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비 한도 5,000만원 불과…중대 질병 대비 턱없이 모자라

 

[보험매일=방영석 기자] ‘사람이 먼저다’ 모 기업 광고 문구처럼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건이 아닌 사람일 것이다.

보험업계 역시 마찬가지다. 미래의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가입하는 보험은 태생부터 ‘사람’을 위한 금융 상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물보상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인보험 입원비 한도 문제를 바라보면 이 같은 상식은 보험업계에선 통하지 않는 것 같다.

실손보험을 포함한 인보험의 입원비 가입 한도는 불과 5,000만원에 불과하다. 자동차보험의 대인보상이 거의 무한대이고 대물보상이 10억이라는 사실과 비교할 때 입원비로 받을 수 있는 보험금의 부족함은 지나치게 크다.

실손보험 끼워 팔기가 금지된 이후 보험사의 새로운 연계판매 특약으로 급부상한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의 보상한도와 비교하면 이 같은 입원비의 초라함은 더욱 커진다.

일상생활에서 발생한 다양한 위험을 폭 넓게 보장하는 일배책 특약의 보상한도는 1억, 보험사에 따라 최대 3억까지 보험금을 지급하고 있다.

중대한 질병에 걸렸을 때 의료비 부담을 덜기 위해 가입하는 인보험의 입원비 한도가 사소한 사고를 보장하는 일배책 특약 보험금의 절반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은 그래서 더욱 문제가 크다.

미래의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보험에 가입했음에도 과도한 의료비 부담을 전혀 해결하지 못하고 ‘메디컬 푸어’로 전락하는 소비자들이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의 인보험 입원비 한도가 이처럼 적게 책정된데에는 물론 나름의 이유가 있다. 경미한 사고에도 병원에 반복해 입원, 보험금을 수령하는 ‘나일론환자’들이 그 원흉이다.

금융당국은 해마다 사무장병원 등에서 대규모 나일론환자들을 적발하고 있다. 1년 중 대다수를 병원에서 숙식하는 적발 사례들을 살펴보면 5,000만원 한도를 설정할 수밖에 없었던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의 고뇌가 느껴질 정도다.

실손보험 등 인보험에 가입한 소비자들은 결국 다수 상품에 중복 가입해 자기부담금 비중을 줄이는 것이 현재로써는 최선이다.

그나마 이조차 알지 못하는 소비자가 대다수라는 점에서 문제는 보다 심각하다. 금융당국은 중복가입 안내 등을 통해 소비자의 불필요한 보험료 부담을 줄이겠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으나, 정작 이처럼 턱 없이 부족한 입원비 한도를 알리는데는 그다지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은 보험 상품에 가입한 동기를 충족하기 위해선 사전에 본인의 보험료 부담 능력과 지급 보험금을 계산해 스스로 가입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이는 미래의 위험을 사전에 대비한다는 보험 산업의 존재 의의를 고려할 때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이다.

철저한 보험금 지급 심사를 통해 나일론환자를 걸러낼 수 있는 역량을 키우지 못하고 입원비 한도를 설정해 진입장벽 세우기에 급급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보험 광고에서는 상투적으로 ‘큰 병 걸려 나가는 돈’의 공포를 강조한다. 암과 같은 병에 덜컥 걸려도 보험에 가입했다면 걱정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기자의 생각으론 5,000만원으로 진료비 걱정 없이 “보험 가입하길 잘했다”고 만족할 소비자가 과연 얼마나 될지 걱정이 앞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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