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사들 "이대론 하반기 8천억 적자"…19년 만의 흑자기조 깨질듯

[보험매일=방영석 기자] 약 2년 만의 자동차보험료 인상이 추진되는 배경으로는 정비요금과 최저임금 등 보험료의 원가 상승 요인이 꼽힌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가장 직접적인 보험료 상승 요인은 정비요금 인상이다. 지난 6월 29일 국토교통부의 적정 요금 공표로 '2% 후반대의 자동차보험료 인상 요인'이 예고된 바 있다.

보험개발원 분석에 따르면 평균 2만5천100원인 정비업체 공임이 2만9천994원으로 19.5% 오른다. 이에 따라 보험금 지급이 연간 3천142억원 늘고, 2.9%의 보험료 인상 요인이 생긴다.

실제 정비요금은 각 손해보험사와 정비업체 간 계약으로 정해진다. 손보사들은 이때 참고하는 정비업체 등급 검증에 속도를 내고 있다. 600개 업체 등급 검증을 이번 주 중 마친다.

이어 약 1개월 안에 8천개 정비업체 중 상당수와 계약이 체결된다. 약 30%만 체결돼도 보험료 요율 검증에 유효한 통계가 집적된다. 요율 검증이 완료되면 10월께 보험료가 인상될 전망이다.

보험업계 고위 관계자는 "정비요금은 오르는데 보험료를 올리지 않으면 손보사들, 특히 중·소형사들은 버티지 못할 것"이라며 "당연히 올려야 하는데 손보사들이 눈치만 보는 형국"이라고 전했다.

아무리 불가피한 사정이 있어도 보험료 인상에 여론은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 의무보험인 자동차보험은 더 그렇다. 보험료는 수익성과 시장점유율에 모두 영향을 주는 만큼 손보사들도 보험료 조정에 예민하다.

자동차보험은 지난해 19년 만의 흑자를 기록했다. 이를 반영해 업계는 보험료를 소폭이나마 내리기도 했다. 이어 1년도 안 돼 다시 보험료를 올리자니 부담스럽다는 견해가 업계에 없지 않다.

결국, 삼성화재가 먼저 '매'를 맞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약 30%의 점유율로 시장가격에 영향력이 큰 삼성화재가 보험료를 올리면 다른 손보사들도 따라 올릴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업계는 정비요금 인상 외에도 자동차보험의 '악재'가 누적돼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대로는 하반기에 7천억∼8천억원의 적자를 떠안을 판이다.

일단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이 적자 요인으로 지목됐다. 올해 최저임금이 16.4% 인상돼 일용임금도 5.6% 덩달아 오르게 됐다. 일용임금은 교통사고 때 자동차보험으로 지급되는 소득보상금(휴업손해, 상실수익액 등)의 책정 기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이 자동차보험 적자를 키울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사상 최악의 폭염이라는 예상치 못한 악재가 추가됐다. 올해 7월 교통사고 급증에 유례없는 폭염이 영향을 줬다는 데에 업계 내 이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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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보협회에 따르면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한화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주요 6개 손보사 기준 7월 1∼26일 사고는 68만3천491건 접수됐다.
이는 지난해 7월의 같은 기간보다 8.8%, 올 6월 동기에 견줘 8.5% 늘어난 규모다. 지난해 7월엔 사고가 전월 동기 대비로 3.3% 증가하는 데 그쳤다. 9% 가까운 사고 증가율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손보협회 관계자는 말했다.

사고가 1% 늘면 보험료 조정의 기준이 되는 손해율이 0.7∼0.8% 오른다. 이미 올해 들어 손해율은 상승세를 타 6월 말 기준 80%대 중반을 기록했다. 사고 급증으로 7월 말은 이보다 6%포인트 올라 90%에 육박할 전망이다. 적정 손해율(77∼78%)을 훌쩍 웃도는 셈이다.

앞서 올해 초 한파의 영향으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1월 84.9%, 2월 86.6%로 급등한 바 있다. 겨울 한파와 여름 폭염이 겹치면서 보험료 인상 압박을 가중한 셈이다.

손보협회 관계자는 "폭염은 언젠가 사라질 일시적 현상이지만, 손해율 악화는 틀림없는 사실"이라며 "보험료 인상이 연중에 이뤄지지 않으면 중·소형사나 자동차보험 비중이 큰 손보사를 중심으로 적자를 감내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7월부터 상급·종합병원의 2∼3인실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문재인 케어'도 또 다른 보험료 인상 요인이다. 교통사고 때 자동차보험으로 청구되는 병원비가 증가해서다. 업계는 대인 진료비 3.9%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기준 554억원이다.

당국으로선 자동차보험료 인상이 부담스럽지만, 시장가격인 보험료 책정에 인위적으로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업계가 꼽는 보험료 인상 요인 중 일부는 당국도 인정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자동차보험료가 무조건 낮다고 좋은 게 아니다. 보험료를 적정 수준으로 올리지 못하면 손보사들은 사고나 수리가 잦은 물건의 인수를 거절하고, 결국 보험료가 비싼 '공동 인수'나 보험 민원이 늘어날 소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윤석헌 금감원장도 "자동차보험료는 대출금리와 비슷하다"며 과거처럼 당국이 보험사의 가격 책정을 통제해선 안 된다는 견해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연간 수입보험료 17조원 규모인 자동차보험이 물가지수에도 반영돼 국민 생활과 밀접하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사업비 절감과 과잉 수리 근절 등 손보사들이 자구노력을 병행하면서 자동차보험료 인상을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금감원은 지적했다. 이에 보험료를 올리더라도 인상률이 업계가 원하는 7∼8% 수준에는 못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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