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 평왕의 탐욕

 
我能死 爾能報 아능사 이능보
나는 죽을 수 있고, 너는 복수할 수 있다 (춘추좌씨전 소공20년)
초 평왕이 오사의 두 아들을 소환할 때 형 상이 아우에게 망명하도록 권하며

초 평왕 2년, 왕은 태자 건(建)의 비를 맞아들이기 위해 비무기를 진(秦)나라에 사신으로 보냈다. 건은 평왕이 채나라에 망명해 있던 시절 국경관리의 딸을 데리고 살며 낳은 아들이다. 태자비는 대단히 아름다웠다. 비무기가 태자비를 영접해 돌아오다가 일행보다 먼저 성으로 돌아와서는 왕에게 말했다. “진나라 여자가 대단히 아름답습니다. 왕께서 그녀를 취하시고 태자에게는 다른 사람을 구해주십시오.” 평왕이 현혹되어 며느리감을 후처로 맞아들이고 태자에게는 따로 신부를 구해주었다. 태자의 태부(太傅)는 오사(伍奢)였고, 비무기는 소부(少傅)였다. 비무기는 태자의 총애를 받지 못하자 왕에게 자주 태자를 헐뜯었다. 평왕은 점점 태자를 싫어하게 되어 몇 년 뒤에는 태자에게 국방을 맡겨 변방으로 보내버렸다.

비무기는 더욱 태자를 모함하였다.
“제가 진나라 여자를 대왕의 후궁으로 모셔온 그날부터 태자 건은 저를 미워하고 있으니, 필경 왕에 대해서도 원망을 갖고 있을 것입니다. 좀 더 경계하셔야 합니다. 더구나 변방의 군사들을 거느리고 있어 외부의 제후들을 불러들여 쳐들어온다는 첩보가 있습니다.”

왕이 태자의 태부 오사를 불러들여 진상을 규명하도록 명하였다. 오사는 왕에게 직언하였다. “대왕께서는 어찌 소인배의 말을 듣고 혈육을 멀리하십니까.” 비무기가 듣고는 초조해져서 “지금 바로 그를 제압하지 않으면 후회하실 것입니다”하고 권했다. 왕이 오사를 옥에 가두었다. 그리고는 즉시 사마(司馬) 분양을 보내 태자를 압송해오도록 했다. 분양이 변경으로 가는 동안 태자는 먼저 달려온 밀사의 전언을 듣고 탈출하여 송(宋)나라로 망명했다.

왕이 오사를 처형하려 했다. 비무기가 간했다.
“오사에게는 두 아들이 있습니다. 그들을 불러 함께 처형하지 않으면 장차 초나라의 화근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는 그들을 유인하기 위해 ‘부친의 죄를 감면해주겠다’고 거짓전갈을 보내라는 잔꾀까지 보탰다.

평왕이 오사에게 사람을 보내 “두 아들을 불러들이면 살려주겠다”고 하자 오사가 말했다. “제가 편지를 쓴다 해도 큰아들 상(尙)은 오겠지만 작은아들 서(胥)는 오지 않을 것입니다.”
“왜 그런가?” 왕이 묻자 오사가 대답했다.
“상은 품행이 단정하고 절개를 위해 죽을 수 있으며 효성이 지극하고 어질어서 부친의 죄를 면하게 해주겠다고 하면 자기 생사를 걱정하지 않고 들어올 것입니다. 그러나 서는 기지가 있고 계략을 잘 꾸미며 용맹하고 공명을 바라는 마음이 있습니다. 들어오면 함께 죽을 것을 아는 까닭에 틀림없이 오지 않을 것입니다.”

과연 사자가 오사의 편지를 들고 찾아가자 큰아들은 동생에게 “아버지를 사해준다는 말을 듣고도 가지 않으면 불효이니 나는 들어가겠다. 그러나 아버님이 돌아가신 후에 복수할 사람이 없다면 지모가 없는 것이다. 나의 지혜가 너보다 못하니, 나는 죽을 수 있고 너는 원수를 갚을 수 있다(我能死 爾能報). 아버지를 버릴 수도 없고 명예를 무시할 수도 없다(父不可棄 名不可廢). 나는 가서 죽을 터이니 너는 도망쳐서 반드시 복수하기를 힘써라”했다.

서(오자서)는 왕의 사자를 활로 위협하여 벗어난 뒤 오나라로 망명하고, 상은 혼자서 영도로 들어갔다. 오사가 말했다. “서가 도망했으니 장차 초나라는 위험하겠구나.” 오사는 아들 상과 함께 처형되었다.

태자 건은 송나라로 피신했고, 오사의 아들 서는 오나라로 망명했으며, 이후에 또 다른 대부 극완이 비무기의 모함에 걸려 처형되자 극완의 인척인 백비가 또한 오나라로 망명했다.
이후 오나라는 여러 차례 초나라를 침범하니 초나라 사람들이 간신 비무기를 미워했다. 평왕이 먼저 죽자 초나라 영윤 자상은 민심을 무마하기 위해 비무기를 처형했다.

이야기 PLUS

평왕이 태자 건을 죽이려 할 때 건이 망명한 데에는 충신 분양의 공이 있었다.
왕이 분양을 부르자 분양이 돌아와서 부복했다. 평왕이 물었다.
“내가 너에게 명하여 곧바로 건을 잡아오게 하였는데, 건이 어찌 알고 달아났는가.”

분양이 말했다.
“신이 먼저 알린 것입니다. 전에 왕께서 신에게 명하시기를 태자를 섬기기를 나를 섬기듯 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피하게 하고는, 또 왕께서 두 번째 명령하신 일을 따르지 못하여 다시 후회도 하였으나 이미 멀리 달아난 뒤라 돌이킬 수도 없게 되었습니다.”

왕이 물었다. “그렇다면 너는 반드시 벌을 받을 터인데, 무슨 생각으로 돌아왔는가.”
분양이 대답했다. “명을 받고 갔다가 이행하지 못하여 죄를 지었는데, 부르실 때 오지 않으면 두 번이나 죄를 짓게 됩니다. 또 도망간다 해도 갈 데가 없습니다.”
한 마디도 그른 데가 없는지라, 왕은 어쩔 수 없이 분양에게 “물러가서 평소대로 하던 일을 수행하라”고 지시했다.
 

“나는 들어가서 아버지와 함께 죽을 테니, 너는 도망쳐서 반드시 원수를 갚아라,” 자서는 오나라로 망명했다.
오사가 말했다. “서가 달아났으니 장차 초나라는 위험하겠구나.”

 

▲ 정해용 시인·상임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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