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시인과 함께읽는 사기(史記)
공존할 수 없는 두 호랑이, 차례로 죽다제나라의 쇠퇴
이흔 기자  |  xionm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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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8.06  10: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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以公權私 有德於民 이공권사 유덕어민
공적인 지위를 이용하여 인심을 얻다 (제태공세가)
제나라 제후가 민심을 잃고 있는 반면 전(田)씨들이 민심을 얻는 이유를 설명하며


제나라의 대부 최저는 제후 이상의 권력을 누렸다. 자기 첩을 농락한 장공을 시해한 뒤에 장공의 이복동생인 저구를 옹립하여 군주로 세우니 그가 경공(景公)이다. 경공은 최저를 우상으로, 경봉을 좌상으로 삼았다. 두 사람은 자기들 손으로 군주를 바꾼 일에 후환이 있을까 두려워 모든 도성 사람들에게서 충성서약을 받았다. 대신인 안영만이 이 서약을 거부하고도 살아남았을 뿐이다.

권력은 이제 두 사람의 손에 들어갔지만, 한 나라에 두 사람의 실세가 있기는 어렵다. 최저와 경봉은 끝내는 우열을 가려야 할 사이였다.

당초 최저는 성(成)과 강(彊) 두 아들을 두었는데, 부인이 죽자 일찍이 대부 당공의 처였던 동곽녀를 맞아들여 셋째 아들 명(明)을 낳았다. 동곽녀는 죽은 전남편의 아들 당무구를 데려왔는데 무구는 외삼촌인 동곽언과 함께 최저의 가신이 되었다.

동곽녀의 사람들이 집안을 좌우하게 되자 맏아들 성이 향리로 내려가려고 아버지의 허락을 받았는데, 동씨들이 이를 반대하고 나섰다. “고향에는 최씨 집안의 종묘가 있습니다. 성은 장애가 있어 종주가 될 수 없으니 향리로 내려간다는 것은 불가합니다.” 그들은 장차 동곽녀가 낳은 명을 최씨 집안의 종주로 만들 속셈까지 드러냈다. 성은 분노하여 아우 강과 함께 경봉을 찾아가 상의했다.
“지금 아버지 곁에는 오직 동곽언과 무구가 시종하고 있으니 우리 자식들도 마음대로 뵐 수가 없는 실정입니다.”
경봉은 라이벌인 최저를 약화시킬 기회를 찾고 있었는데, 마침 그의 아들 성이 아무 것도 모른 채 집안문제를 들고 찾아오니 경봉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잠시 돌아가 있도록 이른 뒤에 다시 불러 이렇게 충동질했다.
“자네 부친을 이롭게 하려면 곽언과 무구를 죽여야 할 것이야. 만일 그게 어렵다면 내가 자네들을 도와주겠네.”

성과 강이 용기를 얻어 집으로 돌아가서 곽언과 무구를 죽여 버렸다. 놀란 최저는 얼떨결에 시종 한 사람만 데리고 수레를 몰아 달아났다. 숨을 돌리고 생각하니 기막힌 일이었다. 전처 소생 두 아들이 아버지를 습격한 셈 아닌가. 최저는 분통을 터트리며, 경쟁자이지만 오랫동안 생사를 함께 했던 동료 경봉에게로 찾아가 하소연했다. 경봉은 짐짓 놀라는 척하면서 위로했다. “우리 최씨와 경씨는 한 형제나 같으니 뭐라 할 말이 없소이다. 그러나 당신을 위해서라면 내 그들을 토벌하겠소.”

경봉이 수하에게 정병을 내주어 토벌에 나섰다. 최성과 강이 지키고 있는 최저의 집은 굳게 닫혀있었다. 경봉은 제후의 군대까지 동원하여 문을 부수고 들어갔다. ‘아버지를 습격하여 가신들을 죽인 천하의 불효’라는 죄목은 변명할 길이 없다. 경봉의 군사들이 성과 강을 잡아 처형하고 가산을 몰수했다. 동곽녀는 자살했고, 곧 이어 집으로 돌아온 최저는 감당할 수 없는 낭패감에 스스로 목을 매달아 죽었다. 살아남은 막내아들 명이 아버지의 시신을 수습하여 선산에 장사지내고 노나라로 달아났다. 최씨 집안에 재취로 들어와 낳은 아들을 종주로 만들겠다는 욕심이 한 집안을 무너뜨리고 스스로에게도 비참한 죽음을 안겨주었다.


이야기 PLUS

왕의 총애를 다투는 실세가 서로 시기하여 내분을 일으킬 때, 그 결과는 참혹하다.
경봉은 정치적 맞수인 최저를 그 집안까지 철저히 무너뜨리고 마침내 유일한 실권자가 되었다. <사기>는 경봉이 대권을 ‘전횡’하였다고 적고 있다. ‘유일한 실권자’가 된다는 것은 과연 그에게 행운이었을까. 이제 거칠 것이 없다고 생각한 경봉은 정사를 아들 사(舍)에게 맡겨두고 연회와 사냥을 즐겼는데, 아들과 아버지의 사이도 서서히 벌어졌다. 경봉의 전횡에 반감을 가진 호족들- 전씨, 포씨 고씨 난씨 등이 경봉을 치려고 하자 경봉의 아들 사가 그들의 편을 들어 경봉의 궁을 헐어버렸다. 경봉이 사냥하다가 급보를 전해 듣고 급히 탈출하여 노나라로 향했다. 제나라가 군사를 풀어 추적해오자 경봉은 다시 오나라로 도망쳤다. 오나라가 그에게 주방이란 땅을 주어 경봉은 여기서 부유하게 살았다 한다.

제나라의 중신인 안영이 사신으로 진(晉)나라에 갔을 때 진나라 현인 숙향이 그에게 예고한 바 있다. “제나라의 정권은 전(田)씨에게로 돌아갈 것입니다. 전씨는 천하에 큰 덕을 베풀지는 못하였지만, 공공의 권력을 사사로이 베풀어 민심을 얻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예언은 100년 뒤에 이루어져 본래 나라의 주인이던 강(姜)태공의 후손들은 대가 끊어지고 전씨의 나라가 되었다. 공적으로 주어진 권리를 사사로이 베푼다(以公權私 有德於民)는 것은 스스로 자기 뱃속을 위해 공금을 횡령하는 등의 부정과는 다른 개념이다. 이를테면 세금을 거두거나 복지를 베풀 때, 거둘 것은 느슨하게 거두고 베풀 것은 넉넉하게 베푸는 일을 말한다. 세금을 거둘 때는 작은되로 재서 거두고 베풀 때는 큰되로 넉넉히 재서 나누어준 관리들은 자연히 인심을 얻게 마련인데, 대대로 칭송을 받은 재상들이나 성인들이 이렇게 했다. 이와 반대로 언제나 큰되로 거두고 작은되로 나눠주어 백성들을 핍절하게 만든 정치는 점차 세상을 각박하게 만들어 스스로 패망을 재촉했다.
 

최저는 얼떨결에 달아났다. 자식들에게 습격당하다니. 경봉은 짐짓 놀라는 척하면서 위로했다. “당신을 위해서라면 내 그들을 토벌하겠소.” 경봉은 어렵지 않게 경쟁자를 쓰러뜨리고 그 자식들까지 제거했다.
 

▲정해용 시인·상임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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