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개정 앞둔 보험업법…독립 손해사정사 선임 비용 문제 해결은 ‘아직도’

[보험매일=방영석 기자] 금융당국이 소비자보호를 목표로 보험업법 개정에 나섰으나 보험사와 소비자 사이의 손해사정 갈등을 봉합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의 이번 보험업법 개정안에서는 보험사가 손해사정사를 선임할 때 발생하는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문제를 해결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상법상 손해사정 비용 부담 책임이 있음에도 시행령을 근거로 이를 지키지 않고 있는 보험사의 관행을 개선하지 않는 이상 손해사정 업무의 공정성을 둘러싼 잡음은 끊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 보험업법 개정 임박…실효성은 글쎄?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예고한 보험업법 개정 시기가 눈앞에 다가왔으나 당초 계획한 보험사와 소비자 사이의 손해사정 업무 분쟁은 근절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22일 개정되는 보험업법을 사전 설명하면서 지금까지 보험사에게만 제공됐던 손해사정서를 소비자에게도 즉시 전달하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보험사의 자기 손해사정 비중이 90%를 넘어서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는 손해사정서를 사전에 교부받고 이를 통해 손해사정 결과의 공정성을 스스로 따져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소비자들의 권익 향상을 목표로 보험업법을 개정했음에도 실효성에는 여전히 비관적인 목소리가 높다.

금융당국의 이번 보험업법 개정안이 정작 소비자의 손해사정사 선임을 가로막고 있는 비용 문제는 확실히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상법 672조 제2항은 “손해액 산정에 관한 비용은 보험자(보험사)의 부담이다”고 명시하고 있다. 보험사와 소비자가 보험금 지급 심사를 위해 손해사정사를 고용할 경우 원칙적으로 그 비용은 모두 보험사가 지급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보험사는 하위 법령인 보험업 감독 시행령을 근거로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 “보험사가 선임한 손해사정사의 사정 결과에 소비자가 승복하지 않을 경우” 선임 비용을 고객이 부담하도록 정한 보험업감독규정 제9-16조가 그 근거였다.

소비자는 스스로 손해사정사를 선임할 수 있다는 권리를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다 이 같은 관행으로 비용 부담에 가로막혀 자체 손해사정을 진행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자연스레 보험사의 손해사정 자회사가 대다수 업무를 처리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삼성·교보·한화생명 등 대형 생보사 3곳과 삼성·현대·DB·KB손보 등 대형 손보사 4곳 등 모두 7개사가 자기 손해사정 자회사 12곳에 맡긴 손해사정 위탁률은 무려 93.1%에 달했다.

보험사 소속 손해사정사는 보험금 지급 여부에 따라 연봉과 인센티브가 결정된다. 소비자가 보험사가 제시한 손해사정 결과의 공정성에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 비용전가 근절 개정안 국회 문턱 못 넘고 ‘쿨쿨’
국회 또한 이 같은 문제를 이미 인지하고 있으나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개정안도 작년에 발의되어 있지만 1년 넘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잠들어 있는 상태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작년 6월 발의한 보험업법 일부 개정안은 보험금이 소비자가 선임한 손해사정사의 결론보다 적을 경우 보험사가 그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내용을 명시하고 있다.

해당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소비자들은 부담 없이 독립 손해사정사를 고용해 본인이 받을 수 있는 보험금을 따져보고 이를 보험사에 요구할 수 있게 되나, 보험업계는 ‘이중부담’을 이유로 해당 법안 통과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보험사와 소비자가 이중으로 손해사정 업무를 시행할 경우 불필요한 비용이 중복 발생하고, 일부 악의적인 소비자의 무의미한 손해사정으로 보험금 지급 심사 업무 부담이 가중될 것이란 주장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소비자와 보험사가 무조건 개별 손해사정을 진행한다면 보험금 지급 과정에서 과도한 손해사정 비용이 발생하고 이는 보험금 인상의 요인이 될 것”이라며 “보험사 자회사 손해사정 업체는 손해사정 업무의 전문성이 장기간에 걸쳐 검증된 반면 역량이 떨어지는 독립 손해사정사들은 소비자에게도 불이익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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