳐 들고 들어왔다. 호위병들의 몸수색을 받은 뒤 전제는 왕에게로 가서 생선을 바쳤다. 왕이 생선을 뜯으려는 순간 전제는 생선의 몸통 속에 감춰두었던 비수를 재빨리 꺼내들고 왕의 가슴을 찔렀다. 순식간에 피가 뿜어져 나왔다. 경호원들이 단검으로 전제의 몸을 난자했으나 전제는 비수 잡은 손을 끝까지 놓지 않고 왕과 함께 죽었다.

진나라에서 급보를 받은 계찰이 달려왔다. 계찰은 왕의 무덤에 예를 갖추고 말했다.
“누구를 원망하겠는가. 죽은 이를 슬퍼하고 산 이를 섬기면서 천명을 받들겠노라(哀死事生 以待天命). 왕이 된 자를 따르는 것은 선인의 도리다(立者從之 先人之道也).”
광은 별다른 저항 없이 왕이 되었고, 죽은 전제의 아들을 상경에 봉하여 보답했다.

왕이 생선을 뜯으려는 순간, 전제는 생선의 몸통 속에 감춰두었던 비수를 재빨리 꺼내 왕의 가슴을 찔렀다. 경호원들이 단검으로 전제의 몸을 난자했으나 전제는 비수 잡은 손을 끝까지 놓지 않고 왕과 함께 죽었다.

 

▲ 정해용 시인·상임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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