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검토 거쳐 "보험원리에 위배" 의견…'삼성생명 거부'에 이어 업계 대응 주목

▲ 이른바 '즉시연금 미지급금' 사태와 관련, 2번째로 규모가 큰 한화생명이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 결과를 거부했다.

[보험매일=방영석 기자]  '즉시연금 미지급금' 사태와 관련, 2번째로 규모가 큰 한화생명이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 결과를 거부했다.

삼성생명에 이어 한화생명까지 금감원 분쟁조정 수용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향후 금융감독원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한화생명, "법리적인 해석 받자"
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법률검토를 거쳐 이 같은 '불수용 의견서'를 이날 오후 금감원에 제출했다.

한화생명은 의견서에서 "다수의 외부 법률자문 결과 약관에 대한 법리적이고 추가적인 해석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불수용 사유를 밝혔다.

한화생명은 즉시연금 상품인 '바로연금보험'의 민원인에게 납입원금 환급을 위해 떼는 사업비까지 돌려주라는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 결정에 대해 "납입보험료에서 사업비와 위험보험료를 공제한다는 보험의 기본원리에 위배된다"고 반박했다.

한화생명은 또 "분조위 결정에 따라 '약관대로' 보험금을 줄 경우 즉시형(연금이 즉시 지급)이 아닌 거치형(일정기간 후 지급) 가입자는 결과적으로 손해를 본다"고 지적했다.

분조위의 지급 결정이 '보험의 원리'에 맞지 않는다는 것으로, 삼성생명이 금감원의 '일괄지급 권고'를 거부했을 때의 논리와 일맥상통한다.

삼성생명은 즉시연금 가입자 1건에 대한 분쟁조정 결과는 수용했지만, 이를 전체 가입자 약 5만5천명으로 일괄 적용해 4천300억원을 더 주라는 금감원의 권고는 지난달 26일 이사회를 열어 거부한 바 있다.

당시 삼성생명은 '가입설계서 상의 최저보증이율 시 예시금액'은 고객 보호 차원에서 주겠다고 발표했다. 이 금액은 금감원 권고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370억원으로 추산됐다.

삼성생명은 분쟁조정 결과를 수용했지만 법률적 근거가 없는 일괄지급 권고를 거부한 것이고, 한화생명은 분쟁조정 결과 자체를 거부한 것이다.

수용할 경우 삼성생명처럼 일괄지급 압박을 받는다는 점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이 추산한 한화생명의 미지급금 규모는 2만5천명에 850억원으로 삼성생명에 다음으로 크다.

◇ 금감원VS생보업계 본격화?
한화생명은 다만 이번 불수용이 지난 6월 12일 분쟁조정 결과가 나온 민원에 국한된 것이며, 법원의 판결 등으로 지급 결정이 내려지면 모든 가입자에게 동등하게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화생명은 "추후 법리적 논쟁이 해소되는 즉시 동종 유형의 계약자들에게 불이익이 되지 않도록 조치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내용과 과정이 조금 다르지만, '빅3'인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이 즉시연금 문제로 잇따라 금감원과 맞서는 형국이 되면서 파장이 예상된다.

사태가 불거지자 금감원에는 84건의 즉시연금 미지급금 관련 민원이 제기됐다. 1만5천명에 700억원의 미지급금이 추산된 교보생명 등 다른 생명보험사들은 아직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사가 분쟁조정 결과를 수용하지 않은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기억으로는 거의 첫 사례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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